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회장,남들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진다.

2009. 6. 18. 20:42분야별 성공 스토리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벤처 신화
`아시아의 빌게이츠` 김윤종 SYK글로벌 회장
미국서 회사 판 돈 20억달러로 장학금 지원 등 사회사업

 "젊어서는 버는 돈이 제 돈이었다면, 나이 들어서는 쓰는 돈이 제 돈인 셈이죠."

 한강과 잠실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아셈타워 집무실에서 나비넥타이를 맨 김윤종 SYK글로벌벤처 회장(60)에게 `돈`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김윤종 회장은 미국에서 돈을 벌어 한국에서 돈을 쓰는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에서 맨주먹으로`벤처신화`를 썼다.

 아버지 사업이 기우는 바람에 독학으로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LA에 도착했을때 전 재산이 20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야 말로 빈털터리나 다름없었죠. 일단 숙식은 부모님이 사시던 방 두 개짜리 작은 아파트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전 재산을 털어 차부터 샀죠."

 김 회장은 시간당 2달러 75센트를 받고 낮에는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고, 밤에는 야간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했다. 3년여 간의 `주경야독`끝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광섬유 케이블을 만드는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에 입사했을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지만 얼마 안지나 대기업의 부속품이 된 것 같아 힘들었다"라며 "회사는 크지 않았지만 나를 알아주는 중소기업으로 옮겨 열심히 일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을 거듭하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을때 김 회장은 `제2의 도전`에 나선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가까운 친구.동료들과 상의했더니 좋은 아이디어라며 창업을 권유했죠."

 84년 김 회장이 1만달러를 출자하고, 동료 3명이 9만달러를 선뜻 내줘 10만달러로 회사를 세웠다. 말이 회사지 사무실이자 공장은 자신의 집 근처 차고였다. 광역통신망(WAN) 장비업체인 `파이버먹스(Fivermux)`는 이렇게 탄생했다. 1년반 연구 끝에 제품을 내놨다. 미 해군과 연방항공우주국(NASA)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도 인정 받았다.

 김 회장은 "`제품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설립 5년만에 매출액이 5000만달러를 돌파했다"라며 "그 즈음 회사를 팔라는 제안을 받아 91년 5400만달러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버먹스를 판 후 사업구상에 몰두하던 김 회장은 직원 6명과 1993년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자일랜(Xylan)`을 설립하게 된다. 자일랜은 96년 4월 나스닥에 상장된 이후 매년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그 당시는 하루 24시간 개인생활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일에 매달렸다"라며 "회사가 커지니 내 맘 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됐는데 운좋게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알카텔에서 회사를사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20억달러(약 2조원)에 회사를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100배의 이익을 돌려준 그는 미련없이 경영일선에서 은퇴했다.

 은퇴후 미국에서 `스티브김(김 회장의 미국 이름)재단`을 설립하고 장학사업을 시작한 그는 2007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뒤 벤처투자회사인 SYK글로벌과 사회복지법인인 꿈.희망.미래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너무 지쳐있었고 그동안 번 돈을 뜻있게 쓰고 싶어 한국에서 자선사업을 결심했다"라며 "벤처투자는 부업이고 자선사업이 본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국내 장학생 약 200명, 중국 교포 장학생 4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동포 돕기에도 열성적으로 나서 경제특구로 지정된 나진에 빵 공장을 세웠고 7대의 버스를 지원해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한다고 귀뜸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더니 그는 "자선사업 규모를 좀 더 늘리고 내가 살아왔던 인생 역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라며 "남들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진다"고 활짝 웃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인생 60년을 뒤돌아 보는 자서전 `아시아의 빌 게이츠, 스티브 김 꿈 희망 미래(가제)`를 이달 말께 출간한다.

[백순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