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시진핑의 ‘같은 꿈’

2020. 3. 9. 13:35C.E.O 경영 자료

문재인·시진핑의 ‘같은 꿈’

이신우 논설고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과정서

한국 문재인과 중국의 시진핑

양국 지도자 판박이 행동 양태

방역 컨트롤타워 자임하다가

책임 회피부터 마녀 사냥까지

기회주의 정치인 진면목 보여

무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이름의 역병이 터진 초기의 베이징과 서울. 처음엔 별것 아닌 듯 보였다. 충분히 통제 가능하리라 여겨졌다. 기회주의 정치인이라면 모름지기 이런 시점을 통치 능력 과시의 기회로 삼는 법이다.

그래서였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28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세상을 향해 “내가 직접 지휘하고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응한다면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만천하에 자신이 컨트롤타워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랬던 시진핑이 2월 4일 열린 정치국 상무회의에서는 ‘일선 당 간부들의’ 잘못임을 지적한 다음 ‘전면적 동원’의 주어를 ‘회의’ 혹은 ‘당중앙’으로 슬쩍 바꿔 끼웠다.

대한민국의 청와대도 하루 전인 1월 27일 자기네가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새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우한으로부터의 입국자 전수 조사를 특별 지시하는 등 앞장선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다가 이틀 만에 “질병관리본부가 중앙방역대책본부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고 정정했다. 청와대에서 질본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정부부처로 구성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은 그대로였다.

제2의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비유되는 우한 폐렴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제1 원인 제공자는 당연히 시진핑이다. 그런데도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전염병 사태가 심상치 않게 번지자 그는 리커창 총리를 대신 우한으로 보냈다. 물론 시진핑이 총리에게 내치의 권력을 내준 적은 없다. 전통적으로 역대 총리가 맡아온 중앙재정경영소조 조장까지 박탈했을 정도다. 그래놓고 전염병 대책반은 리 총리에게 특별 하사했다.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폭발한 직후 현장 책임을 떠맡은 것 역시 정세균 총리였다. 하지만 친문 네티즌들은 정 총리에게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는데 총리 역할에 충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일 안 하는 총리 월급을 ‘문프’에게 넘기라”고 했다. 그쪽 고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중국 우한의 저우셴왕 시장은 중국 국민으로부터 질병 확산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다. 정보를 조기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저우 시장이 1월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슴에 감춰두었던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지방정부로서 (중앙의) 허가를 받은 뒤에야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본부장 역시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방역 입장에서는 고위험군(중국인 방문객)이 덜 들어오는 입국 금지가 당연히 좋다”고 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바가 있다”는 꼬리를 달았다. 높은 분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은밀한 사정을 밝힌 것이다.

시진핑은 2월 23일 “코로나19는 신중국 최대의 공중위생 사건”이라고 성격을 규정하면서도 “중앙의 형세 판단은 정확했으며 각종 업무 배치는 적시에 내려졌고 효과적이었다”고 강변했다.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론을 후베이(湖北)성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노골적이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전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뒤늦게 격상하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신천지 집단 감염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선의 방향을 틀어 보려는 애처로운 몸짓이었다.

3월 4일, 질본이 ‘신천지 압수수색은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을 내놓았음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색 강행 의사를 꺾지 않았다. 물론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질본의 입장을 180도 바꿔놓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하루 전인 3일, 시진핑은 “코로나19의 근원과 전파 경로 연구”를 새로 주문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미국 발원이나 한국 신천지 전파설이 퍼져나갔다. 새로운 마녀사냥의 프로젝트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두 지도자는 이처럼 우한 폐렴을 ‘코리아 코로나’로 만들고 나서야 사태 수습의 문을 닫을 심산인 듯하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중국몽을 (시진핑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것들이 중국몽이라면 문 대통령의 소망은 제대로 이뤄진 셈이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