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7. 21:42ㆍ건축 정보 자료실
중소 규모의 한 보안 솔루션 개발업체 ceo는 지난 번 몇몇 경쟁사와 함께 참여한 솔루션 납품 입찰 건으로 자존심이
무척 상해버렸다. 입찰 협상 과정이 너무 일방적이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회사가 월등한
경쟁 우위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IT 업계가 지독한 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수주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고품질 고가 정책을 포기하고 상당히 낮은 입찰 가격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주업체의 담당자는
모욕감을 느낄 만큼 지나치게 밀어 부친다. 터무니없이 가격을 후려치는 것도 그렇거니와 기술력도 없는 경쟁사와 비교까지 당하는 것은 더더욱 참기
힘들다.
‘어떻게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검증되지도 않은 경쟁사와 비교하는 거야. 솔루션 개발을 마치 공산품이라도 사는 것처럼
생각하다니. 우수한 인력을 적절히 투입해야 원하는 물건이 만들어 지는 것인데 도대체 가격만으로 협상을 하려 들다니…’ 그러나 자존심만
생각하기에는 당장 회사의 현금 흐름이 문제다.
‘할 수 없지. 칼자루는 상대방이 가졌으니 자존심 접고 일단 계약부터 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말았다.
전자 상거래의 활성화로 잘 나가고 있던 한 재벌그룹 계열사의 물류업체가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다. 이에 보안 솔루션을 새롭게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경쟁 입찰을 실시하였다.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중견업체가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자 이 회사의 ceo는 IT 업계가 대단한 불황에 빠져있는 것으로 판단,
담당자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지금 칼자루는 우리가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상대방은 따라올 수 밖에
없을 테니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발주하세요.”
이 지시에 따라 담당자는 보안 업체를 밀어 부쳐 예산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만족할만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은 협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런 협상 과정을 거쳐 체결된
계약의 결과는 쌍방이 모두 지는 lose - lose로 끝나는 것이대부분이다. 협상에 대한 단편적 이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계약의 체결이 협상의 끝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계약의 체결은 대부분의 비즈니스 협상에서 협상의 내용을 기록해 놓은 문서에
불과하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계약 체결 후 그 내용을 어떻게 이행하는 가이다. 협상에서 자존심도 상하고
일방적으로 몰렸다고 생각하는 IT 업체의 ceo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자신이 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 계약
내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힘의 우위가 공급자에게 넘어 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쌍방이 졌다고
생각하는 협상의 모습을 쌍방이 이기는 협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오로지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한 후 협상에 임하는 것이다. 다음 몇
가지 계획과 준비 포인트를 생각해보자.
Rule 1. 상대방이 반드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모든 협상에는 반드시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협상의 결렬을 선언할 것이고 불가피하게 타결을 한다면 ‘나중에 두고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절대적 욕구를 파악해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 초기 단계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듣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는 사전 준비에 기본을 두고 진행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려는
체계적 탐색 작업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절대양보불가’ 의제를 파악하는 준비는 협상의 결렬을 피하고 쌍방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게 만드는
첫 작업이다. 양보불가의제에 대하여 상대방을 밀어부치면 결과는 결렬이거나 패배감을 느끼게 만들며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될 것이다.
Rule 2. 양보 시기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상대방의 필수적 욕구를 파악한 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겼다는 느낌을 크게 만드는 방법은 그 요구를 수용하는 시기에 달려있다. 협상 초기 단계에서 너무 쉽게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면 양보의 값어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쉬운 것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에 비해 어려운 것을 성취한 사람의 만족감이 더 큰 법이다.
상대방에게 중요한 것일수록,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록 양보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Rule 3. 잃는 것이 없는 양보 보따리를 준비한다.
“사장님, 지난 번 납품하신
물품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품질만 믿고 계약을 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면 손해배상을 확실히 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십시오.”
“어떻게
약속을 하면 좋겠습니까?”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구매자의 이런
요구에 한동안 난색을 표하던 공급사의 협상담당자는
“알겠습니다. 참… 법적 책임이 무거워 지는데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되겠습니까?”
두 사람의 협상 과정에서 공급사의 ceo는 대단한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구매자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얻으면서 마치 대단한 것을 얻어낸 듯한 생각을 하고 있고 오히려 공급자는 당연히 제공해야 할 사항을 양보하면서도 생색을 내고있는
모양새이다. 계약서에 책임을 지겠다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하자 있는 물품을 공급한 공급자는 기본적으로 민사상 책임을 질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을 제대로 준비한다면 이와 같이 내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상대방에게 양보함으로 상대의 만족감을 크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Rule 4. 언제나 상대방의 협상력을 칭찬한다.
“사장님은 정말
타고난 협상가십니다. 이렇게 힘든 협상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마무리 칭찬 한마디가 상대방의 만족감을 배가시켜 줄 수 있다. 언제나 상대방의
협상력을 칭찬하고 어려웠던 협상이라는 말로 상대방의 만족감을 키워주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자.
출처 : www.knp.co.kr (국제변호사 김병국의 협상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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