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 세계 77개 도시 중 식료품값 3번째로 높아…소득은 38위

2018. 7. 27. 19:32C.E.O 경영 자료



서울, 전 세계 77개 도시 중 식료품값 3번째로 높아…소득은 38위

최종수정 2018.07.26 11:23 기사입력 2018.07.26 11:05


스위스 UBS 2018 물가와 소비 도시 순위  
취리히,제네바 물가 '최고', 소득도 '최고' 
서울 소득은 적은데 식비 부담 커  
서울 근로자 구매력 전세계 38위 
점심값 기본 1만원…외식가격 줄줄이 인상

서울, 전 세계 77개 도시 중 식료품값 3번째로 높아…소득은 38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직장생활 10년차인 최성진(38)씨는 최근 전 직장 입사 동기들과 점심 식사를 위해 여의도 IF…C몰을 찾았다. 여의도 직장인들의 맛집으로 꼽히는 몰내 약속 장소에 도착한 최씨는 메뉴판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퓨전 일식당인 이 곳의 시그니쳐 메뉴인 벤또 세트는 1만7000원. 대부분의 메뉴는 2만원을 웃돌았다. 기본 샐러드 가격도 1만1000원이고 와규 샐러드는 1만8000원에 달했다. 이직 기념으로 모인 자리인 만큼 계산을 맡은 그는 가장 저렴한 1만1000원 상당의 돈까스를 주문했지만, 음료까지 주문하자 세명의 식사 가격은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서울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 월급 봉투는 '쥐꼬리 수준'인데 생활 물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삶이 고단해진 것이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전체 소득 수준은 다소 개선됐지만, 인건비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을 중심으로 메뉴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근로자들의 구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스위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최근 발표한 '2018 물가와 소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식품 가격 수준은 전세계 77개 도시 가운데 3번째로 높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스위스의 제네바와 취리히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물가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도쿄는 서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또 가전제품은 서울이 8번째로 가격이 높은 도시였다. 남성복과 여성복 가격 순위도 각각 전세계 9위와 10위에 오르면서 서울의 물가 순위는 16위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은 38위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던 제네바와 취리히의 경우 소득도 1, 2위를 차지했지만, 이들 도시 다음으로 높은 식품 물가를 자랑하는 서울은 소득 수준이 중하위권인 셈이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식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 결과 서울 근로자들의 구매력은 전세계 38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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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최근 3년간 2% 못 미치는 저물가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신선식품지수는 2016년부터 2년 연속 6%를 웃돌았고, 같은기간 농축수산물 가격은 3.8%와 5.5% 뛰면서 실제 체감 물가는 크게 올랐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뛰면서 먹거리 물가 역시 급격히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대표적인 8개 외식 메뉴 가운데 7개 품목의 가격이 작년보다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서울의 냉면 평균 가격은 880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올랐다. 삼겹살은 1만5621원(200g 기준)에서 1만6489원으로 5.6% 인상됐다. 서울의 유명 냉면집들은 올해 들어 대부분 가격을 올려받고 있다. 봉피양은 올해 초 평양냉면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렸고, 필동면옥도 냉면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구슬기(37ㆍ여)씨는 "통상 점심식사 비용은 7000~1만2000원인데 커피까지 포함할 경우 평균 1만5000원"이라며 "샐러드 한 접시도 9000원인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 시민의 연간 근로시간은 2307.2시간으로 전세계 8위를 기록했다. 서울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 도시는 인도의 뭄바이와 베트남의 하노이, 멕시코시티, 뉴델리, 보고타, 두바이, 이스탄불 등 신흥 국가의 수도다. 반면 연간 휴가 일수는 14.2일로 꼴찌(65위) 수준이다. 사우디아리아비아의 수도 리야드 시민들이 연간 37일의 휴가를 즐겼고, 러시아 모스크바는 33일로 뒤를 이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