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죽음 의미.

2009. 5. 27. 09:5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노무현 한국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은 현재 국제 사회가 주목하는 이슈이다. 이에 본 기자는 중국 국제문제 전문가인 스인홍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를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한국의 정계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 한국은 현재 안팎으로 심각한 곤란에 처해 있는 상태이다. 국내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에 휩싸여 있고, 대외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수렁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으니, 한국 각계에 미친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정계에서는 개혁 성향의 정당들이 받은 충격이 클 것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속했던 정당(민주당)이 받을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었던 과거의 한국 정치인들과 비교해보면, 사실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은 액수 면에서 비교적 경미한 편이다. 미국 <뉴욕 타임즈>에서 밝힌 액수는 600만 달러였다.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스스로를 자책하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갑작스런 자살은 명백히 한국인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이 사건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크나큰 심리적 충격임에 틀림없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이 사건에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특히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있는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현 집권 여당에게 미칠 악영향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 하 검찰의 지나친 강압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고 반기를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인은 노 전 대통령 개인의 성격 및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뇌물 의혹이 불거진 후 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재임 중 쌓았던 민생정치에 힘썼던 대통령’,  도덕적이고 청렴했던 정치인이라는 인식도 한 순간에 잃었다. 게다가 그의 평소 정치적 소신과 완전히 어긋나는 모습과 의혹들이 계속 언론에 비추어졌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은 향후 어떻게 전개되리라 예상하는가.

 

- 이 사건은 결국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말과 비슷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너그러이 용서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진상을 캐묻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한국의 사법제도가 한국의 뿌리깊은 부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가.

 

- 현재 한국의 사법제도는 몇 십 년 전과 비교한다면 크나큰 진보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부패의 발생과 성행은 보다 심층적인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제도적 허점이나 문화적 배경도 그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반드시 정치인들이 깨끗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 중 그러한 예는 많다.

 

한국은 동양의 전통적인 인정주의에 기반한 나라이다. 그들은 타인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지극히 인지상정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부패 척결이 더뎌진 면도 있다. 게다가 한국의 정경유착도 비교적 뿌리 깊어, 박정희 정권 때에는 정계와 재계의 밀접한 관계로 국가경제 성장을 촉진하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 재벌 집단들은 한국 정치에 비교적 특수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한국은 과거 불법 정치자금, 학력 위조 사건 등도 큰 이슈였다.

 

- 모두 사회 전체의 신용에 대한 문제다. 이 사건도 한국 사회에는 하나의 교훈이 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이 가시게 될 때 즈음엔 한국은 보다 나은 정책을 채택해 제도상의 허점을 막고 부정부패 발생을 방지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문화, 역사적 전통이 여전히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부정부패 척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스인홍 교수는?

 


스인홍(
時殷弘) 교수는 중국 국제관계학계의 석학이다.
서방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국제문제 전문가 중 한명으로, 미국 문제 전문가이면서 한반도 문제에도 정통하다.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등에서 강의를 했던 스 교수는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가 논의될 때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에 의견을 밝히고 있다.

현재 중국 인민대학에서 국제관계의 이론과 사상, 근현대 국제관계사, 국제정치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