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조합설립 무효소송

2009. 6. 11. 09:06건축 정보 자료실

법원이 최근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거나 편법으로 사업을 추진한 조합에 대해 사업시행인가 취소 또는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판결은 사업성이 없거나 일부 조합원들이 주도하는 무분별하고 편법적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업체, 주민에게 투자손실 전가
"사업 주도 조합원 책임도 져야"

주민들, 수백억원대 변제할 판
"대법 판결 전인데…업체 횡포"

최소 1~2곳 더 무효판결 날 듯




하지만 이로 인해 해당 주민들이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공업체들이 사업 차질에 따른 투자 손실부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본보 4일자 8면 보도)

△실태=부산 부산진구 연지 2구역과 해운대구 중동 1구역, 우동 6구역 이외에 부산 사하구 감천 2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시공업체로부터 손실부분에 대한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조합들은 지난 4월 부산고법으로부터 조합원의 비용분담(재개발사업이 진행되었을 때 주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심 법원으로부터 조합설립 무효 판정을 받았다.

현재 조합 측은 대법원 상고를 계획하고 있으나 만약 대법원에서도 조합설립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조합원들은 시공사 측이 용역비와 조합비 등으로 투자한 100억원대의 금액을 내놓아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고법에서처럼 조합 설립 무효 판결이 나온다면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져 현재까지 재개발 사업에 들어간 100억원 가량을 조합원들에게 청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법원의 잇딴 사업시행인가 취소와 조합설립 무효 판결로 현재 부산 부산진구 연지 2구역을 비롯해 해운대 중동1구역, 우동 6구역, 사하구 감천 2구역 등 부산지역 내에서는 모두 4곳의 재개발 주민들이 피해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서구 서대신 1구역과 동래구 명륜 2구역, 북구 금곡 1구역, 사상구 괘법 1구역,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등 5곳은 현재 조합 설립 무효와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업체의 입장=주민들은 법원 판결에 따른 시공업체의 손실부분 떠넘기기에 대해 '업체의 횡포'라는 입장이다. 부산진구 연지 2구역 주민들은 "대법원 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1심에서 재개발 사업인가취소 판결이 났다고해서 곧바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돌려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공업체들은 법원 판결에 따른 손실부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데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업체의 피해가 엄청난데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자체가 조합원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책임은 조합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산진구 연지 2구역 시공업체는 6월말까지 주민들이 원상복구를 하지 않을 경우 이주비 원금을 돌려받거나 최소한 이자부분을 주민들에게 부담케 할 계획이다. 해운대 중동 1구역과 사하구 감천 2구역의 시공업체들은 대법원 판결이 조합설립 무효로 최종 결정날 경우 각각 300억원과 100억원 가량을 주민들에게 변제토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들은 사업시행인가 취소와 조합설립 무효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무효 또는 취소로 결정나면 사업자체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타격이 크다"면서 "주민들이나 시공업체 양쪽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이번 법원 판결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산재건축재개발 시민대책위원회 김성태 정책위원장은 "현재 조합설립 무효 등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중인 5곳 가운데 최소한 1~2곳은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부산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돼 온 탓에 조합설립 무효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