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류봉제업체의 베트남 하노이 인근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올 상반기(1∼6월)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대상국 중 미국, 케이맨제도에 이어 투자액 3위에 올라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17년째 중국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시에서 공장을 가동하던 국내 섬유 분야 중소기업 ‘하이텍스’ 백종국 대표는 현재 베트남 다낭에 또 다른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사업은 아예 정리할 예정이다. 백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중국 노동자 월급은 한국 돈으로 17만 원 수준이었는데 이제 거의 100만 원이어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 반면 베트남은 시간외 수당과 퇴직금, 보너스 등을 고려하더라도 30만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텍스처럼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가는 국내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그 결과 올 상반기(1∼6월) 한국의 대(對)베트남 직접투자액이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홍콩 제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한 해 전체를 통틀어서도 베트남 투자액이 중국을 넘어선 적은 없었다. 베트남이 명실상부한 ‘포스트 차이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17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19억7081만 달러(약 2조2245억 원)로 지난해 9억4253만 달러에 비해 2배 넘게(109%) 늘었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인 19억5460만 달러도 벌써 넘어섰다. 해외직접투자란 한국의 개인이나 법인이 외국법인과 지분 투자 등 경제 관계를 맺거나 외국에 사무소나 공장 등을 설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을 뜻한다.
중국에 대한 투자도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에서 벗어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베트남의 증가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올 상반기 대중 투자액은 15억956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억8731만 달러보다 46.8% 늘었지만 대베트남 투자액보다는 3억7513만 달러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