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전 대국 아성이 흔들린다.

2009. 8. 27. 21:1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경제신문)기사 번역

2009.08.25 11:47 | 일본 생활 | 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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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8월 25일) 일본 경제 신문 1면의 특집 시리즈 "대전환" 제5부... 한국의 삼성, LG에 대처하기 위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빅딜"을 요구하는 것 같군요.


"백과 흑 한국의 맹공" 일본의 가전 대국 아성이 흔들린다.

올해 4월 경제산업성 간부가 대만으로 갔다. 작년 가을 리먼 쇼크를 시작으로 반도체, 특히 DRAM가격 하락이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등 한국기업들만 살아남게 된다. 궁지에 물린 일본과 대만이 손을 잡을 수 없을까? 대만 당국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관민일체로 DRAM산업을 지켜야 한다” 대만 당국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를 확인한 경제산업성은 6월,엘피다 메모리를 개정산업활력재생법 (산업재생법) 제1호 안건으로 선정하여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휴대전화 DRAM은 일본에서, 컴퓨터용 범용품은 대만에서 생산하려는 계획이다. 처음 “일본-대만 연합”을 제창한 것은 엘피다의 사카모토 사장이다. “우선 대만의 DRAM회사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라는 요청에 대만측이 호응하야 “타이완 메모리 (TMC)”를 설립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구상을 세웠다.

세계 시장의 30%를 삼성, 19%를 하이닉스가 점유하는 등 DRAM시장은 한국의 2대 메이커가 군림한다. 1월에는 5위의 독일 키만다가 반도체시장 악화에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엘피다도 똑같은 꼴이 날 것이다.
삼성은 DRAM이외에도 액정 TV 분야에서 소니, 플래쉬메모리 분야에서 도시바에게 용서 없는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흑색 제품이 많은 탓에 업계에서 “흑색 가전”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가전 분야는 삼성전자와 같은 아시아의 신흥기업이 두각을 나타낸 이후 만성적인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리먼 쇼크 이후는 선진국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었으므로 채산성이 더욱 나빠졌다.
흑색가전으로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일본의 가전 업체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시장에서의 백색가전에 주목했다. 인도나 중국은 냉장고, 에어콘의 거대한 잠재 수요가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백색 가전분야에서 아시아 최강은 LG전자이다. 인도의 냉장고시장에서 셰어 26%로 수위, 에어콘도 24%의 셰어를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하이얼”등의 현지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관계가 없는 고급품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보다 인지도가 훨씬 높다.
올해 LG가 인도에서 대히트한 전자레인지는 101종류의 조리법이 설정되어 있다. 인도에서는 101이 행운의 숫자이다. 축의금 등으로 일부러 101루피를 전달할 때도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현지인들의 소비 심리를 사로잡았다.

“한국 시장은 작기 때문에 일찌기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았다”라고 LG전자의 이영하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은 설명한다.
선진국의 흑색가전은 삼성, 신흥국의 백색가전은 LG, 이렇게 서로 분담하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계획을 세운 것은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대통령이다. 1997년 금융위기의 다음해 대통령이 된 김대중씨는 유력 재벌끼리 사업 분야를 교환하여 중복되는 분야를 없애고 과당경쟁을 없애기 위한 원조 “빅딜”을 단행했다.
반도체 매각을 요구 받은LG는 난색을 표했으나 이때의 결단이 그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9년 4월-6월기 LG의 연결영업이익은 일본엔으로 환산하여 약 1050억엔으로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삼성의 연결 영업이익은 1900억엔에 달한다. 같은 시기 일본의 대형 가전 업체 8사중 7사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과 LG는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1월에는 액정 패널 제조장치 개발 분야에서 양사가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일본의 니콘, 캐논에 의존한 기술의 국산화를 꾀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자금을 지원하여 13년까지 양산 체제를 갖출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7월에는 액정TV의 화상처리용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도 제휴했다.

일본에는 에어콘 제조사만 9사가 존재한다. 냉장고는 6사, 휴대전화기는 8사. 그랜드 디자인 (빅딜)이 없는 채로 인재와 자금이 분산되어 있다.
반도체, 디지털가전, 백색가전, 그리고 제조장치, 한국 기업들은 명확한 전략을 바탕으로 자금과 인재를 집중하여 일본의 아성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수세에 몰린 일본 기업들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관료 주도의 재편은 일본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가전 대국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 빅딜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