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기로 유명한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인 삭스피프스애비뉴가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하기도 전에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70% 인하하는 등 폭탄세일을 감행해 쇼핑객들로 북새통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여주인공들이 즐겨 신는 구두로 잘 알려진 535달러짜리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160달러에 파는 등 명품업계도 불황 타개에 나선 것이다.
삭스가 자존심을 꺾고 11월 중순부터 폭탄세일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며 명품업계의 오랜 관행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에 삭스는 제품의 희소가치가 높은 유명 디자이너 제품까지 가격을 인하해 손님들로 발 딛을 틈이 없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감하자 부득이하게 내놓은 특단책으로 명품 옷은 몇 달 만에 유행이 지나기 때문에 때를 놓치면 아무리 싸게 내놔도 팔기 어려워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삭스는 지난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낀 `연휴 시즌`이 시작될 무렵부터 70% 파격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테픈 새도브는 "파격 할인 판매로 자사의 대규모 손실은 면할 수 있었다"며 "이런 과감한 결정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소매업체는 40년래 최악의 연휴 시즌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삭스피프스애비뉴까지 폭탄세일에 나서면서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쳐 다른 명품백화점인 니만 마커스, 바니스 뉴욕도 잇따라 공격적인 할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매업체들 실적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삭스피프스애비뉴는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니만 마커스는 연휴기간이 포함된 지난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