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왼쪽)과 김경수 경남지사 [뉴스1ㆍ연합뉴스]
드루킹은 이 문건을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현대자동차는 차량 공장을 개성공단으로 이전을 추진해 북측은 세수 확대를 통한 경제 발전을 꾀할 수 있고 우리(남측)는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는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김 지사에게 알렸다. 김 지사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다. 이 문건엔 또 “국민연금을 활용해 대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해 재벌을 개혁하고, 기업을 위한 수익모델로서 개성공단 2000만 평 개발을 추진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특검이 난처해진 이유는 이 문건과 비슷한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후보 시절 언급했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ㆍ현대차 개성공단’ 문건이 김 지사에게 전달된 지 이틀 뒤(2017년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 2000만 평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면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3단계에 걸쳐 2000만 평까지 확장하겠다”며 “다양한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하고 우리 기업들의 북한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시의 한 양식장을 방문한 김경수 경남지사 [경상남도 제공]
검찰 출신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드루킹과 문 대통령과의 연결 의혹에 대해 한국당이 계속 지적을 해온 상황에서, 이 같은 문건이 나왔다는 것은 특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김경수 지사가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최고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봤을 때, 이 문건 내용이 최소한 구두 보고 형식으로라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회찬 의원 서거로 ‘수사 흘리기’ 비판을 받은 특검팀 입장에선 수사 중인 문건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지사는 드루킹과의 관계에 대해 “의례적으로 인사만을 주고받은 사이”라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은 사이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1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기억의 착오 때문에 (드루킹과 만난) 횟수 등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해명했던 것과 지금까지 나온 사실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드루킹이 구속되지 않고 바깥에 있었다면 문재인 정권의 남자 최순실이 될 뻔했다. 아찔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노회찬 의원 죽음 이후 특검을 중단하라고 했는데 뭔가 큰 건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막으려 한 게 아니겠느냐”고 가세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래도 심리적 압박은 느끼지 않는다”며 “다만 수사에 활용되는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금기시한다는 원칙이 깨진 데 대한 아쉬움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최선욱ㆍ정진호 기자 isotope@joonga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