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 월 152만원 숲가꾸기

2009. 2. 7. 09:3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희망, 숲에서 피어나다

노숙인들 ‘숲가꾸기’ 참여로 월최고 152만원 벌어

이준호기자 jhlee@munhwa.com


서울시와 산림청이 공동으로 노숙인 등 어려운 사람들의 자활을 위해 벌이는 ‘숲 가꾸기 사업’ 참가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작업장에서 간벌작업 한 나무를 자르고 있다. 곽성호기자
강모(55)씨는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2004년 5000만원의 부채를 안고 사업을 정리했다.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희망을 잃고 방황했다. 두 딸이 눈에 어른거려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2005년 3월 자활영림단에 선발된 건 그로서는 마지막 기회였다. 물론 쉽진 않았다. 인적이 없고 길도 없는 산비탈을 기어올라가 해가 질 때까지 숲속에서 나무와 씨름했다. 낮에도 어두운 깊은 산속에서 전기톱을 돌려 나무를 잘랐다. 손은 상처투성이에 굳은살까지 단단히 박혔다. 지름 30㎝에 이르는 두꺼운 통나무를 자르고 나르는 중노동이 날마다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제 삶의 희망을 다시 찾았기에 이런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몸과 마음이 가볍게 날아다닌다. 강씨가 받는 월급은 평균 114만원. 연봉 1370만원 수준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노숙인 시절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매달 빚을 갚고 가족들을 위해 송금도 한다.

서울시는 강씨처럼 사업실패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자활기반을 마련하고 조속한 사회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1999년부터 산림청과 공동으로 ‘노숙인 숲 가꾸기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002년까지 숲 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노숙인 가운데 자활의지가 강한 60명을 선발, 강원 인제·영월군, 경북 울진·봉화군 등 4개 지역에서 자활영림단을 구성했고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인원 513명이 참여, 총 80억2000만원의 도급사업을 수주했다. 순수익은 54억원이다. 한 사람이 월 최고 152만원까지 번다.

이들 513명 가운데 14명은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등 52명이 자활에 성공했다. 9명은 취업했고 4명은 결혼, 제2의 인생을 찾았다. 현지에 정착한 사람은 25명이다. 자활영림단은 국유림의 조림 및 육림, 간벌, 병해충 방제 등을 실시한다. 단원은 노숙인 쉼터 입소자를 대상으로 위탁시설인 비전트레이닝센터가 모집, 선발한다. 시는 영림단원들의 조속한 자립을 돕기 위해 장비 유지비 등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강씨는 “한번도 육체적인 노동을 해본 적이 없기에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며 “그러나 이 일을 통해 다시 설 수 있다는 신념과 희망을 찾았기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4년 동안 부채를 갚아나가 3000만원을 상환했고 나머지 부채도 다 갚기 위해 좋아하던 술과 담배까지 자제하면서 오늘도 전기톱을 꽉 부여잡는다. 강씨는 자신의 경험과 희망을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최근의 경기침체로 위기가정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희망이 있다는 신념이고 신념을 되찾는다면 나처럼 언젠가 역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준호·신선종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