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금리 후순위채

2008. 11. 27. 09:3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재테크 전선에도 구름이 잔뜩 낀 상태다.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 제일’이란 인식이 팽배해지고, 시중 자금도 ‘안전한 곳’을 찾아 은행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골드클럽 삼성역지점 김현규 PB팀장은 “재력가도 요즘에는 안전 자산만 찾고 있다”며 “정기예금·채권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때 7%대 중반까지 치솟던 예금 금리도 지난달 이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린 영향이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아직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은행 상품이 남아 있다.

◆7%대 상품 아직 있다=요즘 단연 화제는 은행 후순위채다. 이달 중순부터 판매에 들어간 주요은행들이 일찌감치 목표액을 채웠다. 신한·외환은행 등은 이번주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후순위채는 무엇보다 연 7.7%의 이자를 매달, 혹은 3개월 단위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만기까지 기다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면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만 만기가 5년6개월로 길고 중도해지가 어려워 돈이 장기간 묶인다는 게 단점이다. 가입금액도 1000만원 이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초 28일까지 판매 예정이었지만 호응이 좋아 추가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채 상품 중에서도 고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행의 ‘독도는 우리땅 통장’의 1년짜리 중금채(중소기업금융채권)상품의 금리는 연 7%로 올해 말까지 판매 예정이다. 중금채를 포함한 은행채 상품의 경우 원칙적으로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가입금액도 보통 1000만원 이상이다. 다만 은행이 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채 외에도 통장식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도 6% 후반대의 상품이 다수 나와 있다.


저축은행 중에는 1년짜리 정기예금에 8.6%의 금리를 주는 곳도 있다. 지난주 8.2%에서 다시 금리가 훌쩍 뛰어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처럼 예금 금리가 오르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예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실이 염려된다면 예금보장이 되는 한도(5000만원)내에서 예금을 하고, 이자를 매월 받도록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돈이 묶이는 기간이 1년도 길다면 이른바 ‘회전식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기예금은 중도에 해지하면 금리가 크게 떨어진다. 이와 달리 회전식은 미리 1개월·3개월·6개월 등 회전 기간을 설정할 수 있어 중도해지 하더라도 손해가 적다. 예컨대 ‘계약기간 1년, 회전기간 1개월’로 할 경우 32일 만에 해약하더라도 1개월 동안의 이자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의 대표적인 단기 고수익 상품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다. 하루만 맡겨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는다는 점에서 머니마켓펀드(MMF)와 비슷해보이지만,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고 예금자 보호도 된다는 게 강점이다.

◆“발품 팔면 금리 오른다”=은행들이 최근 고금리 후순위채나 은행채 상품의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시중 자금을 끌어들여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돈을 끌어오는 게 급하다는 얘기다. 뒤집어 보면 예금자 입장에선 그만큼 유리한 상황이다. 특히 예금하려는 액수가 크거나 그간 거래가 잦았던 은행이라면 지점장 전결이나 본부 승인을 거쳐 고시된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해 볼 만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별로 예금 목표를 채운 곳과 아직 못 채운 곳의 상황이 다르다”며 “여러 지점을 방문해 금리를 얼마나 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