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 호황

2008. 11. 15. 13:0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불황 비껴간 동대문시장 나홀로 호황
값싼 상품 찾는 소비자 늘고
엔高영향 日관광객 큰손 부상

동대문시장을 찾은 러시아인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불황요? 한창 때만은 못하지만 장사가 안 된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요. 오히려 외국 손님 덕분에 요즘 매출이 늘었어요."

지난 13일 밤 11시 40분 동대문. 제법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었지만 시장 온도는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옷으로 가득 채워진 보따리들을 손에 든 소매상들이 새벽시장을 분주하게 오갔다. 지방이나 거래처로 향하는 보따리들이 거리에 늘어선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최근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쩍 늘어난 러시아 중국 일본 등지 외국인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시장 이곳저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서툰 외국어로 "물건을 한 번 보고 가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인도 종종 눈에 띄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오는 가운데 백화점 등 다른 유통업체들이 급속한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지만 동대문 상인들에게 현재 불황은 '남의 얘기'처럼 들릴 것 같았다.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 비중은 종전에도 전체 중 20~30%대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비중이 40% 이상으로 늘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도매상 가운데 아예 중국이나 일본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옷을 제작하는 이른바 '오더' 점포도 점차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원화가치 절하로 매출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더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환율 때문에 원단값이 올라 원가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구매력이 높아진 바이어들이 오른 환율에 물건을 미리 구입하기 위해 선 주문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설명한다.

두타ㆍ밀리오레 등 동대문 소매시장에서도 불황 때 오히려 더 잘 되는 '불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동대문 한 패션몰에서 남성복 가게를 운영하는 유 모씨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최신 스타일 옷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유씨 가게 고객 중 절반 정도가 일본인 관광객이며, 이들은 보통 한 번에 20만~30만원어치를 사 가는 요즘 보기 드문 '큰손'들이다.

유씨는 "일본인들 구매력이 높아졌고 주로 현금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채명희 씨도 "중국인들은 원색 계열에 비즈 장식이 들어간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할 생각으로 내놓았지만 요즘 외국인 손님이 늘어나 매출이 괜찮다"고 말했다.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도 동대문을 찾는다. 브랜드 제품을 병행 수입해 백화점 가격보다 30~4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집매장은 새벽 시간임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 상인들은 치열한 경쟁이 불황에도 강한 동대문 경쟁력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한 상인은 "과열 경쟁이라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도태되는 업체와 새로 진입하는 업체 순환이 상당히 빠르다"고 말했다.

동대문 상권 연간 매출은 20조원 이상(추정치)으로 이는 전국 백화점 연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단일 상권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동대문에서 7년째 점포를 운영 중인 김 모씨는 "2002년을 전후해 과열 경쟁이 있었고 외국으로 수입처를 옮기는 업체도 늘어나면서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았다"며 "하지만 당시 위기를 넘긴 경험이 현재 불황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업체마다 비슷했던 옷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품질도 개선돼 외국인 바이어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쇼핑몰 확산도 동대문 시장의 새로운 전환기를 이끌었다. 젊은 층이 인터넷으로 옷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가는 창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도 쉽게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 전체 파이도 커졌다.

반면 한때 원조 새벽시장으로 통했던 남대문 의류시장은 점차 도태되기 시작했다. 남대문에서 판매하는 의류는 대부분 중ㆍ장년층이 입는 마담복과 아동복.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디자인도 평이한 상품들을 주로 판매해와 동대문만큼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남대문은 요즘 의류보다는 일본인ㆍ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김과 인삼을 판매하는 가게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인근 은행 관계자는 "문 닫는 점포는 있어도 새로 들어서는 점포가 없다"며 "최근 창업자금 대출 문의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동대문을 찾은 한 소매업체 사장은 "남대문 시장에서는 독특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시간ㆍ매초 판매 트렌드가 바뀌는데, 소매업자들도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동대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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