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0. 20:32ㆍ이슈 뉴스스크랩
"수천명 만나봤지만 공부 못하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던데요"
한겨레 입력 2016.06.20. 18:26
[한겨레]기말고사 시즌 부모-자녀 다툼 잦아져
공부 왜 못하나, 왜 안하나…
부모는 속 답답해 미칠 노릇이지만
불안한 아이 감정부터 들여다봐야
우울·불안 해소하고 학습 코칭 더하면
공부에도 효율 생기고 성적도 올라
문패=<공부는 감정이다> 쓴 노규식 박사
기말고사 준비 기간이다. 공부 문제로 부모-자녀 사이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다. “너는 공부를 잘하고 싶긴 한 거야?” 많은 부모들이 시험 준비에 소홀한 것 같은 아이를 보며 이렇게 핀잔을 준다. 그런데 노규식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는 ”공부를 못하고 싶은 아이는 없다”고 말한다.
그가 얼마 전 출간한 <공부는 감정이다>(더부크)는 아이 감정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공부하라’ 소리만 무조건 외치는 부모들한테 필요한 조언을 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연세휴클리닉에서 노 박사를 만났다. 노 박사는 요즘 에스비에스(SBS) <영재발굴단>에서 전문주치의로 나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학습전문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사교육 중심지에 있는 그의 클리닉에는 어떤 아이들이 방문할까? 노 박사는 “보통 두 가지 문제로 클리닉을 찾는다”고 했다. ‘공부에 집중을 못하거나’,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이 온다. 나이대는 초등 1학년 전후, 초등 6학년 전후, 고등 1학년 전후. 그는 “아이들이 공부는 하는데 뭔가 잘 안 풀리고 힘들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클리닉에 성적이 하위권인 아이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노 박사는 “’자기효능감’(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은 경쟁이나 좌절감에 많이 노출될수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최근 시험(수능)이 쉬워져 ‘실수하면 절대 안 된다’는 압박에 ‘시험울렁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노 박사는 “예전에는 시험에 의욕이 많고, 기질상 걱정이 많은 애들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대다수 아이들한테 이런 증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연령대도 점점 내려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람의 뇌는 우울하거나 불안한 상태가 되면, 이해력?집중력?기억력 등 공부와 관련한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 ‘공부에 대한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그럼 부모는 어떻게 자녀의 감정조절을 도울 수 있을까. 노 박사는 두 가지 태도를 조언했다. “우선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인데, 뭔가 장애물이 있어서 못하는 것’이라고 믿어주세요. 왜냐하면 공부하는 아이들 마음속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모두 다 있어요. 제가 여기서 수천명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예외를 본 적이 없습니다. 반드시 있죠.”
또 하나는 “아이가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 이는 특히 지금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머리가 크면서 어휘력이나 문장구사력은 높아졌지만 감정조절능력은 아직 미숙한 상태거든요. 그러니 ‘얘가 나한테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라고 생각 마시고 ‘우리 애가 화가 나서 엄마, 아빠를 공격하고 싶구나’ 정도로만 마음을 읽어주세요. 그래야 서로 상처도 덜 받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어요.”
노 박사도 1남1녀를 둔 부모다. 큰애인 아들이 사춘기를 지날 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고, 학생들과 잘 소통한다는 학습전문가이지만 노 박사도 자녀를 앞에 두고선 ‘거리두기’에 실패할 때가 있다. “첫번째는 제가 불안할 때예요. ‘얘가 잘못되는 게 아닐까’ 상상을 하게 되는 거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마찬가지죠.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칠 때. 그게 성적이든 생활태도든 미래의 삶에 대한 자세든 어느 것이든 화가 나니까요.” 부모가 아이 감정만 들여다봐주면 저절로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걸까? 그렇진 않다. 노 박사는 “아이들은 공부가 잘될 때 공부가 가장 하고 싶다”며 “‘공부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학습 지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불안증을 겪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가 ‘과정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좋다. 결과를 칭찬하면 ‘평가’, 과정을 칭찬하면 ‘격려’가 된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 뒤에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자. ‘내가 세운 계획이 괜찮은 거고, 그 계획대로 내가 잘해왔다’는 믿음이 아이를 안심시킨다.
시험 전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단, 실전에 써먹으려면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에 15~20분씩만 3~4주 정도 연습하면 복식호흡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거울을 보고 ‘씨익’ 한번 웃어주는 것도 좋다. 얼굴 근육이 웃으면 우리 뇌는 순간 착각을 일으켜 긴장도를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노 박사는 올해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의 감정 콘트롤과 관련한 조언도 덧붙였다. “시험 당일은 뻔뻔한 삶을 살아야 해요. 자신감은 어디서 만들어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만드는 겁니다.”
글·사진 이은애 <함께하는 교육> 기자 dmsdo@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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