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0. 20:30ㆍ이슈 뉴스스크랩
판검사도 '관피아法' 적용?..취업규제 그물에 구멍 숭숭
차관급 미만 판·검사 대형로펌 직행해도 문제안돼수임계 내지않고 몰래 변론해도 처벌규정조차 없어일반 공무원은 4급부터 취업제한..인허가는 7급도
매일경제 김세웅,김윤진 입력 2016.06.20. 17:50
◆ 레이더L / 법조비리 왜 계속되나 (上) ◆
지난해 대법원이 법조계 관행을 뒤집은 '형사 성공보수 무효' 판결을 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형사 재판부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재배당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등 최근 법조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30회째를 맞은 법률법조 전문섹션 레이더L은 법조비리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2회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회에는 법조와 비법조 출신 전관에 대한 취업 제한 규정을 비교하고, 왜 유독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비리가 발생하는지 살펴봤다. 다음 회에는 법조계에 만연한 연고주의에 대해 분석한다.
판검사들은 일반직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퇴직 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 제한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에 따라 퇴직 전 근무지의 사건을 1년 동안 맡을 수 없기 때문에 이중 규제를 당한다. 그럼에도 '법조비리'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관련 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탈법 행위를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화 변론 등 처벌 규정 없어
변호사법에는 '몰래 변론' '전화 변론' 등으로 불리는 소정 외 변론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연고주의에 따른 사건 수임도 변호사법이 '금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다. 수임 제한 규정을 위반했을 때도 처벌 조항이 없어서 책임을 묻지 못한다.
연고를 활용한 사건 수임은 법조비리 의혹 촉발의 근원지로 꼽힌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의 전방위 법조비리 사건도 구속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46·사법연수원 27기)가 재판부와의 연고를 내세워 정씨에게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갔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46·36기)은 "변호사법의 여러 허점들을 개선하고자 지난 19대 국회에 개정안이 여러 개 발의됐지만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며 "20대 국회에서 입법 청원을 통해 처벌 규정 등 부족한 부분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인 개업은 법으로 규제 못해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의 퇴직 후 취업을 제한한다. 3~4급 공무원은 최근 5년간 소속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없어야 원하는 곳에 취직이 가능하다. 2급 이상 고위직은 소속 '기관'의 업무와도 연관성이 없어야 한다.
판검사들 역시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지만, 행정부 공무원들과는 규제 강도에 차이가 있다. 차관급 미만 판검사들은 취업 심사를 별도로 받지 않고, 어느 로펌이든 취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일반 사기업 취직 때는 행정부 공무원들과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장 등 차관급 이상 판검사는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퇴직하기 전 5년간 소속된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로펌에 취업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이들 고위직 퇴임 법조인들도 개인사무소를 차리거나 중소형 로펌을 설립하고 영리 활동을 하는 건 공직자윤리법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씨 의혹에 연루돼 20일 구속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17기)는 취업 제한 규정을 피해간 대표적인 사례다.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 검찰을 떠난 뒤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2014년 변호사 2명과 함께 '법무법인 에이치앤파트너스(H & Partners)'를 설립했다가 올해 초 변호사 8명과 'J법무법인'을 차렸다.
차관급 이상이 아닌 모든 판검사들을 대상으로 취업을 제한하자는 의견은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 판검사는 공무원 급수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처럼 급수를 기준으로 취업 제한을 적용할 수 없다.
판검사는 최하가 3급이라는 점에서 3급부터 취업을 제한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판검사를 1년 하고 퇴직해도 3년간 취업을 제한받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일본 등도 법조 공무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판검사에 한해 별도의 변호사법으로 규정한 곳은 없다. 미국은 연방법에서 행정부와 다른 공공기관 공직자의 윤리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을 실무 경력 12년 이상의 변호사 가운데 선출하고, 연방판사를 경력의 '종착점'으로 여기기 때문에 취업 제한이 별 의미가 없다. 일본은 국가공무원법에서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과 관련된 지위로 취업하는 것 등을 일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도 '일반 공무원 관리규정'과 '각료규정'에 각각 일반 공무원과 장차관급 공무원의 퇴직 후 2년간 재취업을 못하게 한다.
◆외국 판검사 사실상 '평생직'
미국·독일·일본 등은 평생법관제를 확립한 상태다. 일본 판검사는 조직 부적응자나 비리 연루자가 아니면 정년까지 관직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퇴직 후 개업을 해도 사건이 없다고 한다. 미국도 법관이 사실상 종신직이다. 미국은 판검사가 이해관계인과 접촉하거나 식사만 해도 반드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연고주의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
반대로 한국은 정년을 채우는 판검사가 드물다. 후배에게 승진에서 밀려 용퇴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한국은 판검사 등 공직자 처우가 외국보다 낮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법관의 초봉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상승률이 높고, 미국 판사는 연봉이 법조인 전체 상위 10%에 드는 정도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인으로부터 연락 온 사실을 전부 기록해 문서로 남기든지 해야 연고에 기댄 청탁 등이 근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웅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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