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물’ 확보에 각국 사활

2009. 10. 9. 10:0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각국은 지금 대체에너지 전쟁 중]‘녹색광물’ 확보에 각국 사활

2009-10-08 오후 12:30:28 게재

풍력·전기차·태양열 발전 필수품 희토류 중국이 독점
해마다 수출물량 줄여 … “2015년 후 전면중단 가능성”

2008년 상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자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행히 금융위기와 잇다른 경기침체로 고유가는 잊혀진 이슈가 됐지만 지금처럼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한, 유가파동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업계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필수광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연간 10~20%씩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희토류 수요는 2015년이 되면 현재의 2배가 될 전망이다. 석유파동에 이어 이번에는 희귀광물 파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귀금속에 대한 기준도 바뀔 판 과거 보석류를 지칭하던‘귀금속’의 정의도 앞으로는 바뀌어야할 지 모른다. 금, 은 따위는 웃돈을 주면 살 수라도 있지만 희토류 등 희귀금속은 전략물자로 수출 자체가 금지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각국이 희귀금속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은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에 보관돼 있는 금괴 모습. 사진 연합뉴스

금융위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국제원유값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잠시 잊혀져 있을 뿐,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각국 경쟁이 치열하다. 그 한 가운데에 희귀금속, 특히 희토류가 있다.
희토류(rare-earth minerals)는 풍력발전용 터빈,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태양광 발전용 패널, 고효율 전구 등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수품목을 차지하고 있다. 희귀금속 확보는 단순히 화석연료의 대체문제가 아니다. 위협적인 사실은 희토류 등 희귀금속 상당수를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확보가 경제문제인 동시에 안보 및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미국 희토류 76% 중국에서 수입 = 미국은 희토류를 비롯해 인듐과 망간을 100% 수입에 의존한다. 그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9%에서 많게는 76%까지 달한다(그래프 참조). 오바마 행정부와 가깝다고 알려진 싱크탱크 CNAS(Center for a New Ameri can Security)가 지난 6월‘Natural Security''''라는 특별보고서를 내면서까지 각성을 촉구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는 광물 11개를 뽑았는데 이중 5가지(인듐, 망가니즈, 나이오븀, 백금류, 희토류)가 공급차질 위험에 특히 노출돼 있다. 안보에 직결되는 물자들이 수입, 특히 중국이라는 잠재적 적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결코 미국입장에서 좌시할 수가 없다.



중국, 일본에는 전략적으로 수출물량 줄여 = 미국의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전략적 경쟁국’인 일본에 나가는 수출물량(쿼터)을 6%씩 줄여왔다. 2009년 기준 일본에 배당된 렌탈족 희토류 수출물량은 고작 3만8000톤. 이는 도요타와 혼다 두 회사가 쓰기에도 부족한 양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 수입되는 희토류의 5분의 1이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해 암시장으로 거래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은 15년전부터 저임금과 낮은 환경기준을 무기로 전세계 희토류 시장을 잠식해 왔다. 현재 전세계 희토류의 75%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가격 후려치기’로 인해 상당수 서구업체들이 도태돼 시장에서 사라졌다. 세계 매장량 5%가 미국 땅에 있지만 생산비 등에서 도저히 중국산과 경쟁할 수 없어 1995년 이후 개발을 포기한 텅스텐과 마찬가지 운명이다.

◆각국, 연합전선 형성해 중국에 맞대응 = 중국의 이런 횡포에 각국이 대응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달10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그레이트 웨스턴 미네랄 그룹, 레어 엘리먼트 리소스, 아발론 레어 메탈스 등 캐나다·미국 기업들이 직접 희토류 발굴에 나섰다고 전했다. 2004년 대비 중국의 수출 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2015년이 되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는 게 이들 회사 주장이다. 영국일간 더 타임스 10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무역상사인 스미토모는 카자흐스탄 원자력회사와 손잡고 폐우라늄광산 개발을 통해, 덴마크령 그린란드 정부는 호주 회사들과 함께 극지대 개발을 통해 희토류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얼마나 시장성을 맞출 수 있느냐다. 광물자원의 특성상 단기간에 탐사, 시장성 확인, 채굴로 순조롭게 이어질 지도 의문이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