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 망언' 파문, 교육 정책도 되돌아 봐야

2016. 7. 14. 21:44C.E.O 경영 자료

'나향욱 망언' 파문, 교육 정책도 되돌아 봐야

현 교육 정책, '현대판 신분제' 조장

고교·대학 서열화 등 줄세우기 만연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 파문을 계기로 교육부의 정책기조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이 알려진지 사흘 만에 교육부가 파면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성난 여론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언이 교육부 고위관료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도 사회적 공분을 키운 한 원인이다.

누구나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 교육정책의 주요 방향이다. 하지만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교육부 고위관료가 신분제로 대표되는 서열화를 옹호하는 듯한 인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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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내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사무실 앞에 붙은 직원 안내판이 공석으로 수정돼 있다. /뉴스1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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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기획관의 파면에서 그칠 게 아니라 고교 서열화 문제, 서울과 지방대학 사이의 보이지 않는 차별 등 교육부가 펼치는 정책도 '공교육 정상화' 등 본래 목표와 달리 기존 서열화 공고화에 기여한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나 전 정책기획관의 발언을 계기로 교육부가 펼치는 정책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열화를 타파하려 하지 않고 되려 인정한 가운데 교육 정책이 펼쳐졌다는 것. 전문가들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교육부 정책이 결국 계층간 장벽을 공고화 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현 교육 정책, ‘현대판 신분제’ 조장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대진고 교사)는 "관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는 (학생들을) 서열화 시킨 구조"라고 현 교육부 정책을 평가했다.

이 대표는 특히 특목고와 일반고 문제를 꼽으며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최고가 되지 못했다는 좌절감도 가지지만 동시에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도 일반고(학생)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학창시절을 보낸다"고 말했다.

특목고를 비롯해 특히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 정책을 시행하며 활성화 됐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다채롭게 한다는 본래 목적과 달리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겼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고입에서부터 학생 간 서열화가 도드라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도 "교육 과정 다양화라는 미명 아래 계층별로 구획화된 고교 유형이 등장했다"면서 "또한 중학교는 국제중, 초등은 사립 초등학교 등 계층별 학교가 정립됐다"고 바라봤다. 이 같은 학교 유형의 등장은 결국 '현대판 신분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학교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대학 개혁도 문제로 꼽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구조개혁을 펼치는 한편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사회 인력과 대학 인력간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게 현재 정부의 대학 정책기조다.

하지만 인프라의 차이가 있는 서울권 대학과 지방대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기 전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도드라질 뿐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통해 우수대학을 추리고 집중지원하는 정책은 대학을 서열화 시킨다"면서 "지금의 대학 정책은 지방과 서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평가하다보니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대부분 대학 재정지원사업이나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지방대보다는 서울 지역 대학에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2014학년도 대비 2017학년도 서울지역 대학들의 입학정원 감축 비율은 정원 대비 1.1%였지만 호남권과 영남권의 감축 비율은 7.8%에 달했다. 결국 지방대보다는 서울권 대학에 유리하게 흘러가 서열화가 더욱 공고화된 모습이다.

◇재능 '발굴'에 초점 맞춰야…

조상식 교수는 서열화를 타파하기 위해 교육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가장학금 등 일부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 적어도 같은 출발선상에서 학생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금 국가장학금 체계도 사각지대가 많다"면서 "정밀하게 가정 배경을 파악해 지원하는 등 지원 제도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육은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재능을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현재는 교육의 문턱에서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며 “국가가 개입해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줘야 한다"고 앞으로의 교육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예체능에 소질이 있지만 악기를 사기 어려운 학생을 발굴하고, 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상진 교수는 대학간 서열화 해소 방안으로 '공유' 체제를 언급했다. 현재 SKY 위주로 흘러가는 대학 서열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대학간 학사 교류 등 '대학의 자격화' 보다는 '교육의 자격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반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국립대학부터 연합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가능하다면 사립대도 연합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jhlee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