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궤도 안착하나..수출·내수 `파란불`

2009. 8. 28. 06:3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경기회복 궤도 안착하나..수출·내수 `파란불`
[이데일리] 2009년 08월 27일(목) 오후 04:49   가| 이메일| 프린트
- 설비투자 시그널 약해..신중론도 대두
- "대내외 경제환경 예상보다 `긍정적`" 평가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각종 체감경기지표의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상반기의 경제회복기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경제연구기관들은 3분기에도 1%(전기비)가 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이 같은 전망에 기초해 “하반기 중 전기대비 플러스 성장을 지속해 당초 전망치인 연간 -1.5% 성장률 달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에서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0.3%보다는 높지 않겠냐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 수출, 수출입 규모 증가세 꾸준히 이어져야

상반기 경기회복을 이끈 것은 사실상 수출이었다.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됐음에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기업들의 생산활동 회복을 뒷받침했다.

하반기에도 수출은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을 이끄는 주요한 요인이다. 세계경제의 회복흐름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인식이 하반기에도 수출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월별 수출입액 추이(자료 : 관세청, 단위 : 1000만달러, 8월은 20일까지만 집계)
관세청이 발표한 월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연초 210억달러에 그쳤던 수출액은 지난 7월 32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수입도 지난 3월 220억달러까지 줄어든 이후 7월에는 270억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연초를 기점으로 매달 수출과 수입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대내외 경제활동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가 사상최대인 217억5000만달러에 이른 것도 경기 회복의 한 동력이 됐다.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선 수출입규모가 커지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황상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차장은 “수출과 수입 모두 규모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규모가 커지는 게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 역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수출입 규모를 늘리는 데 정책적인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내수,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富)의 효과` 기대

수입규모가 커지는 것은 경상수지에는 적자요인을 키우는 것이지만, 동시에 내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와 생산 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했지만, 수출이 수입보다 덜 감소해서 발생됐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흑자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생산을 위한 수입이 늘어난다면 경기 측면에서는 훨씬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코스피 및 각종 체감경기지표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수출입 규모가 생산 활동의 정상화를 가늠해주는 지표라면, 소비 회복의 전조는 자산가격 상승 등에 찾을 수 있다.

최근 체감경제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지수(전산업BSI)가 상승 반전한 것은 주식시장의 회복기조가 본격화된 이후인 3월부터였다.

황상필 차장은 “자산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긍정적인 `부(富)의 효과`가 발생해 소비가 살아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또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선순환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장민 실장 역시 “3분기 경기회복 강도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주가 오름세 등 자산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체로 소비심리는 자산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 투자, 기업들 설비투자에 소극적.."투자확대 힘들 듯"

다만, 이같은 움직임이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경기회복이 잠재성장률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투자가 증가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의 투자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설비투자실행BIS는 8월 실적지수가 86으로 전월대비 1포인트 올랐고, 9월 전망지수는 오히려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부문의 전망BSI가 10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매출전망BSI는 14포인트, 업황전망BSI는 13포인트, 생산전망 BSI는 16포인트 올랐다. 신규수주전망과 가동률 전망 BSI도 각각 14포인트씩 상승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이 생산규모를 줄여왔기 때문에, 최근 소비수요가 늘어나 가동률을 높이더라도 투자를 늘릴만한 요인은 없을 것"이라며 "수요 증진이 투자와 고용 증대로 이어지는 구조는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2분기 성장률 자체가 미래의 수요를 앞당겨서 만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비 등에서 기대만큼 회복세가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