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는 상생

2008. 9. 15. 10:4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환경과 경제는 상생…‘녹색성장’ 통해 强小國 실현”

이만의 환경부장관

문성웅기자 swmoon@munhwa.com


사진=심만수기자
[인터뷰 = 문성웅 사회부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때 ‘저탄소 녹색성장론’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걸었다. 저탄소 녹색성장론은 환경과 성장이라는 상충 개념을 절묘하게 배합한 듯하지만 워낙 추상적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번 일을 주도한 이만의(62) 환경부 장관을 11일 정부과천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장관은 “녹색성장은 자원과 환경 위기시대에 처한 우리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베이징올림픽때 ‘폭발적 집중력’을 보여준 우리 야구선수팀처럼 한국인의 강점을 살리면 녹색 성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세계가 깜짝 놀랄 또 다른 한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저탄소 녹색성장론 개념을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가 개발과 성장 중심의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면 21세기는 인간다운 삶과 새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그린(Green)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그린 리더십을 국민이 바라는 푸른 꿈과 결합시키고, ‘환경’과 ‘지속적 성장’ 두가지 큰 범주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녹색성장 개념입니다. 국제사회는 우리에게 능동적으로 세계사를 리드하는 녹색성장을 통해 ‘강소국(强小國)’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합니다. 국민과 함께 소통하면서 녹색성장의 실천을 뒷받침할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드는 게 환경부 장관의 역할입니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추상적 개념으로 들립니다.

“압축 고도성장을 위해 환경을 해치고 자원을 거침없이 사용한 결과 자원은 고갈되고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 환경을 살리면서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동시에 해나가야 합니다. 녹색성장은 우수한 인적자원, 산업 노하우, 경제력이 바탕이 돼야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생산방식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윤리·환경 경영과 친환경방식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나 환경의 질을 위해 특별히 더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인데, 이들은 투자자원, 새 비전이나 능동적으로 대응할 인적 자원이 없어 정부가 중소기업의 녹색성장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성장과 관련된 영역에서 중소기업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기업을 교육시키려면 예산이 투입돼야 할 텐데 회계연도 중간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들고 나와 당장 추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예를 들겠습니다. ‘리치(REACH)’를 모르고는 유럽연합(EU)에 상품을 수출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리치란 EU내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물질에 대해 제조·수입량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 평가, 허가 및 제한을 받도록 하는 화학물질 관리규정입니다. 환경부는 리치대응추진기획단을 운용하고 있는데 오는 12월1일까지 해당기업이 등록을 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힘이 달리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단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녹색성장의 좋은 예입니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해오던 친환경 개념인 녹색성장이 앞으로 산업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심 개념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환경부는 경남 창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기업이나 시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화석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저탄소 노력을 하면, 이를 행정기관에서 측정해 쌓인 점수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출퇴근 주력수단으로 사용하고 여기서 절약되는 석유가스 에너지를 금액으로 환산해 기업 등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광주, 울산, 제주도, 창원, 과천, 안산시 등 7개 자치단체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촛불 정국을 거치며 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져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요.

“우리 국민은 금방 살인이라도 할 것처럼 싸우다가도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하면서 굉장히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소통과 다이내믹한 문화적 속성은 한국인의 강점이기도 하지요. 녹색성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세계가 깜짝 놀랄 또다른 한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수돗물값이 10만원대가 될 거라는 괴담 때문에 업무 추진이 힘들게 되지 않았습니까.

“수돗물을 둘러싼 문제는 우리사회 정서 편향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스캔들입니다. 외부 전문가를 불러 수질을 향상시키고, 경영전문가가 수돗물 적자를 줄여나가는 데 지자체로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방도시 시·군 인구가 계속 줄어들지만 상수도 시설을 그만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가난한 지역은 오래 전에 깐 저질 수도관에 녹이 두겹 삼겹으로 끼어 좋은 수돗물 먹기가 힘듭니다. 이들 지역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해야 합니다. 정부를 못믿어 수돗물까지 민간에 넘겨 민간 개발업자들만 잇속을 챙기게 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시기를 조율하고, 지자체와 수요자인 고객의 의견을 수렴해 반드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동남아는 비가 많이 오지만 수질이 나빠 식수가 부족한 형편입니다. 뛰어난 정수 기술을 바탕으로 동남아에 가서 부가가치가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국내 사정 때문에 지체돼 마음이 아픕니다. 수돗물을 페트병에 넣는 ‘병입 수돗물’과 관련해서도 오해가 많습니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자체가 한꺼번에 돈을 투자하지 못하고 연차적으로 수도관을 현대화하고 있는데, 현대화가 늦어지는 지역은 낡은 수도관을 교체할 때까지 정수병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중에 수돗물 시설이 현대화되고 나면 병입기술을 동남아 등 해외로 수출하면 됩니다.”

―환경단체들과 소통은 원활히 됩니까.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도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입니다. 고도성장을 지상목표로 삼던 단계에서 환경단체는 파열된 브레이크처럼 치닫던 압축성장에 제동을 거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나름대로 국토와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환경단체 입장에서도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20세기를 넘어 21세기로, 산업화를 넘어 삶의 질까지 생각하는 녹색성장에 주목할 때입니다. 녹색성장 프로그램이 가시화하고 환경강국으로 가게 되는 길에 비정부조직(NGO)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했으면 합니다. 녹색 이미지가 주축을 이루고, 엄청난 녹색 파도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환경 시민단체와 소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환경부의 어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환경과 경제를 분리해서 볼 것이냐, 통합해서 볼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기존 환경단체는 분리해서 봅니다. 후손들을 위해 경제발전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피해를 막아달라는 논리입니다. 환경과 경제는 상생합니다. 강한 환경이 소강국을 만드는 길입니다. 경제도 놓치고 환경도 답보하는 대표적 사례로 미얀마와 투발로가 있습니다. 환경 부문에 투자할 재정 능력과 인적 자원을 갖춘 나라가 돼야 합니다. 돌발사태에 대비해 환경을 성공적으로 지키지 못하거나 그런 인적 자원을 못가지고 있으면 결국 자연에 내맡겨 환경과 경제 둘다 놓치게 됩니다.”

―환경단체들과 소통이 되지 않으면 새만금이나 천성산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예상될 것 같습니다.

“새만금 사례는 또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속도 위주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가게 됩니다. 국토 효율성이 중요하지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도권 중심의 인구 과밀화는 앞으로도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을 추구해나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10월2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릴 람사르총회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환경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람사르총회를 창원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은 미래를 내다볼 때 대단히 환영할 일입니다. 사막지대에서 오아시스를 본 일이 있는데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습지라는 것이 왜 생명의 원천이고 미래의 비전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람사르총회의 성공적 개최는, 고속 성장만 알고 국제기구에 너무 분담금을 적게 내는 등 이기적인 국가 이미지를 바로잡고 에코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환경강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환경부장관으로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시 하천이 말라 건천이 되고 있는데 도시마다 하천에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대구 신천, 광주 광주천 등은 오수처리 마지막 단계의 배출수를 파이프로 상류로 보내는 식으로 강 모양새만 내고 있는데 그것은 살아있는 물이 아닙니다. 이제는 도시개발 구역마다 적당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도시가 생명을 회복하도록 도시개발 방식을 재교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환경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산이나 심산유곡 같은 곳의 환경에 신경쓰기보다는 서울과 같은 도심이나 가까이 찾아갈 수 있는 해안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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