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 시대

2009. 4. 30. 09:56분야별 성공 스토리

창업 성공 아줌마들의 비결
가장 자신있는 아이템 골라 일단 조그맣게 시작하세요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부대찌개 전문점 `박가부대` 증미역점을 운영하는 김명순 씨(51ㆍ사진)는 1년 정도 준비과정을 거쳐 창업해 월평균 800만원가량 수익을 내고 있다. 결혼 후 2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았던 김씨는 평소 음식에 자신이 있었고 특히 찌개는 눈 감고도 끓일 수 있다고 자부할 정도. "부대찌개는 누구나 즐기는 메뉴인 데다 제 자신이 찌개 맛 내는 데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점포를 열었죠. 가족을 위하는 주부 심정으로 손님들을 대하니 단골도 많이 확보되더군요."

주부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남편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불경기로 살림살이까지 팍팍해지자 가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주부들 창업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출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에는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우리 사회 현실도 주부들이 창업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주부들이 창업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 경험이 부족해 실물경제에 어둡고 정보 수집, 자본 동원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약점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본인의 적성에 맞고 주부로서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철저한 준비와 굳은 각오를 갖고 부딪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자본 점포 창업은 주부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꼽힌다. 업종이나 입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점포 임차비용을 포함해 5000만원에서 많아도 1억원 미만에서 시작할 수 있고 서비스업이 대부분이라 가정에서 살림하던 경험을 살려 도전한다면 오히려 주부가 아닌 이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최근에는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창업할 수 있는 무점포 창업 아이템도 대거 등장해 선택폭이 넓어졌다.

창업 아이템을 고를 때는 특기ㆍ경험ㆍ적성을 살릴 수 있고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음식업의 경우 전문적인 솜씨가 필요하지 않고 평소 조리 경험이 있는 메뉴를 다루는 것이 유리하다.

예컨대 국수나 찌개ㆍ볶음밥 전문점 같은 것은 살림 경험만 갖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업종이다. 경기도 일산 홈플러스 소재국수 전문점 `우메마루`를 운영하는 김향 씨(34)는 다섯 살배기 자녀를 둔 주부다. 그녀가 국수 전문점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월수익은 웬만한 대기업 부장 월급과 맞먹는 600만원 선. 점포 규모는 23㎡(7평)로 점포비용과 주방집기, 설비비 등을 모두 합쳐 5000만원가량 창업자금이 들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반대를 많이 했죠. 아이도 키워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점포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이 대단했어요"라며 "하지만 일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고 꾸준한 수입이 생기면서 지금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외조하더군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내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창업하기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주부 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향후 전망은 밝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성이 소비의 주류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같은 여성 처지에서 소비자를 이해하고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부 창업 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철저한 사전계획 없이 뛰어드는 소위 `묻지마 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주부 창업자 과반수가 왜 창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옆집 누구 엄마가 가게문 열어 성공했다기에…"라며 말끝을 흐린다. 주변인물의 성공담만 듣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십중팔구 실패한다. 따라서 창업 전 고객을 응대할 자세가 됐는지, 종업원을 관리할 자신이 있는지 등을 스스로 되새겨보고 투자비용, 기대수익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가족 동의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사와 사업을 병행하는 것인 만큼 사전에 가족의 양해를 얻어 가사 분담에 대한 협조를 받아야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 차질이 없다.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는 시간 활용이 용이한 것을 고르도록 한다. 하루에 자신이 몇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지를 정한 뒤 이에 맞는 사업을 해야 한다.

점포를 얻을 때는 예상 지역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3~4곳은 무조건 다녀야 한다. 똑같은 점포라도 권리금 등이 다르게 책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

정부,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주부 대상 창업 프로그램은 반드시 수강하도록 한다. 매출, 원가관리, 세무, 법률 관련 다양한 창업교육은 물론 창업대출 등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대형 투자는 금물이다. 주부들은 대개 사업에 대한 경험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적은 아이템을 골라 실패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명진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