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매물…올해 안 임자 만날까

2009. 9. 12. 10:26이슈 뉴스스크랩

쏟아지는 대형 M&A 매물…올해 안 임자 만날까



[한겨레] 하이닉스·대우건설 이어 대우인터내셔널도

경기회복 불확실해 수조원대 성사 가능 의문


올해 안 매각을 목표로 한 대형 인수·합병(M&A)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주가 급등으로 매각 이익 추정치가 높아진데다, 돈줄을 죄는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기 전에 인수·합병을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이 서둘러 매각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수조원대의 대형 매물이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계획을 조만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보고하고, 다음달 중 매각 주간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기업실사 등 매각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안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캠코 관계자는 11일 “현재 경제 상황이 괜찮아 매각하기에 적절한 시기로 판단된다”며 “매각대상 지분의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고 30%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만 붙여도 2조원 후반대의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는 포스코와 에스케이(SK), 지에스(GS), 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나 대우건설에 비해서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4조원대의 매물인 하이닉스도 올해 안에 우선협상자대상 선정을 목표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 모임인 하이닉스주식관리협의회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매각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투자자 모집에 이미 나선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인수의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매각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대우건설과,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메탈의 매각작업은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은 매물이다.

하이닉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등 세 기업만 해도 매각 가격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순조롭게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하이닉스 채권단이 지난 7일 매각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직후,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국내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인수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인수에도 국내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재 입찰개요서를 받아보기 위해 주간사와 비밀유지동의서(CA)를 작성한 국내 대기업은 한화그룹 한 곳밖에 없다. 한화그룹조차 김승연 회장이 공개적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 인수 후보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인수에는 외국계 사모펀드와 중동계 자금 등 국외 투자가들 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등 매각 대상에 올라 있는 주요 기업을 국외자본이나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아 매각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건설·금호생명·쌍용건설 등 5개 기업 노동조합은 지난 8일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해 ‘합리적인 기업매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국내외 사모펀드의 입찰 참여를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항의서를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