2015. 6. 2. 19:5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한민국이 타들어 간다…가뭄·불볕더위 피해 확산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초평저수지
저수지 속속 바닥 드러내…마늘 등 수확 앞둔 농작물 피해 불가피
모내기 차질·급수차로 식수 공급…충주·소양댐 수위 역대 최저치
(전국종합=연합뉴스) "마늘에 쫑도 안 올라와. 비가 내려야 하는 데 이건 뭐 당최……"
2일 낮 대표적인 마늘 산지인 충북 단양군 매포읍 도곡리 일대 마늘밭에는 마른 먼지가 풀풀 날렸다. 밭에 물을 대러 나온 농민 강모 씨는 마늘 작황을 묻자 대답 대신 깊은 한숨만 뿜어냈다.
봄부터 이어진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전국이 타들어 가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은 눈앞에 아픈 자식을 두고도 전혀 손을 못 쓰는 부모의 심정처럼 타들어 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발을 동동 구르며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뿐.
석회암 지대인 단양은 '6쪽 마늘'로 유명한 마늘 산지 중 한 곳이지만 올해는 수확을 코앞에 두고도 기대는 커녕 시름만 가득하다. 오는 13∼14일께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지만 최소한 30% 안팎의 작황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늘은 '쫑(꽃대)'이 올라와야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한데 올해는 그 흔한 마늘쫑조차 보기 힘들다. 비정상적인 2차 생장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이른바 '벌마늘'을 거둬야 할 것 같다고 농민들은 푸념했다.
댐이 완공된 1985년 이후 30년 만에 5월 수위로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충주댐 수위도 더욱 내려가 이날 오후 2시10분 현재 115.65m를 기록했다.
붕어 낚시터로 유명한 충북 진천군 초평면 일대의 초평 저수지도 가뭄으로 곳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평소 물 위에 떠있던 낚시용 좌대도 땅 위에 올라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극심한 가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곳은 이미 물이 빠진 지 오래돼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수초가 바짝 마른 채로 서 있고, 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을 연상케 한다.
충북 도내 771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달 27일 현재 계획 저수량(1억9천454만8천t) 대비 69%로, 2주일 새 16.7%나 급감했다.
강원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소양호 상류인 강원 인제군 남면 관대리와 상수내리 앞 저수지역 강물은 온데간데 없고 맨땅이 쩍쩍 갈라진 채 모습을 드러냈다. 지역어민들의 생계수단인 고깃배와 어망도 강바닥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지 오래다.
점점 줄어드는 저수지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에 있는 탄부저수지가 최근 극심한 가뭄에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 이 저수지의 저수율은 30%다.
이맘때면 장관을 연출하던 강변의 푸르른 들판 풍경은 타들어가는 황무지로, 습기를 잃은 강바닥은 화성의 황량한 붉은 언덕처럼 변했다.
하늘빛을 닮았던 그 너른 물길이 사라진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오히려 점점 악화되고 있다.
물고기도 씨가 마르면서 일부 어민들은 아랫마을로 원정 조업을 통해 그나마 생계를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조업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어민 이모(53·관대리)씨는 "지난달 조금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최근 가뭄이 이어져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그물을 철수하고 있다"며 "공공근로에 참여해 폐어망을 치우는 작업으로 생계를 꾸려간다"고 전했다.
춘천 소양강댐 수위도 1978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양강댐관리단은 지난 3월 댐 준공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단비를 내려달라며 기우제까지 지냈지만 헛수고였다.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지난 1일 기준 156.37m로 댐 준공(1974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155.46m(1978년 6월 1일 기준)에 근접하고 있다. 저수량도 29.6%(8억5천700만t)로 바짝 메말라간다.
특히 정상적인 용수공급 하한선인 저수위까지 약 6m밖에 여유가 없다.
소양강댐의 예년 평균 수위는 168.22m로, 12m가량 낮은 상태가 이어지자 춘천시는 댐 내 선착장을 수변 끝 지점으로 100m 이상 옮겼다.
마을 곳곳에 흐르던 계곡 물도 말라가고 저수지도 조금씩 바닥을 드러낸다.
수동리에 있는 탄부저수지의 경우 현재 저수율이 30% 밖에 불과하다. 저수지 아래 주민들은 찔끔찔끔 내려오는 계곡에 펌프와 호스를 꽂아 농작물에 물을 대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 마을 이모(74·여)씨는 "가뭄으로 고추와 가지가 생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파주시는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마을로 천수답이 많은 군내면 대성동 마을의 피해가 극심하다.
대성동마을은 물 부족으로 전체 논 310㏊ 중 38%인 118㏊가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마을에 2개의 저수지가 있지만 가뭄으로 물이 모두 말라버렸다.
파주지역은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강수량이 141㎜로 예년의 50∼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에서 고추농사를 하는 한 농민이 최근 가뭄이 지속되자 인근 실개천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대성동마을 13곳에 관정을 파는 한편 통일대교 남단에서 대성동마을까지 8㎞ 가량 임진강 물을 끌어오는 긴급용수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말 작업이 끝나면 하루 6천800여t의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는 "파주지역은 아직 대성동마을 외에 가뭄 피해가 크지는 않다"며 "그러나 가뭄이 계속되면 다른 지역도 농업용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뭄 피해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지역도 올들어 5월말까지 강우량이 103.5㎜로 예년보다는 41%, 전년에 비해서는 77%에 불과하고, 저수율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모내기는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비가 계속 내리지 않으면 모가 말라 죽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은 식수가 부족해 북도면 모도의 경우 신·시도로부터 물차로 식수를 공급받는다. 소연평도 또한 행정선을 이용해 먹는물을 지원받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가뭄 피해가 확산하자 이날 강화도 지역을 방문해 직접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울진 등 경북 일부 지역도 취수원이 고갈되는 등 급수와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울진의 강수량은 7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나 적고 월평균 강수량도 작년의 20% 수준에 그쳤다.
이때문에 울진 북면과 서면 일부 마을에서는 취수원이 고갈돼 지난달 26일부터 차량을 이용한 급수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왕피천 물을 남대천으로 끌어들여 부족한 취수량을 채우고 있다"며 "가뭄이 지속되면 격일제 단수를 실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진욱 황봉규 이상학 이승형 우영식 손현규 김진방 공병설 기자)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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