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8. 04:54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경북 상주 도림사 탄공 스님
경북 상주시 도림사(道林寺) 탄공 스님(속명 남영순·50)은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고 했다. 전통 사찰 비법으로 만든 명품 장(醬) 이야기다. 햇수로 3년째, 작년 매출액만 5억원이다. 도림사 비구니 5명이 개발한 간장, 고추장, 된장들이다.
1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09 농어촌산업박람회'에서도 도림사 비구니들이 만든 장은 최고 인기상품이었다. 사흘간 5000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228개 참가업체 중 1등이다. 탄공 스님은 "할머니가 해준 전통 장맛을 도시에서 맛볼 수 있게 한 점이 들어맞은 것 같다"고 했다.
- ▲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드는 데도 법력(法力)이 필요할까. 탄공(嘆空)스님은 다리가 불편해 운동을 못하니 살만 찌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의 손맛에 사바세계는 부처님을 만나고 있을지 모른다. /박국희 기자
"돈을 많이 번다"고 하자 "목적을 위한 일시적 사업"이라고 했다. 유물을 보관할 수 있는 100㎡(30여평) 법당을 짓는다는 것이다. 스님은 "유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달마 대사나 그리며 소일(消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004년 4월 개·보수하던 도림사 법당에서 고려와 조선시대 유물 30여점이 나왔다. 2000년 스님이 주지로 오기 전까지 절은 축대가 무너져 구들장이 내려앉아 있었다. 한 채뿐인 천장에서는 빗물이 샜다. 유물은 법당 한 쪽의 3.3㎡(1평)짜리 주지 방에서 나왔다.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방을 거쳐갔을 수많은 스님들이 찾지 못했던 걸 제가 찾았으니까요." 스님은 "벽지가 발라져 있던 벽에서 '퉁퉁' 소리가 나 뜯어 보니 작은 벽장이 있었다"고 했다. 34㎝ 크기의 조선 석불좌상을 비롯해 고려 청동 향로와 촛대, 항아리 등 30여점이 나왔다.
유물은 작년 6월 개장한 상주시 박물관 수장고(收藏庫)에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실 성격과 맞지 않고 제작 연대를 감정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묻자 스님은 "부처상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느냐"며 "유물 보관 장소를 마련하는 게 소명(召命)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그 해 8월 절에 도둑이 들며 굳어졌다. 외출했다 새벽녘 돌아와 보니 불상이 법당 마루 끝에 나와 있었다. "머리끝이 곤두서고 오금이 저렸어요. 그 길로 불상만 끌어안고 산을 내려왔지요." 스님은 "그 전에 몸담았던 절이나 토굴에도 침입 흔적이 있어 유물을 박물관에 맡겼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스님이 생각한 것은 전통 사찰 비법으로 만든 장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사찰음식밖에 없었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딱히 없었어요." 그는 "어릴 때부터 일식 요리사 아버지 밑에서 취미 삼아 요리를 했다"며 "출가해 처음 배운 것도 장 담그는 것"이라고 했다.
사찰 비법대로 9번 정제(精製)한 소금물에 메주를 띄웠다. 숙성 기간도 보통 장보다 3배 긴 3년 동안 정성을 들였다. 옹기가 숨을 잘 쉬도록 독 안에 5~6개의 대나무 통도 집어넣는다. 상주 특산물인 곶감도 장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상품화가 쉽지 않았다. "균이 살아 있기 때문에 독을 타고 올라 넘쳐 흘러요. 절에서야 대충 닦아내고 먹으면 되지만 돈 받고 팔려는 데 그럴 수 있나요?" 체계적으로 장을 만들기 위해 스님은 대가(大家)들을 찾아 나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변명우 박사 어머니도 그렇게 만났다.
세계 우수 과학자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변 박사는 우주 식품을 연구하는 등 식품생명공학 분야의 전문가였다. "노모가 대단한 불자셨어요. 마침 아드님이 비슷한 일을 한다고 소개를 시켜주셨는데 알고 보니 이 방면의 전문가셨던 거죠."
스님은 "3년 넘게 변 박사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며 '코치'를 받았다"고 했다. 개발 단계부터 일일이 보고를 하며 기술을 전수받았다. 전통 장맛은 손맛이라던 스님들이 그램(g)수를 따지고 퍼센트(%)를 논했다.
곶감 고추장은 항콜레스테롤 효과가 높아 특허로 등록했다. 작년부터 더덕, 고들빼기, 취나물, 곰취 등 약초와 산나물을 이용한 장아찌류도 10여종 넘게 내놓았다. 반응이 좋아 지난 4월에는 도림사 전용 쇼핑몰도 만들었다. 1년에 4~5차례 서울 백화점으로 사찰음식 공개 강좌도 나간다.
"법당을 지으면 사업을 접을 것이냐"고 물었다.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6급이에요. 일이 계속 잘 되면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복지사업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옹기 1000여개에 둘러싸인 도림사는 향내보다 장내가 코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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