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는 "돈을 위해 나는 일한다"… 부자는 "나를 위해 돈이 일한다"
싸구려 중독증: 부동산·주식 등 무조건 싼 것만 찾아…
'情 바이러스'에 면역력 취약: 人情에 끌려 불필요한 보험 가입…
일확천금 조급증: 3년 뒤 복리보다 3개월 뒤 단리에 급급…
만성 복통"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아” 사촌 따라 투자하기…
선천적 의심 결핍증: 금융회사의 말은 철썩같이 믿어…
'남들은 재테크를 잘하는데, 나는 왜 만날 이 모양일까?'
이런 생각에 마음이 괴롭다면 혹시 내게 재테크 고질병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보자. 고질병은 만성질환 같은 것이니 절대 고칠 수 없다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방치해 두면, 우리집 가계부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악성 종양으로 커버리고 만다. 더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엷어지고 상위와 하위 양극단이 두드러지는 M자(字)형 양극화 계층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럴 때일수록 고질병 치료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M자형 시대의 고질병 환자는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지만 통장 잔고는 늘 마이너스(―)여서 미래가 위태롭다. 나에게 고질병이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치료를 게을리하면 종국엔 'M자형 빈자(貧者)'로 몰락해버릴 수 있다. M자형 시대의 생존 돌파구는 바로 이런 고질병에 메스를 들이대고 치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꼽은 한국인 특유의 5대(大) 재테크 고질병이다.
# 싸구려만 찾는다
계약금 2000만원만 내면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고, 2년 뒤에 되팔아 더블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진 A 여사. '싼맛에 한번?'이란 생각에 지방의 한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 집을 팔아서 더블 수익을 챙길 욕심이었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매기(買氣)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서기수 HB파트너스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무조건 싼 것만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비싼 것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격이 싼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각종 위험 요소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난데없이 상장폐지를 당해 날벼락을 맞는 투자자들은 고가주(高價株)는 비싸다며 기피하는 대신 싸구려 '잡주' 주변만 맴돌다가 낭패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 대표는 "500원짜리 주식이 1000원으로 오르면 수익률은 엄청나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손해볼 위험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情)에 약하다
보험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해서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부분 혈연이나 지연 등 인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많아 봐야 10만~20만원 정도니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서 선심 쓰듯 가입한다. 김도현 삼성증권 차장은 "인정(人情)에 이끌린 보험 가입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본인에게 꼭 필요한 보험은 가입하지 않고 불필요한 보험들만 다수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가족 중에 암(癌)으로 사망한 구성원이 있다면 암보험 가입부터 서둘러야 한다. 누가 옆에서 자꾸 권한다고 해서 변액보험 같은 투자형 상품에만 올인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고령화가 지속될수록 노후 병원비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내 몸에 꼭 맞는 질병·의료보험이야말로 고령화에 맞설 수 있는 훌륭한 위험 대비책이다.
# 번개승부에 목맨다
"지금 가입한 상품이 복리(複利)인가요? 단리(單利)인가요?" 대다수 사람은 정기예금에 가입하면서 만기와 금리에만 신경을 쓸 뿐, 복리와 단리의 차이를 따져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수익률이 일정하더라도 복리인지 단리인지에 따라 나중에 손에 쥐는 금액에 차이가 난다. 이자가 원금에 가산되어 재투자되기 때문에 장기로 굴리면 종자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리를 '돈의 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리가 주는 풍성한 수혜를 제대로 누리려면 적어도 3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금융상품에 가입해서 빠른 시간 내에 결판을 내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식의 재테크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복리 상품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모른 척해오던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서민금융 시책에 발맞춰 다양한 복리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표 참조>
# 화병(火病)이 잘 난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옛말이 있다. 타인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면, 나 자신은 실제로 잃은 것이 전혀 없어도 손해봤다고 느끼며 참지 못한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제3자가 돈 버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면서 나와 가까운 친구나 이웃이 돈벼락을 맞았다고 하면 분하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유독 쏠림투자 현상이 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가 중국펀드에 투자해서 100% 수익률을 올렸다기에 '나라고 못할쏘냐'란 생각을 갖고 투자했는데, 마침 그때 금융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수익률이 반 토막이 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뒷북 투자나 조바심 투자는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 실적이나 전망을 꼼꼼히 따져 보지도 않고 배앓이 때문에 투자했다간 원금 까먹는 건 시간 문제다. 쏠림 뒤에는 항상 후유증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자문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대해, 일부 증시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는 펀드보다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단기적인 고수익도 챙길 수 있지만, 주가 하락기에는 펀드보다 훨씬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등 보이지 않는 덫들이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남들 입을 믿는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처럼 사회보장제도가 튼튼하게 갖춰진 나라가 아니다 보니, 노후 얘기만 나오면 괜히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보험설계사나 재무컨설턴트를 만나고 나서 심리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금융회사 영업사원들이 해주는 말은 절반은 에누리해서 들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익 기반이 되는 금융상품(보험, 펀드 등)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보다는 과장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금융 소비자가 손해 보지 않으려면 장사꾼이 과장해서 떠드는 말을 가려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휘두르는 묘략에 순진하게 말려들지 말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게 내던지는 '돈 없이 장수하는 게 인생의 가장 큰 위험'이라는 말은 적당히 가려서 듣자. '남들도 다 한다'는 식의 불안 마케팅에 휘둘리는 바람에, 우리집 가계부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과도한 노후 준비에 혈안이 될 필요는 없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M자형 양극화 시대… 한국인 '5大 재테크 고질병' 진단
2010. 9. 5. 11:16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M자형 양극화 시대… 한국인 '5大 재테크 고질병' 진단
조선일보 09/03 18:38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출산.국민연금 탓에 '저축 안하는 (0) | 2010.09.06 |
---|---|
따뜻한 인간미와 말씨가 품격을 높여준다. (0) | 2010.09.05 |
체감경기 왜 안좋은가 했더니…국민소득 제자리 (0) | 2010.09.04 |
이명박 대통령, 일수쓰지 마세요... (0) | 2010.09.03 |
언더웨어 섹시 퀸은 누구? ‘아이비 vs 박한별’ (0) | 2010.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