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은 한국화, 보아는 현지화’
한류스타의 해외진출 성공전략을 단순화한 표현이다. 이 말은 배우는 한국화, 가수는 현지화라는 말로 바꿔도 무리가 없다.
연기자는 작품으로만 소통해도 외국팬을 거느릴 수 있다. 현지어를 할 줄 알면 좋지만 몰라도 크게 상관없다. 연기로 보여주면 된다. 나머지는 깔끔하고 잘 생긴 외모와 매너가 좌우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건방진 매너가 한 번 노출되면 끝이다. 욘사마 현상을 만든 건 ‘겨울연가’지만 욘사마를 전국민적인 현상으로 확대시킨 건 배용준이 일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리타 공항에서의 15분간이라는 말이 있다.
당시 배용준은 구름처럼 모여든 팬에게 표정부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의 많은 유명스타들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재빨리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년이나 할머니팬 ‘가족’에게 일일이 손을 잡아주고 스타가 황송한 표정을 지으니 일본 아줌마들이 감동을 해버렸다.
배용준의 몸둘 바를 몰라 하는 표정과 제스처를 본 일부 한국사람들은 ‘가식적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본 팬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중년 아줌마팬들은 “배용준이 공식석상이 아닌 데서도 그 마음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반면 가수는 배우와 달리 현지어를 반드시 구사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 배우처럼 이미지 전략만으론 침투가 되지 않는다. 한국가수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공연 무대 막간이나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말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일본인의 직관(intuition)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보아는 이제 이런 단계까지 와 있다고 이수만 프로듀서는 진단한다. 그러나 외국어를 제대로 하는 건 한가지 악기연주를 익히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그래서 한류가수로 성공하려면 일단 댄스가수가 유리하다. 들려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멋있는 비주얼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아와 비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