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본 2009년

2009. 12. 19. 22:0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신조어로 본 2009년…‘엣지있게’ 올 한해 보내셨나요?

 정환보기자 botox@kyunghyang.com

ㆍ심각한 취업난 ‘이구백’, 여성비하 논란 ‘꿀벅지’, 키작은 남성 발끈 ‘루저’

이구백·행인·머피아·꿀벅지·엣지있게….

2009년에도 어김없이 세태를 담은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올해는 경기침체에 따른 청년실업을 풍자한 단어가 눈에 띄게 많았고, 남녀 성역할의 고정관념도 무너졌다. 외모와 맞물린 조어들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19일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2010>(김난도 서울대교수 외 4인)을 중심으로 한 해를 풍미한 신조어들을 조명한다.

이구백(20대 90%는 백수)·장미족(장기미취업 졸업생)·삼일절(취업은 31세에 끝)은 사상 최악의 20대 취업난을 반영하고 있다.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정부가 만든 행인(행정인턴)은 ‘잔심부름만 하다 일이 끝나는 사람’을 일컫는 비판적 의미로 주로 쓰였다.

토폐인(토익폐인)·강의 노마드족(취업용 강의만 찾아다니는 유목민)처럼 청년들은 취업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이퇴백(스스로 퇴직한 20대)·메뚜기 인턴(좀더 나은 자리로 옮겨다니는 인턴)으로 끝나거나 삼초땡(30대 초반이면 퇴직)이 되기도 한 씁쓸한 한 해였다.

불황으로 스테이케이션(집이나 근교에서 즐기는 휴가)·북캉스(밀린 독서로 보내는 휴가)·MBA(산+자전거+운동)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 있게 여가를 보내는 트렌드도 나타났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전업주부들의 공동체 머피아(엄마+마피아)는 학원정보 공유부터 아이들의 일과와 친구 관계까지 통제했다.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예년보다 더 무뎌졌다. 초식남(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연애에 무관심한 남성)을 쟁취하려는 육식녀(이성교제 등에 적극적인 여성)가 등장했다.

쿠거족(연하남을 사귀는 능력 있는 여성)이란 말도 나왔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도 히트를 쳤다.

외모지상주의 조어도 논란 속에 꼬리를 물었다. 깡마른 몸을 선망한 나머지 프로아나(pro+anorexia·극도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거식증)가 선보였고 건강미를 상징하는 꿀벅지(꿀처럼 달콤한 허벅지)도 나왔다. 꿀벅지는 한 여고생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며 여성부에 청원을 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패션계에서 사용되던 엣지있게(멋지고 개성 있게)는 TV 드라마 <스타일>에서 탤런트 김혜수(사진)의 대사를 따라 널리 퍼졌다. TV 오락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나온 루저(키 180㎝ 이하의 남성)도 연말을 강타한 유행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