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계산 위주 수능 수학… 케임브리지 공대 합격생도 ‘쩔쩔’

2017. 6. 12. 20:56C.E.O 경영 자료

암기-계산 위주 수능 수학… 케임브리지 공대 합격생도 ‘쩔쩔’

임우선기자 입력 2017-06-12 03:00수정 2017-06-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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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전무… 겨우 ‘반타작’한 학생도… “외국입시에선 수학적 사고 묻는데
한국, 빠르고 실수없이 계산 요구” 
테스트 사례 소개한 이혜정 소장 “상대평가 폐지 등 새정부 교육공약
결국 서열화 방식만 고치는 것일 뿐… 시험문제 자체를 시대 맞게 바꿔야”

이혜정 연구소장

#장면1. 한 무리의 대학 신입생들이 시험지가 놓인 책상 앞에 앉는다. 이들은 미국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해외 유명 대학에 합격한 한국 학생들. 이들 앞에 놓인 것은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다. 과연 세계 최고 명문대 합격생들의 수능 점수는 몇 점일까.

결과는? 전멸이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1등급을 받지 못했다. 놀라운 것은 공대 합격생들조차 수학과 과학탐구 점수가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반타작’ 수준인 학생도 있었다. 

#장면2.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수능 후기를 나눈다. 대체 왜 점수가 이 모양인 걸까. 한 학생은 “외국에선 시험 때 공학용 계산기를 활용해 수학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일일이 빠르게 실수 없이 계산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수학뿐 아니라 과학에도 왜 이렇게 암기나 계산 문제가 많으냐”며 “한국과 외국의 과학교육이 추구하는 목표가 전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해외에서 경험한 과학 입시문제는 ‘두 개의 다른 종의 생물이 만났을 때 진화하는 과정을 추론해보라’ 등 ‘진짜 과학자’ 같은 생각이었던 반면에 수능에서는 주기율표를 외우고 분자량을 계산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 보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외국에서의 입시가 ‘내가 아는 지식과 생각을 쓰는’ 것이라면 수능은 ‘모르는 걸 계속 읽고 맞히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학교 일제고사 폐지 △고교 내신 완전 절대평가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화 등 공약이 동시 다발적으로 논의되며 그 어느 때보다 학생 ‘평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7월에는 대입 수능 개편안이 발표된다.

그러나 새 정부의 고교 내신, 대학 입시 정책이 채점 방식만 바꾸는 것일 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방송사의 교육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해외 명문대에 합격한 한국 학생들의 수능 테스트 사례를 소개한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장(사진)은 “이래도 수능이 가장 타당하고 뛰어난 인재 선발 시스템이냐”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7년간 교수와 학생들을 분석하는 등 교수법·평가 분야의 전문가인 그는 최근 ‘시험이 바뀌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뀔 수 없다’고 단언하는 책을 써 화제가 됐다.  

이 소장에 따르면 새 정부 공약은 사실상 이전과 다르지 않고 교육을 혁신할 수도 없는 정책이다. 절대냐 상대냐를 두고 논쟁하지만 이는 결국 서열화 방식만 바꾸는 것일 뿐, 시험의 질문 내용 자체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평가 개혁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시험에 나오는 문제가 바뀌지 않으면 교사도, 학생도 다른 방식으로 가르치거나 공부할 수 없다”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발생 연도를 묻는 한국의 시험과 ‘전쟁 후의 평화합의가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킨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묻는 교육 선진국의 시험 중 무엇이 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낳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일각에서 수능에 일부 서술형을 도입할 것 등을 제안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답을 외워야 하는 평가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평가는 전혀 다른 것인데 이를 섞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다. 또 수능과 EBS 출제 연계는 고교 교실을 ‘문제집 암기장’으로 만든 최악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오직 ‘경쟁의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어차피 죽은 교육을 조금 쉽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문제는 이 치열한 죽음의 레이스를 뚫고 성공의 트랙(서울대)에 올라도 둘 중 하나가 사실상 무직이라는 것이고, 이 상황을 바꾸려면 교육이 방향에 맞게 달릴 수 있도록 평가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육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 개혁을 하겠다지만 이는 무책임한 말이고, 혁신과 도약은 합의를 통해 나올 수 없다”며 “구국의 심정으로 평가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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