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스틸헝그리 스틸풀리시
2009. 3. 25. 16:40ㆍC.E.O 경영 자료
“한국은 제3의 해법 내놓을 수 있는 세계의 희망”
‘사랑·희망 전령사’ 릴레이 인터뷰 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 |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
[인터뷰=김승현 문화부장] 지난해 말 전세계에 몰아친 미국발(發)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경제에 온통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어떤 회의석상에서 한 저명한 경영컨설턴트는 “올들어 신규매출이 1원도 발생하지 않은 기업도 있다”고 했다. 경제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알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경제사정에 비례해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세태다.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절실한 때가 바로 지금이며, 어려울수록 더 필요한 게 희망인데 그것을 찾기 쉽지 않다. 24일 오후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을 만나 지혜를 구했다. 이 전 장관은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에 대해 “흔히 ‘미국발 100년 만의 금융위기’라고 하는데 이는 그린스펀의 거짓말”이라며 “인류가 처음 겪는 전무후무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100년 만의 위기’라고 하면 100년 전 옛날에 있음직하다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정보기술(IT)혁명으로 세계가 초단위로 연동돼 움직이는 인류문명사 최초의 세계화된 상황입니다. 원인도, 처방도 새롭게 찾아야 합니다.” 이 전 장관은 “그런데 지금 1930년대 대공황이 왔을 때 전세계가 규제와 보호무역으로 회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과 똑같은 수순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고 우려했다. “1930년대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각국 상황에 따라 경제문제는 다른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나치, 파쇼, 군국주의로 나가 결국 제2차세계대전이 벌어졌습니다. 미국도 뉴딜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사실 전쟁으로 극복했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이번 위기는 결코 1930년대 공황처럼 아시아 대 유럽 등 블록간 이합집산을 통한 갈등과 충돌로 해결돼서는 안됩니다.” 이 전 장관은 “이번 위기는 인류문명사 초유의 사태인 만큼 경제뿐 아니라 문명과 문화의 문제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며 “막연히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철거와 함께 사회주의 해법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도 벽에 부딪힌 셈입니다. 그래서 양대진영의 가치관이 모두 실패했으니, 자본주의도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옛날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돌아가서도 안되고 돌아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 전 장관은 “문명의 시계를 분명히 읽고 지금 몇시인지, 경쟁자들과의 시차는 어떻게 되는지 자신의 시간을 빨리 읽고 답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명의 시차는 각각 다릅니다. 그러나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고 일부변경선이 있는 것처럼 표준시가 있습니다. 세계의 표준시를 분명히 읽고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 빨리 찾아야 전쟁과 같은 큰 위기 없이 희망을 찾아낼 것입니다.” 이 전 장관은 이 장면에서 “지금 우리의 위기가 단순한 경제위기인가”라고 반문하며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언제부터인지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즐거움, 창조적 노력의 가치를 잃고 돈놓고 돈먹기에 빠진 데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labor)은 작업(work)이 되고 작업은 활동(activity)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문화가 발전합니다. 노동에 기반하지 않고, 작업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으면 보람도, 자기만족도 없습니다. 일하는 자체의 즐거움이 없이는 문화도 없습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1%, 많게는 5%의 이윤을 보고 제조업을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진짜 애국자입니다.” 이 전 장관은 “서구가 300년 동안 해양무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온 문화가 지금 벽에 부딪혀 있으며 구 소련과 같이 정부가 규제하는 대륙의 이념지향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며 “대안은 선택이 아니라 창조”라고 힘주어 말했다. “애덤 스미스로 해서 안됐으니 케인스로 돌아가자는 말이 있는데 틀린 말입니다.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상황인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창조해야 합니다. 어느 여름밤 아버지가 더우니 창문을 열라고 하고, 어머니는 모기 들어온다고 닫으라 합니다. 편하게 살기 위해 아들은 강한 편의 의견을 따릅니다. 선택하는 거지요. 그러나 망창(網窓)을 쓰면 아버지 어머니의 뜻을 모두 따를 수 있습니다. 창조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창조적 제3의 대안입니다.” 이 전 장관은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 이번 위기에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국가”라고 낙관했다. “세계화(globalization)도 해야 하고, 지역화(localization)도 해야 합니다. 여기서 창조가 나옵니다. 이것이 가능한 지역이 아시아인데 일본, 한국, 중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체제가 아직 투명하지 않은 중국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본과 우리가 유력한데 일본은 19세기식 제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IT, 생명공학(BT)의 측면에서 우리보다 좀 부족합니다. 또 한국은 850만명이 세계에 나가 있는 등 인구비율 대비 해외진출 1위입니다. 노마드 정신과 추석 때 고향을 찾는 향수의 양면성을 갖고 있어 한국이 세계의 희망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나 “기회 쪽에다만 시선을 두고 상황을 낙천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위기는 철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막연한 낙관주의는 비관주의보다 더 나쁩니다. 비관주의는 밑져야 본전인데 낙천주의는 잘못될 경우 나락이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정확히 느끼고 함께 공유해야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경우 문제를 덮어 두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실직한 가장이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뒤늦게 알려져 부인은 보따리 싸서 도망가고, 자식들은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실직 가정의 드라마 풍경입니다. 그런 개인의 행위가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정의 가(家)자가 국가의 가자와 같지 않습니까. 정확한 사실을 구성원들에게 털어놓고 일치 단결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을 끝내고 스탠퍼드 대학생들에게 한 연설 “스틸 헝그리, 스틸 풀리시(still hungry, still foolish·아직 배고픈 듯, 아직 우직하게)”로 향후 한국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아직 배고픈 듯 끝없이 탐구하고, 계산하고 타협하지 말고 손해를 무릅쓰고 우직하게 나가야 합니다.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온 잡스의 말이기에 더욱 귀중합니다.” 이 전 장관은 “위기 때 더욱 힘든 이들이 사실 서민”이라며 “공평하면서도 전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위기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트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보트에 10명밖에 못 타는데 사람이 13명입니다. 다 타면 보트가 가라앉습니다. 10명만 탄다면 도덕적으로 용서가 안됩니다. 그러나 13명이 다 타면 감상주의적 도덕으로 모두가 생명을 잃습니다. 하지만 10명 정원에 13명이 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10명만 살기 위해 만들어낸 강자의 논리라는 거지요.” 그는 “위기관리체제는 분명히 있어야 하며, 뱀머리와 꼬리가 다투지 않는 것처럼 강자와 약자가 연동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전염병이 번지면 국가 지도자와 의사, 간호사, 노약자 등 대피의 순서가 있습니다. 공평하면서도 사회전체를 보는 냉정한 시스템이 미리 만들어져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로 먼저 가려고 싸운다면 출구가 하나뿐인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서로 밀치다 모두 숨지는 사태와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다소 늦게 배에 타더라도 순서와 서열에 맞게 타야합니다.” 이 전 장관은 “정글에서 ‘정글의 법칙’이 없어지는 경우는 정글에 불이 났을 때”라며 “위기 때 정글의 짐승들이 모두가 협조해 위기를 넘기는 것처럼 사회구성원 모두가 단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위기의식을 재생, 부활시키는 문화전략, 윤리전략을 국민 모두가 나눠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미디어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것이 미디어의 본령이 아닙니다. 미디어는 사회의 거울로 상처를 그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위기의 시대는 예외입니다. 이웃과 약자를 돕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트렌드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측면에서 문화일보의 ‘사랑 그리고 희망-2009 대한민국 리포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신문, 인터넷, TV 등 여러 미디어 가운데 가장 권위있는 매체가 신문”이라며 “이같은 신문의 신뢰를 이용, 위기 극복의 동력을 끌어내야 하고 그것이 신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hyeon@munhwa.com |
'C.E.O 경영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은 ‘신’이 아닌 ‘적’이 준다 (0) | 2009.03.29 |
---|---|
인터넷몰,고객유치 비결 (0) | 2009.03.29 |
한은 "정책에 대한 기대감 크다" (0) | 2009.03.25 |
뉴타운 지분거래 활기 찾나 (0) | 2009.03.25 |
도심재개발 기반시설 지원 (0) | 2009.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