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의혹 해소책임, 선관위에 있다

2020. 5. 13. 23:20C.E.O 경영 자료

[이규화 칼럼] 의혹 해소책임, 선관위에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기자

입력: 2020-05-12 19:14

이규화 논설실장

4·15 총선에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과 쓸데없는 소리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그제는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부정선거 증거라는 것들을 제시했다. 민의원과 몇몇 유튜버들이 제기한 투표지 등 증거보전신청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부정선거 의혹은 민주주의 선도국 미국에서도 종종 제기된다.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간 개표부정 논란은 대법원까지 갔었다. 그만큼 선거의 공정성은 중요하고 이의제기는 흔한 일이다.

이번 부정선거 의혹은 사실 작년 1월부터 잉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실질적 책임자인 상임위원을 공정성이 의심받는 사람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현 조해주 상임위원은 문재인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렸던 기록이 있어 논란이 됐고 자유한국당은 임명을 강력 반대했다. 이후 선관위가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것도 문제였다. 이번 선거운동기간 동작을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와 이수진 후보의 투표독려문구 허용을 놓고 공정성이 의심받는 해석을 내놨다. 선거관리에도 허점을 보였다. 공직선거법(151조)은 사전투표지에 바코드를 사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굳이 QR코드를 고집했다. 대법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지만 법을 충실히 따르는 게 옳다.투표지를 선관위 공식 보관상자가 아닌 빵 박스에 보관한 것, 일부 개표과정에서 참관인의 확인과정 없이 개함한 것, 일부 밀봉 도장이 훼손된 것 등 선거관리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여러 증좌와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민의원이 그제 들고 나온 비례대표 사전투표지가 실제 존재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선거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증거'들 중에 결정적 물적 증거는 없다. 거의 통계적 예외성에 근거한 주장들이다.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하고 당일투표에서는 통합당과 민주당 득표가 엇비슷하거나 통합당이 이긴 곳이 많은데 이렇게 단일 모집단에서 추출한 두 표본집단의 투표 성향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통계적 논리를 내세운다. 또 50대와 60대 이상에서 통합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사전 투표자 가운데 이들의 비중이 52.7%로 많았다는 점을 들어 투표결과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서울 경기 인천의 민주당 대 통합당 사전투표 득표율이 일률적으로 63대36으로 똑같다는 점도 핵심 의혹으로 제기한다. 반면, 선거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사전투표자 중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반박한다. 득표율의 수치는 우연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투표성향에 대해서는 달리 과학적인 설명을 할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왜 사전투표자와 당일투표자의 투표성향이 다른지 입증하면 해소될 것이다. 하지만 1174만 사전투표자들에게 어디에 투표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풀릴 수 없는 수수께끼다.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는 한 통계적 수치만 갖고 부정선거로 단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다만, 민의원이 제시한 사전 비례대표투표지가 실물이 맞다면 어떻게 투표지가 유출됐는지 밝혀야 한다. 분류기와 계수기에 외부 통신 모듈이 필요 없는데도 설치돼 있다는 주장도 반박돼야 한다. 처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될 때부터 선관위가 적극 의구심을 해소했다면 부정선거 논란이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 그 자체다. 민주주의 요체는 권력의 위임이고 피위임자를 뽑는 것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피위임자가 행사하는 권력이 국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4·19 로 우리는 목숨을 걸고 부정선거를 바로잡은 경험이 있다. 선거는 결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비난해서도 안 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국민 된 도리이고 의무라 할 수 있다. 선거 관리과정의 수백 수천 명이 공모해야 조작할 수 있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이의제기를 막는 일은 삼가야 한다. 백 사람이 한 사람을 설득하긴 힘들지만, 한 사람이 백 사람을 속이기는 어렵지 않다.

투개표 과정에 너무 기계적 요소가 많은 것도 꺼림칙하다. 부정선거 의혹은 수개표 재검표를 해보면 밝혀진다. 계수기 분류기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의 공개적 포렌식도 해야 한다. 이 기회에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을 통해 반복되는 선거부정 의혹 제기에 종지부를 찍길 바란다. 현재 투표지 재검표와 의혹 해소 방법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부정선거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관련 규정을 떠나 선관위가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