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CCTV 통합관리…경찰 `이글아이` 도입

2015. 9. 16. 18:1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전국CCTV 통합관리…경찰 `이글아이` 도입

범죄車 자동 추적…국민 감시 논란에 "절차 철저 준수"

  • 백상경 기자
  • 입력 : 2015.09.15 04:01:03   수정 : 2015.09.15 08:44:

경찰이 운용하는 전국 약 5000여 개 폐쇄회로(CC)TV를 통해 특정 차량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색시스템이 이르면 올 11월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는 차량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잡아낼 수 있는 이른바 범죄 차량 추적용 '이글 아이'(Eagle eye·CCTV가 세상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영화 제목)가 실제로 작동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수사기법 첨단화로 볼 것인지,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과잉 수사로 볼 것인지 전문가들 사이에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국 검문소와 주요 도로에 설치된 차량방범용 CCTV에 잡힌 차량 번호판 영상이 '숫자 정보'로 전환돼 경찰청 통합서버에 저장되며 수배차량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할 수 있게 된다. 검색 결과 수배 차량이 특정되면 112종합상황실 PC와 현장 순찰차 내비게이션, 외근 경찰관 휴대폰에 실시간 위치를 즉각 자동 전송해 검거 작전에 활용한다. 14일 매일경제신문 취재 결과 경찰청은 이 같은 '수배차량 등 검색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세부 운용계획을 마련했다. 경찰은 오는 10월 중순 경찰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배차량 등 검색시스템 운영규칙'을 훈령으로 공포할 계획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직접 설치해서 취급·관리하는 전국 약 5000여 개 CCTV에서 차량 번호 그림이 아닌 숫자로 인식해 한 서버에 정보를 모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검색 대상 차량을 현행범이거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방지 또는 수사를 위해 필요한 때 등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한정하고, 경찰서장이 승인했을 때로 적용 범위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에서 문제로 지적된 감염자 차량 등 대규모 자연·사회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차량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차량을 이용한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인 광역 대응체계가 구축돼 신속한 범인 검거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관할 지방청·경찰서별로 CCTV 정보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경찰관들이 관련 영상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자료를 모은 뒤에도 일일이 영상을 보면서 범죄 차량이 지나가는지 확인해야 해 업무 부담이 컸다.

경찰은 인력을 동원한 검문검색에서 불거지는 교통체증 문제도 대폭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정보 수집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찰 측은 철저한 절차와 규정을 마련한 만큼 제한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단체 등과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며 인권 침해 문제가 없도록 세세하게 운영규칙을 손봤다"며 "훈령 공포를 통해 오히려 국민께 새로운 수사기법을 자진 공론화하고 당당한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는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 바가 크다면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며 "CCTV는 공적 공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 자신과 사회 안전을 위해 공공 장소에서 내 모습이 찍히는 것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없는 이익은 있을 수 없다"고 전제하며 "막연한 공포감으로 신기술 도입을 막는 것보다 기술을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성한 중앙대 교수는 "경찰이 해야 할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어느 정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며 "달성하려는 목적에 비해 국민들이 받는 침해가 더 큰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CCTV는 국민 안전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사회 발전 속에 신기술은 결국 도입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인권 침해를 막을 제도적 근거나 예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찰이 마련한 운영규칙을 볼 때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인권 의식은 고무적"이라며 "제도가 일선 운영자들의 의식 수준까지 담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철저한 교육 등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