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불멸의 송골매
2009. 4. 10. 09:11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선배님 축하합니다” 한화 선수단이 플래카드를 들고 프로통산 첫 3000이닝 투구를 달성한 송진우(왼쪽에서 3번째)를 축하해주고 있다.대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
‘송진우 선수의 위대한 도전!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 3000이닝 달성’
한화 송진우(43)가 대망의 3000이닝 투구를 달성하는 순간, 대전구장 전광판에는 축하문구가 떴고, 팬들은 그의 ‘위대한 도전’이 완성되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노장투수의 노고를 격려했다.
송진우는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1-6으로 뒤진 7회초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재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2999.2이닝을 만들었고, 김현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이대수를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시속 126km 슬라이더로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역사적인 3000이닝을 채웠다.
○9000아웃카운트와 4만8936개의 투구수
송진우는 1989년 4월 12일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대전 롯데전에 선발등판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1회초 롯데 선두타자 한영준(현 롯데 수석코치)을 상대로 초구에 우익수플라이로 처리해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딘 뒤 3000이닝을 완성하는 순간도 공교롭게 이대수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1이닝에 필요한 아웃카운트는 3개. 이날까지 정확히 아웃카운트 9000개를 잡아냈다는 뜻이다. 또한 이날 이대수까지 무려 4만8936개의 공을 던졌다. 18.44m로 환산하면 그의 손에서 떠난 공은 90만2379.84m나 비행한 끝에 대기록을 작성한 셈이 된다. 약 900km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왕복거리이며, 에베레스트산 높이(8850m)의 100배 이상이나 되는 수치다. 이날까지 663경기에 등판했다.
○미·일사례
130여년 역사에 빛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이 영(7356이닝)을 필두로 3000이닝을 넘긴 투수는 총 129명이다. 현역투수 중 톰 글래빈이 4413.1이닝으로 최다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한국계 가네다 마사이치(5526.2이닝)를 포함해 26명이다. 현역투수 중 최다이닝은 구도 기미야스의 3298.1이닝이다. 현역투수만 따지면 미국은 6명, 일본도 2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일천한 프로야구 역사와 적은 경기수 등을 따지면 송진우의 3000이닝은 한국야구사의 한 획을 긋는 대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록의 사나이, 마지막 방점
송진우는 거의 모든 투수 부문 통산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등판할 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날 이대수 이후 왓슨과 최준석에게 안타를 맞고 강판하는 순간까지 경기출장과 세이브 부문을 제외하고 통산 최다승(210), 최다패(153), 탈삼진(2045), 피안타(2714), 피홈런(270), 실점(1336), 타자수(1만2688) 등 투수부문 통산기록과 최고령 기록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질주 중이다.
○마흔세살의 청춘
올해로 프로 데뷔 21년째.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숫자다. 현재 33인치의 허리와 80kg의 몸무게는 대학시절(허리 32인치, 몸무게 78kg)과 거의 차이가 없다. “대학 때 입은 옷이 지금도 맞는다”고 할 정도로 그는 지독한 자신과의 싸움, 철저한 자기관리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송진우 코멘트 = 올해로 프로 21년째인데 오랜 투구이닝이 쌓여서 3000이닝을 달성한 것 같다. 200승, 2000탈삼진, 3000이닝을 달성했는데 앞으로 후배들 중에 200승을 하는 투수면 3000이닝도 맞물려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건 200승이 크다고 하겠지만 3000이닝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김영덕 감독님을 만나서 많은 것을 배웠고, 투수의 기본자질이나 훈련을 배웠고, 좋은 투수코치님들을 만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김인식 감독 코멘트 = 대단한 선수다. 25년 전 어린애 같았던 송진우를 처음 만났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됐다. 아직도 던질 수 있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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