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마켓팅

2008. 11. 21. 09:2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상위 1%'수퍼리치'의 지갑을 여는 방법
 
[중앙일보 김진희] 아시아의 백만장자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부자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과시'다. 아시아의 부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주로 과시하는데 쓴다. 유럽의 부자들이 그림이나 장식물 등 개인이 소장하고 바라볼 수 있는 아이템에 돈을 쓰는 반면 아시아의 부자들은 보석이나 골프회원권 등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를 알릴 수 있는 상징적 물건에 돈을 쓴다.

상위 1%, VIP중에도 VIP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에 속하는 ‘수퍼리치(Super rich)’들은 무엇을 소비하며 어떻게 살까. IT·기업 컨설팅 업체 ‘디지털인사이트코리아’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틸타워에서 '2009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상위 1%의 소비 트렌드 및 전략' 발표를 맡은 ‘the Prestige & co.’ 이기훈 대표는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부자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는 라이프스타일과 사람 등 인적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리뉴얼에서 VIP 관련 프로그램을 컨설팅 하는 등 주로 ‘귀족 마케팅’을 해왔던 이 대표의 설명을 통해 초특급 부자들의 세계와 그들을 공략할 전략을 알아봤다.



◇ '수퍼리치'란 누구인가 = 부자도 단계별로 진화를 한다. 초기 단계는 명품을 소비하면서 대중과 다르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이후 사파리나 크루즈 여행 등 일반인이 가지 않는 곳들을 여행하는 등 모험을 하거나 희소 가치가 높은 분야에 빠진다. 알래스카에서 오로라를 보거나 두바이에서 사막 골프를 즐기는 것도 그 예다. 물질적으로 충분한 여유를 누렸다면 이후에는 정신적으로 만족을 주는 명상(Meditation)에 빠진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특정 소수 종교에 몰입하는 것도 이 같은 경우다.

‘부자 중의 부자’인 수퍼리치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은행 현금 자산 5억원 이상 예치한 사람부터가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수퍼리치는 100억원 이상이며 부동산 등 자산을 합치면 약 500억원 정도다. 메릴린치·캡제미니의 '2007 세계부자보고서'에 나타난 수퍼리치의 소비 성향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자동차와 요트, 비행기 같은 개인 교통수단이 부자들의 필수품으로 꼽히고 있다. 사치품 구매 비율 중 희귀 야구카드나 동전 같은 수집품이 19%나 차지한다. 반면 유럽 백만장자들의 구매액 중 25%는 그림이나 장식물이다. 남미의 백만장자들은 보석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물건 보다는 유럽처럼 예술품 구입에 치중한다. 특히 현지 현대 미술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한다. 반면 아시아의 부자들은 주로 과시하는 데 돈을 쓴다. 요트나 비행기 구입 비율이 30%로 북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보석구매가 24%를 차지하고 골프 회원권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아는 것이 중요’ = 그렇다면 이제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때다. 수퍼리치들은 단순히 비싼 차를 타는 것에서 나아가 그 차를 타고 어디서 무엇을 먹고 누구와 만나는 지 따위의 한 층 높은 생활 패턴인 ‘하이엔드라이프스타일(High end lifestyle)’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귀족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같은 부자들의 삶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롤스로이스를 파는 딜러는 고객과 함께 대저택에 살고 요트를 즐기는 등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동등하게 즐긴다. 버즈 알 아랍호텔 한국인 수석주방장 권영민씨는 호텔의 스태프들이 영국의 집사학교 출신이라고 전한 바 있다.

수퍼리치들은 대중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명품보다 초특급 브랜드에 더욱 지갑을 활짝 열 것이란 전망이다. 대중적인 맥럭셔리(Mcluxury·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명품이 흔해졌다는 의미의 신조어)보다는 위버럭셔리(Uberluxury) 브랜드가 부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조선호텔 ‘스시조’ 등 최고급 레스토랑이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고급 주택들이 요즘 부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고급주상복합아파트보다는 자연을 즐길 수 있고 희소 가치가 높은 타운하우스 형식의 고급주택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교육프리미엄’이 높은 강남에서는 앞으로 자녀들의 결혼이나 유학 등으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상복합을 처분하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타운 하우스를 선호하는 부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희 기자


▶부자 마케팅 키워드 10계명

1. 명품 브랜드에서 배운다.

2. 문화의 향기로 포장한다.

3. 고객을 '끼리끼리' 묶어 준다.

4. 고품격 체험 이벤트를 선물한다.

5. 항상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

6. 그들이 주로 보는 미디어를 활용한다.

7. 다른 브랜드와 과감히 손을 잡는다.

8.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또 교육한다.

9. 고객의 신뢰를 이끌어낸다.

10. 한국을 너머 세계의 부자들을 사로잡는다.



▶김진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winny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