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얘기 한다"···당정청 모인 삼청동, 고성 직전까지 갔다

2020. 3. 31. 19:27C.E.O 경영 자료

"답답한 얘기 한다"···당정청 모인 삼청동, 고성 직전까지 갔다

기사입력 2020.03.31. 오후 5:56 최종수정 2020.03.31. 오후 6:06 기사원문 스크랩

“아무리 나라 살림이 걱정된다 해도 선거 앞두고 국민이 다 죽어가는데 답답한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지원금 지급 범위와 액수를 확정하기 위한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열린 자리였다. 이날 총리 공관에선 "지원금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 측 입장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2시간 가까이 맞섰다. 이 과정에서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홍 부총리에게 “답답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9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과감한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 맞서 재정 건정성을 우려하며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5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최적의 지원금 지급 방안을 만들겠다며 한자리에 모였지만 당과 정부, 청와대의 입장이 제각각이었다. 홍 부총리는 나라 곳간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국가 채무와 재정 건전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각 지역에서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앓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 데다, 17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돈을 주고서도 욕먹는' 상황도 피해야 했다.

회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싸늘했다. 홍 부총리가 먼저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50%로 제한해야 한다. 지급 범위가 넓어질수록 국가 채무가 늘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 소득 하위 80%까지 지급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이후부터 논박이 오갔다.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70%로 하되 50% 이하 구간에는 100만원을, 50~70% 구간에는 50만원을 주자”는 홍 부총리의 주장과 “균등 지급해야 한다. 지급 범위는 80%로 하고, 모든 재원은 100% 국고로 충당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조정식 의장과 윤호중 사무총장은 “소득에 따라 지급 금액을 달리할 경우 돈을 쓰고서도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 [뉴스1]

사실 이 날 양 측간의 기 싸움은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당과 정부는 홍 부총리와 조 의장이 중심이 돼 1주일 넘게 물밑에서 의견을 나눴지만, 끝까지 이견을 못 좁혔다.

팽팽히 맞서던 국면은 말을 아끼던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당 의견에 힘을 싣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도 동조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는 싸우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정리를 하기 위한 자리다. 다수가 민주당 의견에 동조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뜻을 모으자”고 말했다. 다수 입장이 정리됐던 셈인데, 이후에도 홍 부총리는 끝까지 "나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낙연 위원장은 지난 29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고 한다. 그는 "언쟁이 너무 격렬해지지 않도로 달래는 역할이었다"며 "자칫 싸우기 직전까지 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지난 30일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대체로 당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정부는 앞으로 더 긴하게 돈을 쓸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재정의 건전성을 쉽게 허물어선 안 된다며 매우 신중한 태도였다”고 설명했다.

총선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총선 승리를 통한 문재인 정부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이라는 목표에 맞설 명분이 부족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당에서 절박하게 호소했고, 이를 배려해준 결과”라며 “지금까지 집권당의 협조로 정부 운영이 안정적이었던 만큼 당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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