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문점 성공비결은?

2009. 6. 17. 09:09분야별 성공 스토리

배달 전문점 성공비결은?
10㎞이상 떨어진 곳도 마다않고 쏜살같이 배달

"6억원짜리 한우 식당을 문닫을 때는 정말 앞이 캄캄하더군요. 내 평생을 걸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권익중 치킨더홈 용인 수지 성복점 대표(52ㆍ사진)는 고급 한우식당을 열었다 실패한 경험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여 년간 중견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권씨는 퇴직 후 그동안 쌓아둔 인맥을 토대로 건축자재 판매업과 건축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식당을 운영해 성공을 거뒀다. 사업에 자신이 붙은 그는 2003년 서울 잠실에 99㎡(30평) 규모로 한우식당을 내고 사업 확대에 나섰다.

워낙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다 보니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는 듯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찾았다.

그러던 중 2007년 예기치 않은 문제가 권씨 발목을 잡았다. 식당이 자리한 곳이 본래 신축 건물 건설용지로 허가난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

새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를 시작함에 따라 권씨는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점포를 여는 데 들어간 권리금과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 총 6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다.

사업을 위한 대출담보로 잡혀 있던 개포동 소재 아파트도 잃었다. 하루아침에 고급 식당 사장님에서 무일푼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권씨는 이후 고향 선배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규모가 작고 매출도 부진해 조만간 문을 닫을 곳이었다. 선배는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일정 규모 매출만 올려주면 낮은 가격에 점포를 넘겨준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권씨는 새벽에 가게 문을 열고 밤늦게 닫는 일을 반복하며 매출 증대에 나섰다. 주메뉴를 늘리고 서비스 메뉴도 제공하면서 단골 만들기에 힘썼다. 권씨 노력으로 가게 매출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그러나 선배는 당초 약속과 달리 비싼 가격에 점포를 인수하라고 권씨에게 제안했다. 장사가 잘돼 가게 매출이 크게 늘자 점포를 넘겨줄 마음을 접은 것. 결국 권씨는 점포 운영에서 손을 뗐다.

"살기조차 싫더군요. 정말 믿었던 사람인데…, 삶을 마칠까도 고민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려 그럴 수 없더라고요."

권씨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두 차례나 실패를 경험한 터라 업종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또다시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매출이 크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이고 꾸준한 업종을 살폈다. 자금 여력이 없는 터라 창업비용도 꼼꼼히 체크했다.

결국 권씨는 치킨 배달점을 하기로 결정했다. 배달 업종이니 실내 인테리어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발로 뛴 만큼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권씨는 브랜드 선택에도 공을 들였다. 20여 개 치킨 배달업체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본사 지원, 창업비용 등을 꼼꼼히 따졌다. 2개월여 동안 검토한 끝에 권씨는 치킨더홈을 선택했다. 메뉴도 메뉴지만 무엇보다 본사에서 제공하는 창업자금 컨설팅이 권씨 마음을 움직였다.

"창업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대부분 브랜드가 등을 돌렸죠. 하지만 치킨더홈에서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다양한 대출 프로그램을 제시했어요."

권씨는 본사 알선으로 저리 대출을 받는 한편 30년지기 친구에게 돈을 빌려 창업자금 8000만원을 마련해 용인 수지 성복동에 59.4㎡(18평) 규모로 점포를 열었다.

점포를 구하는 데 3200만원, 가맹비ㆍ인테리어비ㆍ원재료비 등에 4800만원이 소요됐다.

권씨 점포는 1만3000여 가구가 입주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으로 아파트 공사지역이 있고 광교산 등산로도 끼고 있다.

권씨는 직접 아파트 거주민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에 나섰다. 고객 눈길을 잡기 위해 전단지는 깔끔하고 세련되게 제작했다. 비용을 들여 작은 홍보 판촉물을 돌리기도 했다.

장거리 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개 치킨 배달전문점은 배달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달 지역을 2~4㎞ 단위로 한정한다. 하지만 권씨는 10㎞가 넘는 거리도 치킨을 배달해줬다.

"치킨배달점이 다른 업소와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죠. 저는 장거리 배달을 경쟁력으로 삼았습니다. 결국 멀리서 주문해도 배달해 준다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어요."

권씨는 배달 직원들에게 고객 응대 교육을 하는 데도 신경썼다. 배달전문점 특성상 고객을 직접 대하는 것은 전화 주문을 받을 때, 배달 상품을 넘겨줄 때이므로 반드시 먼저 인사하고 친절하게 응대할 것을 강조했다.

마일리지 제도도 권씨 점포의 특징. 치킨더홈은 브랜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재구매하도록 유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정 마리 수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치킨 등 다양한 경품을 내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했다.

권씨는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점포문을 열고 배달, 조리, 홍보 등 매장 운영 전반에 관여한다. 종업원은 총 3명. 월매출은 평균 3000만여 원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가 직접 많은 일을 합니다. 소규모 배달전문점이라 그런지 할 만하더군요. 인근 아파트가 완공되면 고객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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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