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文의 ‘사실과 다른 말들’ 다 모았다

2019. 4. 17. 21:11C.E.O 경영 자료

[김광일의 입] 文의 ‘사실과 다른 말들’ 다 모았다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4.17 18:40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 때 간혹 동문서답을 할 때가 있다. 독일에 갔을 때는 부총리가 깜짝 놀라서 무대로 뛰어올라가 대통령 답변을 바로 잡아준 적도 있다. 유체이탈 화법은 자주 본다. 그러나 상대국 정상과 공식 대화를 한 뒤에 말을 옮기면서 명백하게 팩트가 틀린 말을 할 때가 있다. 아예 없는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일부러 거짓 정보를 국민에게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 본인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일종의 심리적 허언 증세인가?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하고 보자는 배짱인가?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형편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한 형편에 맞춰’,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이런 대목은 작년 9월 평양선언에 명시 된 바 김정은이 서울로 오기로 한 합의를 문 대통령 스스로 저버리는 약속 파기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워낙 매달리는 입장을 취해온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치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은 (…) 빠른 시일 내에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문재인·트럼프 두 사람은 김정은과 미·북 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갖는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 번즈빌에서 열린 경제·조세 개혁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 (…) 지금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는 좋은 관계다. (대북) 제재는 그대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가 ‘빠를 필요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자 그렇다면 문재인과 트럼프, 둘 중 누가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 연설을 평가하면서 또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비핵화’란 단어 자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은은 핵무기를 "국가의 근본 이익"이라고 했고, "핵으로 핵 위협을 종식시켰다"고 했다. 김정은은 또 "하노이 회담이 재현되는 건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도대체 김정은 연설에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어디에서 들었단 말인가? 착각인가, 아니면 듣고 싶은 말을 일부러 만들어낸 것인가.

문 대통령은 또 이런 말도 했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이 북남 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자기 책임을 다하라"고 하면서 남북 합의 불이행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떠넘겼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판문점·평양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박영선과 김연철, 두 사람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 뒤에 이렇게 말했다. "특권층끼리 결탁하고 담합하고 공생하여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는 반드시 끝내야 한다." 대통령의 이런 말을 듣는 국민들은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면접을 생략한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 특혜 취업, 친여 매체 출신에게 예상 질문을 미리 보낸 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 심사에서 9등한 사람을 뽑아 올린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집을 몇 채씩 갖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 떳떳하지 못한 방식으로 25억 상가 투자를 한 청와대 대변인, 의심스러운 방법으로 35억 주식 투자를 한 헌재 재판관 후보자 부부,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 가쁘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특권과 반칙으로 좌절과 상처를 주고 있는가. 대통령은 눈과 귀가 있으면 대답을 해보라.

문 대통령은 신문의 날에 이렇게 말했다. "이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은 없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저녁 강원도에 큰 산불이 있었고, 엄청난 기세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지시내용도 없었다. 그래서 몇몇 유튜버들이 대통령은 3시간에서 5시간 동안 뭘 했느냐고 물었다. 청와대는 유튜버들을 고발하고, 허위 조작정보 대응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대학생들이 풍자 대자보를 붙이자 경찰이 바로 압수수색을 하고 그 학생들을 갖가지 방법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서지문 고려대 교수는 말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나 현실과 상반되는 말이어서 더듬거리며 할 말을 대통령이 너무 태연히, 분명한 어조를 하는 것을 보니 국민은 소름이 돋는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