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업종 고전 예상

2008. 11. 18. 18:14이슈 뉴스스크랩

전 업종 고전 예상…경쟁력 키울 ‘기회’
기업경영

전 업종에 걸쳐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IMF 구제금융 때와 달리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다져져 있어 급속한 추락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 2009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08년 하반기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시기가 2009년이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도 과잉 투자에 의한 수익률 악화, 부동산 시장 불안, 추가적 위안화 평가 절상에 따른 수출 둔화 등으로 고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신흥국 시장도 동반 침체되면서 세계경제 전체가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긍정적 견해도 제시된다. 허만율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와는 달리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다져져 있기 때문에 급격히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고 대내외 거시 환경이 호전된다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전망했다.

산업별로 보면 전 업종에 걸쳐 고전이 예상된다. 허 연구위원에 따르면 음식료 의류 유통산업 등 소비재 시장은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고 원재료 조달 비용이 높은 석유화학산업 시장은 둔화되는 반면 중동의 신·증설 설비가 본격 가동되면서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산업은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수요 위축으로 글로벌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신흥 개도국을 중심으로 중저가 차량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 및 해운산업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선박 수주가 감소하고 국제 물동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쟁력이 약한 중소·신생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건설산업은 부동산 가격 하락세와 경기 불안의 여파로 민간 및 주택 부문의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정부의 재정지출과 규제 완화 등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산업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메모리 가격 하락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반도체 시장은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흥국 시장의 정보화 진전으로 이들 지역의 IT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2009년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산업은 위축…수출 기업은 경쟁력 강화

경기 침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전해진다. 선진국 시장의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 따라 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커져 ‘엔고’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경쟁 업체들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금융 위기의 영향이 적은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2008년에 비해 뜨뜻미지근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기대한 만큼 규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정부의 요구만 잦았을 뿐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는 게 주요 그룹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4대 그룹 중에는 삼성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려 있다. 삼성은 경영권 편법 승계 등과 관련된 송사에 휘말리면서 2008년 내내 ‘동면 상태’를 유지했다. 삼성은 경영권 편법 승계와 관련된 3심 재판의 결과가 나오는 12월 중순 이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 삼성’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과 특허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이우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연구·개발(R&D)은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총 R&D 투자의 76.2%에 해당하는 23조849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지만 이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기업가 정신’과 기술 혁신이 경제 발전의 원천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이 확대되고 일본과 미국의 기술적 장벽이 높은 반면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쫓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또 다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원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이 필요하다. 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의 R&D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현금 유보가 높고 미래 성장 원천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R&D 투자는 중단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일수록 기술 개발 투자를 멈출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인재 확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직업평론가 김준성 씨는 2009년 인재 시장에 대해 “월가에서 잘 훈련된 경력자들, 다른 글로벌 제조업 기업 경력자들이 기업들의 감량 경영에 따라 직업 시장에 풍부해져 기업으로서는 우수한 경력자들을 적기에 고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기대하는 규제 완화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 출신인 한현옥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조기에 마무리하려고 한다니 2008년 내에 규제 개선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와 같은 수도권 규제와 맞물려 있는 기업 규제 완화는 좀 더 긴 시간에 걸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시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모적 논란만 가중되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본질마저 흐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규제 단기간 풀리진 않을 듯

위기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기업들의 체질 강화도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11년 전 한국 제조업은 체력이 약화된 가운데 외환 위기를 맞았지만 당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으며 해외 수요와 환율이 뒷받침되면서 현재와 같은 체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달리 해외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1980년대 초 일본 제조업체들은 세계적인 불황과 고유가 속에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구미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박단소형 제품과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따라서 국내 제조업체는 차별적인 신제품 개발과 전략적 마케팅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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