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경내엔 관사 3개… 외교장관 관사 등은 축구장 8배 크기

2019. 4. 12. 18:52C.E.O 경영 자료

靑경내엔 관사 3개… 외교장관 관사 등은 축구장 8배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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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국무총리 공관 정문 앞을 경비가 지키고 서 있다. 총리 공관은 대지만 1만5000㎡에 달하며, 본관과 삼청당, 경비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료사진

김의겸 前대변인·주영훈 경호처장 논란으로 본 ‘관사’

세종엔 빈 곳 많아… “세금 들여 지나친 혜택 부여” 비판도

장관·지자체장들에 ‘관사’제공  
5부요인, 공적 공간 포함 ‘공관’  

경호처 직원들 거주 ‘대경빌라’  
靑 1㎞ 거리… 他소속도 입주  
김의겸, 가족과 입주 특혜논란  

총리 공관은 ‘태화궁’자리 위치  
軍수뇌부 관사는 한남동에 집중  
국회의장·대법원장 공관도 위치  
2년전엔 ‘호화 리모델링’ 눈총도  

세종 10곳의 전세보증금 23억  
1곳당 관리비 年200만원 추정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관사 재테크’,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의 ‘관사 가사 도우미’ 논란으로 국·공유 재산인 관사(공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축구장 8개 규모가 넘는 대형 저택부터 연립주택형 원룸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임대료 없이 수도·전기요금 등 일부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누리는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의 경우 일부 부처 장관의 관사가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외교행사 등 업무특성이나 출퇴근이 어려운 직원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지원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사가 모든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며, 각 기관이 입주 규정·기준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꼭 필요한 사람에게 관사 생활의 기회가 주어져야 불필요한 관사 혜택 논란을 없앨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5부 요인, 정부 부처 장관, 시·도지사 등 주요 고위 공직자의 관사를 중심으로 그 운영 실태를 알아본다.

▲  청와대 관사인 ‘대경빌라’.
1. 정부 공관·관사 의미 

대통령 관저나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의 공관 또는 관사는 대표적인 국유재산이다. 국유재산법은 “국가가 직접 사무용·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행정재산 및 공용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와 독립기관·중앙관서(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장, 국방·군사시설 중 주거용으로 제공되는 시설 등”을 대표적 예로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관저’를,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공관’을 지원받는다. 중앙부처 장관들도 ‘관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도 자체적으로 운영 근거를 마련해 단체장에게 관사를 제공할 수 있다. 단, 공관과 관사는 개념에 약간 차이가 있다. 공관은 공적 저택의 개념으로, 단순한 주거용 공간 외에 공적인 업무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까지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국회의장 공관.
2. 靑 관사 위치와 현황 

청와대에는 정원이 포함된 단독주택 형식의 관사가 3개 있다. 청와대 내부에 있는 대통령 관저와 인근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 관사(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경호처장 관사(종로구 궁정동) 등이다. 대통령 관저는 집무실인 여민관으로부터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비서실장과 경호처장의 관사 또한 여민관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장관급인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은 별도의 관사가 없다. 다만, 청와대로부터 1㎞가량 떨어진 거리에 ‘대경빌라(종로구 청운동 등 위치)’라고 불리는 연립주택들이 흩어져 있는데, 여기에 일부 인사가 입주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 빌라’를 줄인 ‘대경빌라’는 본래 긴급 출동 등을 요하는 경호처 직원들을 위한 숙소지만, 경호처 외 필요가 인정된 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인력도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의용 안보실장도 위기 대응 등을 위해 평일에는 이곳 대경빌라에 마련된 거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대경빌라’입주 기준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 경호실장 외 청와대 소속 인사들은 누구나 입주를 신청할 수 있다. 관사를 관리하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이 내부 기준과 규정에 따라 가부를 결정한다. 직급과는 관계없으며, 본 거주지와 청와대의 거리나 업무 긴급성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올라온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도 관사 거주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전 대변인도 대통령 호출, 언론 대응 등 업무 긴급성이 인정된 경우다. 다만, 이들에게 꼭 주택 한 채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독신자 숙소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18평형 이하의 일반 공무원 아파트같이 방 2개에 화장실 1개가 딸린 것이 기본 구조로, 대개 2인이 함께 사용한다. 방이 3개인 곳은 3명이 공유한다. 김 전 대변인처럼 배우자가 함께 거주하길 원할 경우에는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해 소형 평형 1채를 배정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부처 장관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외교부 장관 공관.
4. ‘관사 재테크’논란 

김 전 대변인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25억 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3월 29일 사퇴했다. 사퇴 뒤에도 김 전 대변인이 10억 원의 은행 대출을 받을 당시 상가 수를 늘려 대출액과 이자율을 기준보다 유리하게 받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전 대변인이 건물 매입 과정에서 관사에 입주한 뒤 4억8000만 원 상당의 종로구 옥인동 전셋집을 정리, 상가 구입 자금을 일부 마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사를 재테크에 활용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김 전 대변인은 임명 직후인 지난해 2월 배우자와 함께 대경빌라에 입주했는데, 이는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긴급 대응할 상황이 많은 대변인의 역할이 고려돼 관사 입주를 허가했다고 밝혔지만, “김 전 대변인의 거주지가 본래 서울이고, 가족 동반 입주는 이례적”이라며 특혜 지적이 제기됐다. 

5. ‘관사 가사도우미’논란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이 환경 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경호처 소속 무기계약직 여성 직원을 자신의 관사로 불러 가사를 시켰다는 의혹은 사적·공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관사의 특성 때문에 빚어진 논란이다. 경호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당시에는 경호처장 관사에 청소 등 관리를 전담하는 공관병과 일반직 공무원이 상주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공관병은 없어졌고, 일반직 공무원은 계약직 직원으로 교체되면서 전담 인력이 사라졌다. 이에 이 계약직 직원 A 씨는 경호원 등 체력단련시설인 연무관 청소와 함께 하루 1∼2시간씩 관사에 들러 청소를 했다. 청와대는 경호처장의 가족 등이 거주하는 2층을 제외하고 공적 공간인 1층 회의실 등만 규정에 따라 청소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호처 내부에서 A 씨에게 가족의 빨래와 청소를 시켰고 밥도 해달라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 씨가 이를 부인했지만, 관사에 직원을 동원한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 각 부처 장관 관사 

청와대 다음으로 큰 공관은 국무총리 공관이다. 총리 공관은 대지만 1만5000㎡(4540평)에 달한다. 집무실, 회의실, 침실이 있는 본관과 연회장 등으로 쓰이는 삼청당, 경비실 등으로 구성됐다. 경내의 등나무와 측백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총리 공관터는 조선 중기까지 왕자들이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화궁 자리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1961년까지 국회의장 공관으로 사용되다 국회의장 공관이 한남동으로 옮긴 이후부터 총리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앙부처 장관 중에는 외교부 장관 공관이 축구장 8개 반 규모로 가장 크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은 대지 면적이 1만4710㎡(4458평)에 건물 면적도 1420㎡(430평)다. 외교부 장관이 주한 외교사절을 공관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비롯해 각종 외교 관련 행사를 공관에서 개최하기 때문이다. 외교·안보부처 장관 중에서는 통일부 장관이 공관이나 관사가 없지만,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남북회담본부를 가끔 행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10개 부처 장관들을 위한 관사도 운영되고 있다. 모두 아파트 관사로, 전세 보증금만 총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사당 관리비만도 연간 200만 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하지만 일부 장관이 서울에서 출퇴근하면서 ‘빈집’으로 남아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아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공군참모총장 공관.
7. 軍 참모총장 관사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의 관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주로 집중돼 있다. 6·25전쟁 이후 이 지역으로 부지가 정해지면서 한곳으로 몰린 것. 하지만 서울의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군 관련 관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한남동의 육군 참모총장·한미연합사 부사령관·해병대 사령관 공관, 동작구 대방동의 해·공군 참모총장 공관 등 5명의 공관에 대한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공관은 군사외교와 지휘관 격려 차원에서 쓸모가 많아 이번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에도 각 군 총장을 위한 공관이 마련돼 있다. 이들 공관의 대지면적은 육군총장 8393㎡, 해군총장 1만3914㎡, 공군총장 6005㎡, 연합사 부사령관 8977㎡, 해병대 사령관 9772㎡로 모두 합하면 4만7061㎡에 달한다. 1만8700㎡ 규모인 서울 광화문광장의 2배가 훌쩍 넘는다. 

8. 입법·사법 수장들 공관 

입법부와 사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의 공관도 한남동에 위치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4년간의 국회의원 임기 중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2년간 국회의장 공관에 머무를 수 있다. 국회의장 공관은 부지 7053㎡(2133평)의 2층 단독주택이다. 국회사무처가 1995년 사들였다. 국회의장 공관도 매년 1월 1일 신년 하례회를 비롯해 각국 인사들과의 만찬 등 외교행사에 활용되고 있다.  

바로 인근에는 대법원장 공관이 위치해 있다. 대법원장 공관도 2층짜리 단독 주택으로 약 1300㎡(393평) 규모지만, 2년 거주하는 국회의장과 달리 6년을 머문다는 게 큰 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7년 9월부터 석 달 동안 대법원장 공관을 리모델링하면서 16억6650만 원의 세금을 집행해 ‘호화 리모델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건물 벽 마감재 교체에 수입 석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남동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태국 등 주한 외국대사관도 많아 ‘한남동 공관촌’이라는 말도 나온다. 

▲  지방자치단체장인 경남도지사 관사.
9. 지방자치단체장 관사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사용 책임, 사용료 면제, 비품 관리 등 관사 운용 관련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대상은 주로 단체장과 부단체장인데, 지역적 특성에 따라 운용 형태가 다르다. 가령 인천시, 전라남도 등 광범위한 도서 지역을 보유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도시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관사를 마련해 놓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 조례로 관사 운용 관련 규정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의 호화 관사 논란은 심심찮게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호화 단체장 관사로 비난받는 주택 대부분은 과거 관선 시대 당시 지어졌거나 마련된 것이라고 행정안전부는 설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분권 시대에 중앙정부에서 단체장 등의 관사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방의회, 언론 등에서 호화 관사에 대한 감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 해외 사례 

한국과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일본이다. ‘국가공무원숙소법’에 따라 총리 관저부터 장관, 일반직 공무원들의 숙소를 정해놓고 있다. 장관급 관료의 관사는 법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독신자 숙소나 일반 간부급 관사는 매월 1만 엔(약 10만 원)에서 6만 엔가량의 숙소비를 받는다. 미국은 대통령과 부통령 및 육·해·공군 지휘관에게는 관사를 제공하지만 일반 부처 장관이나 고위직 인사는 관사 생활을 하지 않는다. 워싱턴DC 인근에서 군 장성들이 거주하는 관사가 밀집돼 있는 곳은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국방부 청사) 인근 포트 마이어 기지다. 국무부도 직원을 분쟁·위험 지역에 보낼 때는 관사를 제공한다. 한국도 분쟁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한 미국 대사관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들은 대부분 용산의 미군기지 내 관사에서 생활한다.  

유민환·박준희·정유진·유회경·정철순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