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노선' 예고한 트럼프 인선…美언론 "타협 없다는 신호"

2016. 11. 19. 21:10지구촌 소식

'강경 노선' 예고한 트럼프 인선…美언론 "타협 없다는 신호"

안보라인 3인, 反무슬림·인종차별·고문 옹호 등 논란

미국내 무슬림·유색인종 등 두려움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안보라인 요직에 초강경 인사들을 앉히면서 향후 외교·안보 정책에서의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에는 유세 기간에 내놓은 극단적인 언사와 공약을 접고 공화당 주류나 민주당과 타협해 온건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최근의 인선으로 이 같은 예상이 무색해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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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 내정자,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인선을 통해 민주당이나 온건 공화당과 가교를 연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표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팀이 선거 이후 보다 온건해지는 신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전문지 더힐도 "트럼프의 내각과 백악관 인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운동 기간 보여준 모습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선이 확정된 안보라인 3명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기간 보여온 강력한 '反이슬람' 기조를 공유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게 된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예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슬람교에 대해 '암'(癌)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이슬람교도에 대한 두려움은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도 이슬람교의 뿌리에 '유독한 이데올로기'가 있다며 이슬람교도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인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게 된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도 '무슬림 형제단'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 남부빈민법센터의 리처드 코언 센터장은 "문제는 이들이 통과시킬 법안이 우리의 안보를 위해 기대고 있는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할뿐더러 미국 내 이슬람교도가 우리의 적이 되도록 내몰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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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종이나 이민자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기조가 예상된다.

세션스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검사 시절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연방 지방법원 판사 지명까지 철회된 인물이다.

당시 상원 법사위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그는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에 대해 "그들이 대마초를 피운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KKK가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발언했으며, 흑인단체인 전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를 '반(反)미국적이며 공산주의 영향을 받은' 단체라고 언급했다

또 동료인 흑인 검사 토머스 피구레스는 세션스가 자신을 "보이(boy)"라고 불렀다고 증언했다. '보이'는 과거 흑인을 모욕적으로 부를 때 썼던 말로, 미국에서는 금기어로 통한다.

흑인 인권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의 더레이 매케슨은 "세션스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역사적으로 소수자였던 이들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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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권단체들은 CIA의 포로 고문이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을 펼친 마이크 폼페오 의원이 CIA 국장으로 내정된 것에 경악하고 있다.

폼페오는 2014년 CIA 고문실태 보고서 공개 당시 이를 공개한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민주) 미 상원 정보위원장을 향해 "미국인의 생명을 위험으로 내몰았다"고 맹비난했다.

인권단체들은 트럼프의 인선이 미국이 일궈온 "인권의 진보를 수십 년 뒤로 물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안보진용은 물론 백악관 수석전략가나 비서실장 등 지금까지 트럼프가 지명한 인물이 모두 백인 남성이며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권인수위원회는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주변에 정권이 세운 어젠다를 수행할 뛰어난 인재를 앉힐 것"이라며 "여러 배경의 미국 국민을 통합할 지도자로서 트럼프는 모두를 끌어안는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