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만든 ‘레디메이드’ 집을 팝니다

2016. 7. 25. 22:49건축 정보 자료실

공장에서 만든 ‘레디메이드’ 집을 팝니다

[한겨레] 거품 붕괴 그후, 일본의 주택시장

cities 일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무인양품’은 집을 만들어 판다. 거품붕괴 이후 일본의 주택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수요가 있다. 무인양품은 그 수요를 파고들었다. 그들이 어떤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무인양품의 사례는 일본처럼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갖는다.

한겨레

건평 20평(연면적 40평)의 나무의 집은 1억9300만원, 건평 15.8평(연면적 31.6평)의 창의 집은 1억8800만원, 건평 9평(연면적 27평)의 세로의 집은 2억3400만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집을 지을 때, 일반적으로 평당 500만원으로 계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수준이다. 다만 누가 지어도 균일한 품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23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무인양품 매장을 찾았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소품, 침대와 같은 가구, 벽면 장식장 등이 진열돼 있는 거대한 지하 공간 안에는 ‘집’도 있었다. 매장 안에 ‘숍인숍’처럼 꾸며진 ‘무인양품의 집’이다. 그곳에 들어가니 거실과 부엌이 펼쳐졌다. 내부에는 소파와 탁자가 있는 거실, 스테인리스 아일랜드(조리대)가 있는 부엌,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등이 눈에 띄었다. 각종 생활용품도 모두 무인양품 제품이긴 하지만, 이곳에서 파는 것은 바로 ‘집’ 그 자체다.

무인양품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7000여종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업체다. 국내에도 한국 지사가 설립되어 있다. 무인양품은 “생활용품에서 생활용품을 담는 바구니, 바구니를 담을 수 있는 가구, 가구를 담을 수 있는 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영역의 인기를 다른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회사의 전략 측면에서만 보면,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거품(버블)붕괴 속에서 무인양품이 찾아낸 새로운 시장이라고 본다면, 한국에서도 분명 시사점이 있다. 한국 역시 일본을 따라 인구감소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거품붕괴의 시대에 그들이 찾아낸 새로운 시장은 무엇일까?

매장을 찾은 다음날, <한겨레>는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무인양품의 본사, 양품계획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양품계획의 가와치 고지 주거공간사업부 개발부장(건축사)과 아자미 히로요시 사업개발담당부장을 만났다. 이들은 ‘무인양품의 집’, ‘무인양품 헛(hut·오두막)’ 상품과 관련된 핵심 담당자들이다.

■ 신축시장 공략하는 ‘프리패브’

무인양품이 집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거품붕괴 직후라고 여겨지는 2004년이다. 거품붕괴 이후 일본인들은 누군가가 살았던 재고주택(일본에서는 중고주택이라 표현)을 거의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꾸준히 이어질 때는 주택을 사면 땅값 상승으로 건축물의 감가상각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지은 지 30년만 지나면 가치가 0으로 떨어져버리는 건축물의 특성 탓이다. 땅값이 오르지 않은 채 건물값이 떨어지면 부동산은 매력적인 자산이 아니다. 물론 재고주택이라고 해서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재고주택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신축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욕구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신축 수요가 중고인 재고주택 거래에 견줘 “압도적으로”(가와치 부장) 높다. 하지만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은 비용 문제 탓에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일본 사회가 찾아낸 해법은 ‘프리패브’(pre-fabricated)라 불리는 건축 방식이다. 프리패브란 미리 재단해둔 재료를 사용해 현장에서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일본 통계성 자료를 보면, 프리패브 공법을 적용한 신축 건수는 지난해 1만850건으로 전체(8만2398건)의 13%에 달했다. 세키스이하우스와 다이와하우스 등이 프리패브 공법을 이용한 주택건설 시장의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프리패브 공법의 핵심은 싼 가격보다는 공장 생산을 통한 규격의 통일과 높은 질 유지다. 현장 노동자의 숙련도와 무관하게 최종 상품의 질을 균일하면서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또 현장에서의 건축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이웃들의 민원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겨레

지난 5월23일 방문한 일본 도쿄 신주쿠의 무인양품 매장 모습. 집 자체도 전시해두고 있다. 도쿄/음성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000여종 생활용품 파는 ‘무인양품’
경기 침체 뒤 신축주택 수요에 주목
미리 재단된 ‘프리패브’로 비용 줄여

공간 활용 유연한 박스 형태의 집
박스는 계속 쓰고 안을 바꿔 쓴다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적용 가능
국가의 ‘사회적 자산’도 될 수 있다


■ “건물 자체가 사회적 자산”

땅의 조건과 상관없이 미리 짜인 ‘레디-메이드’ 주택은 균일하고 평균적이어서 몰개성이란 부작용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반영돼 있는 신축 주택시장에서는 더욱 큰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무인양품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 하나를 덧붙였다.

한 가지는, 기둥이 거의 없는, 하나의 박스 형태로 집을 만든 점이다. 내부 구조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소비자들은 취향에 따라, 또는 땅의 형태에 따라 다른 모델, 다른 규격의 집을 구매할 수 있다. 무인양품의 집은 ‘나무의 집’, ‘창의 집’, ‘세로의 집’ 세 가지 모델을 가지고 있고, 모델마다 수많은 유형을 미리 정해뒀다. 예컨대 나무의 집을 고르면 건물을 올릴 토지의 가로세로 크기에 따라 20개의 다른 유형을 고를 수 있다. 20개 중 하나를 고른 뒤에도, 그 안에서 또다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세부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무인양품 가구 제품을 활용해 구조를 세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와치 부장은 “집에 벽이 거의 없고 하나의 박스 형태이기 때문에, 자녀가 둘이어서 방이 2개 필요하면 (무인양품의) 가구를 침대와 침대 사이에 놓는 식으로 구분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대량생산이라는 프리패브의 장점을 채택하면서도 각각의 소비자마다 다른 취향을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박스 형태의 집 자체는 일본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무인양품 쪽의 설명이다.

“30년 이상 누군가가 살던 집은 새 입주자의 취향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언제든 내부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100년, 아니 그 이상도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 되는 거죠. 그렇게 하면 건물 자체가 사회적 자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가와치 부장은 무인양품의 이런 전략이 일본 정부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법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고주택 거래가 침체된 일본에서 무인양품의 집이 내놓은 건물의 박스형 기본구조를 반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건물 철거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재고주택을 구매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일본 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아자미 부장은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는 ‘집의 가치가 제로(0)가 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집을 더 중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품붕괴와 재고주택 거래 급감 현상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제8기(2001~2005년) 주택건설 5개년 계획 이후부터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재고주택 활용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축만 늘어나면 빈집이 늘어나고, 그 빈집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유발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주장처럼 무인양품의 집이 제시하는 유연한 내부 구조는 가구 구성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양식인 콘크리트 아파트는 3~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변화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전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겨레

세로의 집 단면도. 층마다 2개씩, 총 6개의 박스가 각각의 기능을 하게 된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위치를 달리 할 수 있다. 층고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무인양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연한 주택의 조건

무인양품의 이런 전략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무인양품이 강조하는 박스 형태의 구조체가 높은 질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진에 취약한 일본에서 구조적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무인양품은 목조에 철제를 덧붙여 연결부위를 강화하는 에스이(SE) 공법을 이용해 건물의 기본이 되는 박스 형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목조 기둥과 보를 철제로 연결해 강력한 라멘구조(기둥과 보로 이뤄진 구조)를 형성해 집을 마치 박스처럼 만들 수 있다. 일반적인 목구조 공법에 견줘 내부에 벽과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면서도 강한 구조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이 공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단 한 채도 부서지지 않았다.

박스를 이루는 벽체의 품질도 대폭 높인다. 가와치 부장은 “벽체 안쪽과 바깥쪽 양쪽 모두에 단열재를 넣었고, 새시는 3중창이다. 이것이 기본 옵션”이라고 말했다.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명품은 오래 써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무인양품은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주택 설계를 의뢰했다. 2007년 출시된 ‘창의 집’은 세계적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구마 겐고의 작품이다. 2004년부터 생산돼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무의 집’은 난바 가즈히코 도쿄대 명예교수가, 2014년 출시된 ‘세로의 집’은 건축설계사무소 미칸구미의 다케우치씨가 설계했다. 다만 가와치 부장은 ‘상표가 없는 우수한 제품’을 표방하는 회사명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유명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우수한 디자이너를 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수한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원하는)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수한 디자이너들에게 설계를 의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2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고호쿠구의 닛파초에 무인양품의 집(나무의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와타나베(60)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겨레>와 함께 방문한 일본인들은 바로 이런 점에 관심이 높았다. 한 가족은 와타나베씨에게 부엌의 디자인에 대해 무인양품 설계안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수차례 물었다. 와타나베씨는 부엌의 배치가 무인양품이 제시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와타나베씨의 어머니인 사이키(82)씨는 여러 주택 브랜드 중 무인양품 주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디자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품계획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무인양품의 집에 실제 거주하는 곳을 방문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한겨레

무인양품 헛 샘플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리노베이션과 오두막으로까지 진출

거품붕괴 이후 일본의 시장 상황은 무인양품이 집 이외의 각종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배경이 되고 있다. 무인양품은 지난해 ‘리노베이션 클럽’이란 이름의 상품을 내놨다. 도시재생기구(UR)는 아파트가 지나치게 노후해 임대를 하기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무인양품과 함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나섰다. 리노베이션 이후 인기를 끌면서 개별 소비자들도 무인양품 쪽에 리노베이션 요청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나온 상품이 리노베이션 클럽이다.

무인양품 도쿄 유라쿠초점에 문의해보니, 70㎡(21평)의 집이라면, 기존의 모든 내장재를 헐어내고 거실 바닥과 부엌, 새시, 벽지 등을 모두 리노베이션(인필 0)하는 데 600만엔(6443만원)이 든다고 소개했다. 무인양품 도쿄 유라쿠초점 관계자는 “사업 시작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도쿄에서만 20~30건의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이라며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내년 5월께 출시될 ‘무인양품 헛’이란 이름의 또다른 주택 상품도 주목할 만하다. 디자이너가 설계한 10~25㎡의 초소형 집을 싼 가격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프리패브 제품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무인양품 헛은 코르크, 알루미늄, 나무 등 지속가능한 재료를 써 가격은 7000만~8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양품 헛은 도쿄 같은 대도심에서 좁은 임대주택에 살면서도 자연 속에서의 여유 있는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다. 도심과 달리 교외에는 신축이 가능한 토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아자미 부장은 “도쿄에서는 임대주택에서 사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만의 작은 공간을 갖길 원하는 수요도 여전히 많다. 주말에 교외로 나가 내 집 같은 곳에서 즐기려는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가와치, 아자미 부장은 “(여러 상품 중에서) 무인양품 헛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한적한 교외에 나만의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캠핑이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이런 수요를 반영한다.

한겨레

무인양품의 집, 연도별 누적 판매량. 2011년 이후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출처 : 무인양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집, 한국에선 통할까

무인양품이 처음 집을 내놓은 2004년은, 1992년부터 시작된 거품(버블)붕괴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평가받는 해다. 첫 해 판매량은 단 1채, 다음 해인 2005년 11채 판매에 그치는 등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한 해 약 200채씩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총 1483채를 판매했다. 가와치 부장은 “일본은 저출산으로 자녀가 1~2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가족끼리 모여 살자는 수요까지 생기며 판매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6년 현재 인구 5080만명 수준인 한국은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찍은 뒤 인구 감소의 길을 걷게 될 전망(통계청 인구추계)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살)는 올해(3703만명)를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일본을 따라가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부동산 시장은 다를 수 있다. 부동산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항상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양립한다.

다만 한 가지, 이미 국내에서도 새 집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수익성 문제 때문에 재건축이 어려운 저성장의 시대에는 오래된 아파트의 가치가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재고주택의 거래량이란 측면에서는 일본의 궤적을 따라갈 개연성이 충분히 높다는 뜻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찾는 수요가 많다. 최근 매우 좁은 땅을 싸게 구입해 단독주택을 짓는 ‘협소주택’의 사례는 이런 욕구를 반영한다.

나무의 집 모델 중 가장 좁은, 건평 58㎡(17.6평)의 경우 가격이 1575엔(1억6800만원)이다. 세로의 집 중 한 모델은 34.3㎡(10.4평)짜리로 1896만엔(2억279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경훈 국민대 교수(건축)는 “프리패브 공법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건축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국내에서는 과거 한 건설사의 아파트가 프리패브 공법으로 아파트 시장에 진출했지만, 당시에는 콘크리트 건축물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났다. 프리패브 주택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정착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