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17 03:15
평소엔 범죄자처럼 대우하던 기업인들 내일 평양行에 포함
'기업 자율성' 보장 않으면 남북 경협 성과 내기 힘들 것
![송의달 오피니언 에디터](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9/16/2018091602276_0.jpg)
"북한엔 하나라도 더 줄 생각을 하는데, 우리에겐 적의(敵意)와 살기(殺氣)만 넘친다."
사석에서 만난 한 기업체 고위 임원은 "내가, 우리 기업이 만약 북한 사람, 북한 기업이라도 이런 핍박을 받을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왜 그럴까. 기업, 특히 대기업은 현 정부 출범 후 최우선 손봐야 할 '적폐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올 2월부터 11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SK, 롯데 등 상위 30대 기업 대부분이 압수수색을 받은 게 증거다. 올 4월 '물컵 갑질' 논란을 빚은 한진그룹이 당한 압수수색 횟수는 지금까지 18차례로 거의 매주 한 번꼴이다. 11개 정부 부처가 총출동해 5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뚜렷한 위법(違法) 사유는 없다는 얘기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30대 기업이 모조리 압수수색을 당하며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없던, 대한민국 건국 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이와 대비되는 게 북한에 대한 정부 태도이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금강산 관광객 살해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은커녕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선(先)남북관계 개선, 후(後)북핵 폐기'를 골자로 한 '신(新)자주선언'을 밝혔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열었다. 또 철도·도로 인프라 사업에만 최소 7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대북 경협 지원을 하루라도 빨리 하려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다.
급기야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대기업의 총수 등까지 내일부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평양 방문단에 포함시켰다. 한 경제학 전공 교수는 "기업으로선 정부의 표적 대상이 다시 안 되려고 마지못해 응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상전(上典)'처럼 모시는 북한을 위해 우리 기업을 '하인'처럼 부리는 꼴"이라고 했다. 해당 기업들이 대북 경협사업에 뛰어들거나 투자 약속을 했다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경우, 글로벌 경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지만 정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는 듯한 태도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남북 경협은 한반도 공영(共榮)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20여 년간 남북 경협으로 망한 대기업은 있어도 번듯하게 성공한 기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천리마운동 하듯 사회주의 방식으로 남북 경협을 하면 돈 퍼주기에 그쳐 결국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기업은 폐허이던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주역이자 자유시장경제의 기둥이다. 경쟁과 혁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리며 투자와 좋은 일자리를 만든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 기업인들은 정부가 남북 경협 등에서 기업을 잠시 '이용'하려 할 뿐 존중이나 배려하는 마음은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에 보이는 애정과 관심의 5분의 1이라도 우리에게도 주면 좋겠다" "남북 경협에서 정부는 투자 여건 조성에 최대한 노력하고 투자 결정은 기업 판단에 맡겨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6월 밝힌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려면 우리 대기업의 참여가 꼭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을 범죄자로 겁박하고, 하인처럼 다루면서 그런 성과가 가능할까. 남북한이 동반 성장하려면 우리 기업에 햇빛과 사랑을 듬뿍 쬐게 해주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대기업 평양행(行)은 자칫 남북 공멸(共滅)의 문을 여는 서곡이 될 수도 있다.
사석에서 만난 한 기업체 고위 임원은 "내가, 우리 기업이 만약 북한 사람, 북한 기업이라도 이런 핍박을 받을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왜 그럴까. 기업, 특히 대기업은 현 정부 출범 후 최우선 손봐야 할 '적폐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올 2월부터 11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SK, 롯데 등 상위 30대 기업 대부분이 압수수색을 받은 게 증거다. 올 4월 '물컵 갑질' 논란을 빚은 한진그룹이 당한 압수수색 횟수는 지금까지 18차례로 거의 매주 한 번꼴이다. 11개 정부 부처가 총출동해 5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뚜렷한 위법(違法) 사유는 없다는 얘기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30대 기업이 모조리 압수수색을 당하며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없던, 대한민국 건국 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이와 대비되는 게 북한에 대한 정부 태도이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금강산 관광객 살해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은커녕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선(先)남북관계 개선, 후(後)북핵 폐기'를 골자로 한 '신(新)자주선언'을 밝혔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열었다. 또 철도·도로 인프라 사업에만 최소 7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대북 경협 지원을 하루라도 빨리 하려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다.
급기야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대기업의 총수 등까지 내일부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평양 방문단에 포함시켰다. 한 경제학 전공 교수는 "기업으로선 정부의 표적 대상이 다시 안 되려고 마지못해 응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상전(上典)'처럼 모시는 북한을 위해 우리 기업을 '하인'처럼 부리는 꼴"이라고 했다. 해당 기업들이 대북 경협사업에 뛰어들거나 투자 약속을 했다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경우, 글로벌 경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지만 정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는 듯한 태도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남북 경협은 한반도 공영(共榮)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20여 년간 남북 경협으로 망한 대기업은 있어도 번듯하게 성공한 기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천리마운동 하듯 사회주의 방식으로 남북 경협을 하면 돈 퍼주기에 그쳐 결국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기업은 폐허이던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주역이자 자유시장경제의 기둥이다. 경쟁과 혁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리며 투자와 좋은 일자리를 만든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 기업인들은 정부가 남북 경협 등에서 기업을 잠시 '이용'하려 할 뿐 존중이나 배려하는 마음은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에 보이는 애정과 관심의 5분의 1이라도 우리에게도 주면 좋겠다" "남북 경협에서 정부는 투자 여건 조성에 최대한 노력하고 투자 결정은 기업 판단에 맡겨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6월 밝힌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려면 우리 대기업의 참여가 꼭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들을 범죄자로 겁박하고, 하인처럼 다루면서 그런 성과가 가능할까. 남북한이 동반 성장하려면 우리 기업에 햇빛과 사랑을 듬뿍 쬐게 해주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대기업 평양행(行)은 자칫 남북 공멸(共滅)의 문을 여는 서곡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