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과 서민 사이 ‘DTI 딜레마’

2010. 7. 20. 18:36부동산 정보 자료실

중산층과 서민 사이 ‘DTI 딜레마’

 

부동산 투기를 막는 최후 보루로 여겨져 온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존속'과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여전히 DTI 옹호론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에선 "시장이 얼마나 절박한지 모르는 소리"라며 "현 실태에 맞지 않는 제도인 만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옹호론을 펴고 있는 정부도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을 두고 시장의 심각성을 외면할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가운데서도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를 막아냈던 DTI제도가 '부동산발 위기'에 다시 코너에 몰린 것.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등 각 부처와 여야간 DTI규제 완화 효과를 두고 찬반 양론이 격해지고 있다.

20일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한나라당)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되지만 일부 지역별 DTI 완화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DTI가 완화될 경우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압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안정적인 부동산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DTI완화 정책이 고심 끝에 나오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DTI규제완화 정책은 부동산의 시장기능 회복이 초점이다.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국적으로 11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물량과 지난해까지 82조원에 달하는 금융권 전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부실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아파트 거래가 실종되면서 대출을 받아 입주하려는 고객은 DTI와 부동산경기 때문에 발이 묶인 상태다. 일부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액 자산가들도 DTI규제로 시장에 구매자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실장은 "DTI규제가 부동산 경기 침체의 근본원인은 아니지만 주택거래의 침체를 부추겨 왔다"며 "DTI규제 완화는 주택 수요와 구매력을 증대시켜 시장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모 시중은행장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DTI가 꼭 풀려야 한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 소비에 파급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남아 있는 데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거시경제적으로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선거에 참패한 여당의 경우 DTI규제완화 요구가 더해지는 반면, 국토해양부를 제외한 정부 부처는 DTI규제 완화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무소득자의 명의로 거래가 가능해지고 부동산 투자자들을 시장에 대거 끌어들임으로써 단기적으로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DTI를 일부 완화한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고 전면 폐지한다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DTI규제를 완화해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해도 지난 2005년 8월 DTI가 도입된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FSB연구소 지창구 연구원은 "현재 국내 실질 소득이 크지 않고 소득 불균형,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에 따른 공급 증가, 고용불안 등 부동산시장과 얽힌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주택을 매매가 아닌 임대·전세 등으로 보유하려는 부자가 늘어나는 등 부동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실물경제 양극화 개선이 급선무"라고 제시했다.

/powerzanic@fnnews.com안대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