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87% “손주 돌볼 계획 없다”

2021. 11. 11. 17:4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중장년 87% “손주 돌볼 계획 없다”

허유진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11.11 15:07

우리나라 중장년 세대의 87%는 손주를 돌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손주를 돌보는 중장년층은 6.6%로 나타났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11일 라이나생명 사회공헌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서울 거주 만 55세~74세 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중장년 세대의 은퇴 후 사회참여를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전성기 웰에이징 보고서’로 냈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와 함께 사회 참여 인식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중장년 세대 중 현재 손주나 노부모를 돌보고 있는 비율은 각각 5.1%와 6.6%에 그쳤으며 앞으로도 돌볼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오히려 현실의 발목을 잡는 건 자녀였다. 현재 중장년 세대가 자녀를 돌보는 비율은 14.5%에 달했다. 보고서는 “늦어지는 결혼과 취업으로 인해 자립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자녀가 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중장년의 대부분은 앞으로 자녀나 노부모를 돌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응답자의 73%가 ‘노부모를 돌볼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92%가 ‘자녀를 돌볼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손주 돌볼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87%였다.

이들은 통상적인 직장 기준으로 이미 정년이 지난 나이거나 임금피크에 들어간 연령이지만, 상당수가 아직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9%가 ‘은퇴하지 않고 아직 일하고 있다’고 했고, ‘은퇴했다’는 이들은 29%였다. 평생 일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12%였다. 은퇴 후 재취업을 한 이들은 12.3%였다. 월 평균 가구 소득은 200만~400만원 미만이 가장 많았고(37.4%) 400만~600만원 미만(30.3%)이 뒤를 이었다.

중장년 세대는 대체로 은퇴 후 삶에 대해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했다. 전반적으로 은퇴를 새로운 시작으로 여기거나 은퇴 전 삶을 유지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다만 65세 이상이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경우, 은퇴를 혼란, 당황, 두려움, 무기력 등 부정적인 정서로 여기는 경향이 짙었으며 새로운 도전이 힘든 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경제활동과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과반수(55.4%)는 앞으로 경제활동과 사회참여 활동을 함께하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중장년들이 하는 활동은 모두 여가활동으로 휴식이 가장 큰 비중(82.1%)을 차지했고 친교 모임(72.7%), 여행(52.7%) 순이었다. ’하고 싶은 활동’은 건강관리(40.9%)가 일순위를 차지했다. 중장년들은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배우고 지키겠다는 욕구가 크지만 이를 위한 충분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퇴 후 사회활동을 위해 참여하고 싶은 공동체 종류로는 건강 공동체(71.3%), 친목공동체(66.7%), 여행 공동체(65.5%) 순으로 대부분 여가와 관련 있는 공동체들이 꼽혔다.




경제부 금융팀 허유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