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로펌설립 허용 추진

2008. 9. 26. 18:05이슈 뉴스스크랩

정부, 일반인 로펌설립 허용 추진에 변호사단체 발칵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 방안 발표, 다른직역 법인도 로펌소유… 변호사 고용할 수 있게


변호사자격이 없는 일반인이나 기업체도 법무법인(로펌)을 설립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자본과 기업의 경영참여를 유도해 법률서비스 기업의 전문화·대형화는 물론 서비스 품질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문자격사 서비스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하는 한편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 T/F’를 구성해 내년 하반기까지 각종 전문 자격사를 하나의 법률로 묶어 관리하는 ‘전문자격사제도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거나 변호사법 등 각 전문자격사와 관련된 각종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기획재정부, 전문자격사 시장 진입장벽 철폐 추진=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방안은 현재의 전문자격사제도가 불합리한 규정으로 시장진입이나 자유로운 영업을 규제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의사, 약사 등 우리나라 최고 인력이 집중되고 있는 전문자격사 서비스 산업이 과도한 규제로 대형화·전문화되지 못하고 국내시장에 안주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이 일반인이나 기업 같은 비전문자격사가 전문자격사를 고용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비전문자격사라고 하더라도 실제 서비스를 수행하는 인력에 전문자격사를 고용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예 가능성조차 차단하는 것은 서비스 기업의 전문화나 대형화, 품질개선 등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의 방안이 시행될 경우 국내 대기업이나 자금력이 충분한 개인의 로펌운영은 물론 회계법인 같은 다른 직역의 법인도 로펌을 소유하고 변호사들을 고용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법무법인의 경우 여러개의 분사무소를 둘 수 있게 하면서 개인 변호사의 경우 1인당 하나의 법률사무소만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도 풀겠다는 입장이다. 능력있는 전문 자격사가 다른 전문자격사를 고용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복수의 전문 자격사단체 설립을 제한하고 이들 단체에 가입을 강제하는 것도 전문 자격사들의 결사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감정평가사나 건축사는 복수단체설립이나 회원 임의 가입이 가능한 반면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 등 대부분의 다른 전문자격사는 하나의 단체만 설립하고 이에 강제가입하도록 되어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 변호사단체 “공익성 저해, 법률서비스 비용만 높일 뿐” 강력 반발=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반인이나 기업 등이 변호사를 고용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 등 공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변호사 업무의 특수성이 모두 자본에 종속돼 몰각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지나친 이윤추구로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비용만 높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진강 대한변협회장은 “기획재정부의 이번 방안은 전문직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협회장은 “전문직을 엄격한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고 협회를 둬 그 직무수행을 관리하게 하는 이유는 그 직무의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정기획부 방안 대로라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특성상 전문직의 공익성은 영리추구의 목적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근직 대한변협 회원이사는 “기획재정부는 자본이 투입되면 고객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자본의 속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결국 자본은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비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창우 서울변회장도 “그 동안 드러난 대형 법조비리를 살펴보면 법조브로커가 개입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조치는 법조브로커에게 합법적인 사업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으로 그 동안 간신히 지탱돼 오던 법조윤리가 한꺼번에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말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인변호사에 의한 이중사무소 개설을 허용할 경우 변호사가 사무소에 주재하지 않고 결국 브로커에 의해 사무소가 운영되는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 법무부, ‘신중한 접근 필요’ 사실상 반대입장= 법조정책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방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부처간 이기주의로 비칠 것을 염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세계 10대 대형로펌이 소속된 미국과 영국에서도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전문성 등 특수성을 고려해 non-lawyer와 파트너십 결성을 금지하고, non-lawyer가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lawyer의 전문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비변호사의 관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으며, 일본도 변호사 아닌 자와의 제휴를 금지하고 있다”며 “현행 법률서비스제도의 개선은 법률시장개방과 로스쿨 향후 운영방향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간 한-미 FTA 등 법률시장개방에 대비해 외국법자문사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로펌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의 설립요건을 완화 및 상시적인 조직변경을 허용하는 등 법률서비스제도 개선방안을 자체적으로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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