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이 진화하고 있다.

2009. 8. 4. 12:41분야별 성공 스토리

놀이+쇼핑 ‘대세’…‘맘껏 즐겨라’
진화하는 쇼핑몰
아바타에서 새롭게 변신한 명동 눈 스퀘어.

쇼핑몰이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분양형과 의류 테마로 대표되던 쇼핑몰에 ‘몰링’ 개념이 가미되면서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 각광받는 종합 쇼핑몰은 임대형이 주류를 이룬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도 제품 나열식에서 탈피, 쇼핑몰로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부산 신세계 센터시티점,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이어 여러 백화점이 기존 매장을 쇼핑몰로 대대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을 연 지 100일 만에 누적 매출이 15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 6월 말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됐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이라면 한 번씩 둘러보고 가는 명소로 자리 매김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형만 클 뿐 속 빈 강정일 것이라는 당초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부산은 유통업계에서 볼 때 변방에 가깝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들에 건립된 쇼핑몰이 1년을 넘기고 문을 닫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이 아닌 곳에 세계 최대의 쇼핑몰이 건립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더군다나 경기 침체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인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쇼핑몰의 한계를 ‘몰링(mallimg)’과 ‘명품(Luxury)’이라는 두 가지 아이템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유통사에 기념비적인 위치에 있다. 센텀시티점은 기존 쇼핑몰과 다르게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부산·경남 지역의 고소득층 지갑을 공략했다. 때마침 달러·엔화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해외 쇼핑족들의 적극적인 구매 공세가 이어졌다는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명물로 자리잡아

신세대 쇼핑 트렌드인 몰링 개념을 도입해 매장 전체를 꾸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쇼핑몰에서 ‘쇼핑’은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전체를, ‘몰’은 도심지 내 보행자들이 걷는 쇼핑 거리를 의미한다.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할 수도 있다. 결국 엔터테인먼트와 이벤트, 쇼핑 등이 모두 결합된 것이 몰링이다. 연면적 약 29만4000㎡(약 8만9000평)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는 백화점과 쇼핑센터, 스파랜드, 아이스링크, 영화관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마련돼 있다.

최근까지 서울 수도권에 들어선 쇼핑몰은 놀이보다는 상품 구매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다반사였다. 몰링 개념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10~20대들이 많이 찾는 의류 테마 상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럭셔리와 몰링이라는 개념을 적절히 결합, 주 소비계층을 10~20대에서 40~50대로 격상시켰다. 이것이 바로 부산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이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세계 최고의 럭셔리그룹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도 현장을 찾아 “이토록 멋지고 재밌는 쇼핑센터를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을 정도로 센텀시티점은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쇼핑몰이 진화하고 있다. 1세대가 소규모 종합 상가였다면 2세대는 의류 전문 쇼핑몰, 3세대는 놀이와 쇼핑이 결합된 그야말로 종합 쇼핑몰이다. 요즘 들어서는 쇼핑몰은 대부분 몰링 개념을 적극 집어넣은 종합 쇼핑몰 성격이 강하다. 1, 2세대 테마 상가는 타깃이 10~20대로 비교적 어려, 경기 침체 등의 외풍에 민감하다. 여기에 수도권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다 보니 공급과잉 현상도 빚었다. 동대문으로 대표되는 테마 상가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1층 일부 점포만 운영되는 등 파행을 겪은 것도 말이 ‘테마’ 쇼핑몰이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논(Non)’ 테마 쇼핑몰에 가까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해서 상가에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요소를 가미한 것을 모두 종합 쇼핑몰로 볼 수는 없다. 운영 형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금까지 공급된 쇼핑몰은 분양형에 가까웠다. 최근 상가 시장은 공급과잉 측면도 있지만 소유주와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입주 후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신관.

청계천 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개발한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는 분양형으로 상가를 건립했지만 투자자들이 외면해 오픈 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최근 청계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든파이브 상가 특별 분양과 우선 분양 마감 결과 분양률이 40%를 밑돌아 당초 예정된 9월 오픈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이미 신청 접수된 특별 분양(청계천 이주 상인) 대상 물량을 합쳐도 분양률은 37% 수준에 불과하다.

개발 업체의 고수익 유혹에 현혹돼 덜컥 분양받았지만 완공 후 운영 주체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상가가 상당수인 걸 봐도 분양형 상가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분양이 아닌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쇼핑몰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완전 임대형 쇼핑몰의 효시는 2003년 8월 부천 중동신도시에 들어선 ‘더몰(The Mall)’로 네덜란드계 다국적 부동산 투자 회사인 ING 리얼 에스테이트가 100% 투자해 운영하고 있다.

2호선 신림역 사거리에 들어선 포도몰도 완전 임대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면적 3만7487㎡ 15층 규모인 포도몰은 부동산 디벨로퍼 한원의 자회사인 한원에셋이 소유권을 보유해 운영한다. 지하 2층 지상 15층으로 지어지며 지하 2층에는 반디앤루니스가, 지하 1층~지상 1층에는 유니클로, ABC마트 고급 패션 잡화 브랜드, 지상 2~5층에는 패션 브랜드 아울렛이 들어서 있다.

임대형, 관리 쉽고 상권 형성 유리

김낙균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이사는 “상가를 작게 쪼개 소규모로 파는 기존 계좌 분양 방식은 시행사가 분양만 끝내고 나면 나 몰라라 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상권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에 비해 완전 임대형은 시행사가 상권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신세계 센텀시티점도 분양형이 아닌 임대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용산 민자 역사 내 지어진 현대 아이파크몰도 당초 분양형으로 개발됐지만 완공 후 상당한 공실 후유증에 시달린 끝에 개발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일괄 위탁 임대 방식으로 상가를 대대적으로 바꾼뒤 그나마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임대형 쇼핑몰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명동 눈 스퀘어도 분양형 의류 테마 상가에서 임대형 쇼핑몰로 바뀐 사례로 꼽힌다. 퍼시픽스타자산(91%)과 우리은행(9%)이 자금을 투자해 만든 코람코자산신탁의 CR리츠가 매입한 눈 스퀘어는 분양형으로 운영되던 아바타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명동 상권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눈 스퀘어는 기존 아바타보다 여러 면에서 진일보된 상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아바타가 별다른 특성이 없는 아울렛 형태의 쇼핑몰이었다면 눈 스퀘어는 신세계 센텀시티와 같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운영 방식도 100% 임대형이다.

영등포 경방공장 부지에 초대형 쇼핑몰 건립

스웨덴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인 H&M이 2909㎡(880평)로 4개 층에 분산 입점하는 것도 기존 쇼핑몰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H&M 외에도 눈 스퀘어에는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도 1355㎡(410평) 규모로 입점해 있다. SPA란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 ‘패스트 패션’을 일컫는 말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본 유니클로도 대표적인 SPA 브랜드다. 이 밖에 눈 스퀘어에는 뉴욕 슈즈 브랜드 스티브 매든과 스페인 SPA 브랜드 망고도 매장을 꾸렸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도 최근 대대적으로 매장을 리뉴얼해 호응을 얻고 있다. 프라다 지미추 마르니 끌로에 겐조 마크제이콥스 등 브랜드를 입점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유니클로까지 가세하면서 매장을 찾는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폐점 시간을 오후 8시에서 10시로 늘리면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매장 전체를 클럽 분위기로 바꾼 것도 몰의 기본 개념인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가미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명품 매장도 기존보다 1.5배가량 넓혔다.

국내 최대 복합 쇼핑몰 타임스퀘어도 철저히 종합 쇼핑몰 스타일로 매장을 꾸며 8월 말 오픈할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4가에 있는 타임스퀘어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호텔, 오피스텔, 영화관, 대형 서점 등이 어우러진 초대형 복합 유통단지로 연면적만 37만㎡에 이른다.

타임스퀘어에는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이마트, 교보문고, 메리어트 호텔, CGV 영화관, 아모리스 웨딩홀과 22~24개 명품 브랜드로 구성된 명품관이 6600㎡ 규모로 들어선다. 건국대 하권찬 교수는 “100% 임대 모집 방식은 과학적인 상품 배치를 가능하게 하고 전체 쇼핑몰에 동일한 마케팅과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집객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타임스퀘어의 이점을 설명했다.

이 밖에 여의도 통일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파크원과 신도림역 대성 디큐브시티도 100% 임대 방식의 쇼핑몰로 건립될 계획이다.
일본의 대표적 쇼핑몰인 도쿄 미드타운은 1년 내내 쇼핑객들로 붐빈다.

용어 설명

몰링 -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쇼핑만을 위해 쇼핑센터를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쇼핑, 식사,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소비 행태가 바로 몰링이다.

몰고어 - 복합 쇼핑몰을 찾는 소비층.

몰랫 - 몰을 마치 생쥐처럼 휘젓고 다닌 10~20대를 빗대 만들어진 신조어.

몰리 - 몰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벤트를 이용하는 고객.

몰워커 - 쇼핑몰 둘러보는 것을 일종의 운동으로 여기는 쇼핑족.

돋보기│해외 유명 쇼핑몰

세계는 지금 ‘몰(mall)’ 전쟁 중


해외 부동산 업계에서는 요즘 ‘쇼핑하게 하지 말고 몰링하게 하라’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쇼핑과 여가 활동을 결합한 몰링(malling)이 상업용 부동산 개발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유수의 쇼핑몰은 공통적으로 몰링을 디스플레이, 마케팅에 적절히 사용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몰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187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엠마뉴엘레 광장에서 조성된 대형 야외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랬던 것이 1956년 오스트리아계 이민자인 빅터 그루엔이 미 중부 미네소타 에디나에 사우스데일 센터라는 상업 시설을 지었는데, 이것이 현대적인 개념의 최초 몰로 불린다.

미국 최대 복합 유통 몰인 몰 오브 아메리카와 홍콩 하버시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몰 등은 명품 쇼핑몰로 꼽힌다. 일본은 캐널시티와 미드타운으로 전 세계 쇼핑족들의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도쿄 미드타운은 건평만 6만8900㎡로 미드타운 타워, 미드타운 이스트, 웨스트, 가든 테라지, 파크 레지던스 등 5개 동 타워와 갤러리아, 디자인 윙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건물은 ‘도시 기능의 협업(collaboration)’이라는 발상을 도입한 복합단지로 유명하다. 정보기술(IT), 금융 기능에 특급 호텔, 아파트, 쇼핑센터, 병원 등은 물론 미술관, 디자인 전문 전시관까지 유치해 디자인 산학 협동관을 만들어 일본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전체 면적의 40%를 녹지로 조성해 마치 뉴욕 센트럴 파크에 쇼핑 시설이 들어선 착각이 들게 한다.

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

입력일시 : 2009년 7월 23일 10시 36분 36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