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안나게 해라"…심해지는 층견(犬)소음 갈등

2018. 2. 5. 18:5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개 짖는 소리 안나게 해라"…심해지는 층견(犬)소음 갈등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서울 강동구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는 A씨(65)는 지난 3일 오후 8시51분쯤 이웃이 기르는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며 이웃집에 불을 냈다.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A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A씨는 이웃집 출입문 유리를 깨고 이불을 집어넣은 뒤 라이터로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집에 사람이 없었고, 고양이는 탈출했다.

이처럼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으로 이웃간 갈등이 심심찮게 빚어지고 있다. '층견(犬)소음'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층간소음 상담건수 가운데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소음이 4.6%로 나왔다. 층간소음은 사고력 저하, 휴식과 수면방해, 불쾌감 증가, 공격적 태도 형성, 피로증대 및 교감신경계 혈압상승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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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사례처럼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종종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반려동물로 인한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끼리 다툼을 벌이다 15층 난간으로 떠밀려한 주민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층간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텔레비전, 악기 등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음은 5분을 기준으로 주간 45데시벨(dB), 야간 40데시벨을 초과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 법에는 동물 소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웃간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 서울시와 광주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웃분쟁조정센터' '동물갈등조정관' 제도 등을 도입해 반려동물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준우 동물행동심리전문가(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교수)는 "대부분의 가정견들이 짖는 데는 원인과 행동, 결과가 반복학습된 경우가 많다"며 "일례로 초인종 소리가 짖는 원인일 때, 보호자가 안아주거나 짖지말라고 말하면 개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행동으로 알고 계속 짖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런 개들에게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면 개들은 더이상 짖지 않는다"며 "또 개들이 짖는 원인 중 하나가 불안감이기 때문에 장난감에 간식을 숨겨두고 스스로 찾아먹는 연습을 시키면 자존감이 높아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