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 경제 바닥탈출?

2009. 3. 16. 07:07지구촌 소식

살짝 지갑을 열고, 섰던 공장이 돌고… 미(美) 경제 바닥탈출?

 

 

바닥 탈출인가, 아니면 긴 침체 도중에 나타난 반짝 상승인가.

자유 낙하하던 미국 증시가 지난주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놓고, 경제의 봄을 알리는 제비가 찾아온 것인지 논의가 분분하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10일부터 나흘 연속 상승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길게 상승 분위기를 끌고 갔다. 다우존스산업평균(DJIA)은 9% 오르고, S&P500 지수도 10.7% 상승했다. 미국발(發) 훈풍으로 글로벌 증시도 상승 무드를 탔다. 유럽의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5.9%, 일본 의 닛케이225평균지수는 5.5%, 이머징마켓을 나타내는 MSCI EM지수도 8%가량 올랐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도 6.7% 상승했다.



"바닥에 근접한 신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15일 주말판에서 "흩어져 있지만 여기저기서 경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주가를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뚜렷하게 잡히지는 않지만, 여기저기서 미약한 회복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무엇보다 소비 감소 폭의 둔화에 반색한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2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1% 감소하는 데 그쳤고, 1월 소매 판매도 당초 발표보다 높은 1.8% 증가로 집계됐다.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도 3월엔 56.6으로 전달(56.3)보다 약간 올랐다. 경기하강을 주도했던 소비 위축이 일단 진정되는 신호를 보이는 것이다. 미국 쇼핑몰에서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갑을 열어 봄옷을 사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Summers)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여러 지표를 놓고 보면, 지난 연말 휴가시즌에 급락했던 소비지출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침체인 제조업 부문에서도 일부 업종과 공장에선 재고가 줄어들고, 생산이 늘어나는 조짐이 나타났다. 비료를 만드는 '인트레피드 포타쉬'사는 글로벌 수요감소로 인해 지난 2월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광산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지만, 지난 9일부터 재고가 줄어들면서 다시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며 제조업 생산 증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반도체 판매도 올라가는 조짐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콘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통해 "이번 분기에 주문이 늘었다"며 "매출 예상치를 다소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전자·통신장비 제조에 폭넓게 사용되는 원자재인 동(銅)의 수요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고철 가격도 상승세다. 뉴욕시장에서 거래되는 동 가격은 이달 들어 8.7% 상승했다.

물동량이 늘어나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박 운임료도 상승으로 반전됐다. 선박 운임료를 나타내는 발틱건조지수는 작년의 고점(高點)에 비하면 한참 밑이지만, 올 들어서만 놓고 보면 3배가량 상승했다.

금융부문 안정이 관건

'포스트 버블' 이후 벌어지고 있는 증시의 등락엔 금융주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증시 폭락을 주도했던 금융주는 지난주엔 반대로 상승장세를 이끌었다.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 (BOA)가 각각 올 들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소식과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을 방지하는 규정을 부활하겠다는 바니 프랭크(Frank) 미 하원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S&P금융지수는 한 주 동안 34%나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주가 계속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지원으로 제로금리로 조달해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현재의 은행 영업환경을 고려하면, 씨티 등 은행들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대단한 일은 못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장부상에 남아 있는 2조달러의 독성자산 처리 과정에서 다시 국유화 논란 등이 일어나며 증시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래서 현재 국면에서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은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기술적 지표를 들여다보는 부류가 많다. 앤서니 볼튼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투자부문 회장은 "현재 주가 가치와 과거 약세장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바탕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바닥에 있고, 강세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셀 내피어 크레딧리요네 컨설턴트도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들어 "현재는 주식을 살 시점"이라고 말한다. 현재 주가수익비율은 13 정도 수준으로 과거 130년간 평균 지표보다 20%가량 더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보다 신중하다. 갈수록 높아지는 실업률, 아직 하강곡선을 그리는 집값, 여전히 불안한 금융시장 등이 개선되기 전에 경제의 바닥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다. 스튜어트 슈바이처 JP모건 프라이빗뱅크 글로벌 전략가는 "우리는 아직 숲에서 빠져나오지 않았고, 이번 증시 상승은 약세장 가운데 일시적인 상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뉴욕=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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