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6. 20:07ㆍC.E.O 경영 자료
"연구는 않고 권력싸움만… 폐쇄적 한국工大, 그들만의 리그"
최종수정 2016.10.09 오후 1:12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 조선일보·서울대工大 공동기획] [제3부·4] 무늬만 글로벌 한국工大
- 본국복귀 외국인 교수 7명 인터뷰
"권위주의·배타적 분위기에 놀라… 연구 어떻게 할지 고민은 않고 논문에 자기 이름 몇 번째만 신경"
올해 '工大 국제화지표' 바닥권… 외국대학선 외국인재 영입 사활
"같은 학교, 같은 공대 내에서도 전공(專攻)이 다르면 남처럼 지내는데 어떻게 국제 공동 연구를 하고 외국인 교수를 받아들이겠습니까."
하인리히 불토프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장은 교육부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했던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WCU) 사업'의 지원을 받아 5년 동안 고려대 뇌공학과에서 연구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자 독일로 돌아간 그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공대는 겉으로만 글로벌화를 외치고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역시 WCU사업으로 경북대에서 4년간 강의했던 가몬 데루키 미국 텍사스A&M대 교수는 "남을 인정하지 않는 딱딱한 연구 문화에 놀랐다"고 말했다.
◇국제화 점수, 서울대 27점 KAIST 31.7점
정부가 8000억원을 투입한 WCU 사업을 통해 36개 대학이 외국인 교수 410여명을 채용했다. 대부분 공대 교수들이었다. 본지 조사 결과 이 중 80%에 이르는 340여명이 사업이 끝나자마자 한국을 떠났다. 23명을 채용했던 고려대와 13명을 뽑은 광주과학기술원은 1명씩만 남았다. 서강대와 경북대는 각각 12명, 9명의 교수를 영입했지만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돌아간 교수 7명에게 한국을 떠난 이유와 한국 공대의 문제점을 물었더니 대부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권위주의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해 외국 연구자들이 연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강대 WCU사업단에서 서비스 시스템 경영공학연구를 진행했던 라가브 라오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한국 대학에서는 연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권력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막스플랑크 불토프 소장은 "교수들이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함께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논문에 자기 이름이 몇 번째로 들어가는 데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공대의 국제화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대학 평가 기관인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이 외국인 교수·국제 공동 연구 등을 종합해 매긴 '2016년 공대 국제화 지표'에서 서울대는 100점 만점에 27점, KAIST는 31.7점이었다. 폐쇄적인 학풍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대(33.3점)보다도 떨어졌다. 가몬 데루키 텍사스A&M대 교수는 "한국이 일본보다도 더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스위스 로잔공과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등은 거의 만점을 받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스탠퍼드대는 80점대였다.
교수 숫자만 비교해도 한국 공대의 폐쇄성이 드러난다. 서울대 공대 전임 교원 334명 중 교포를 포함한 외국인은 20명, 연세대는 234명 중 11명에 불과하다. 전면 영어 강의를 하고 있는 KAIST조차 전임 교원 627명 중 외국인은 54명이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교원 채용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외국인으로 꾸준히 뽑지만 그만큼 또 나가기 때문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석학 영입 위해 연구실 학생들까지 통째로 데려와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우수한 외국인 연구자는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 공대에 새로운 시각을 심어줄 수 있고, 세계적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며 "외국인 연구자들의 역량을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국제 공동 연구와 협업이 점차 중시되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한국 공대는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 대학들은 우수한 외국 연구자 영입에 사활을 건다.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로잔공대는 우수한 외국 교수를 데려오기 위해 해당 교수의 연구실 소속 학생들까지 통째로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있다. 초임 교수 연봉이 18만달러(약 2억원)에 이르고, 주택까지 마련해준다. 또 학부에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쓰지만, 대학원은 영어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 이 덕분에 취리히공대는 교수의 60%, 로잔공대는 45%가 외국인이며, 연구자들의 출신 국가가 무려 120개국에 이른다. 최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장은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미국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스위스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런 노력 덕분에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에서 노바티스·로슈 같은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defying@chosun.com] [박승혁 기자] [심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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