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취업한파 뚫었다, 매서운 청년CEO

2010. 12. 18. 09:5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혹독한 취업한파 뚫었다, 매서운 청년CEO

매일경제 | 입력 2010.12.17 17:15 | 수정 2010.12.18 09:05 |

 

일러스트 작가 김준미 씨(29)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캐릭터 라이선스상인 '아시안프리미어 라이선싱 어워드'에서 올해 3개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동시에 전도유망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작업한 토끼, 강아지, 곰 등 동물 그림을 넣은 액자 등 20여 개 소품과 수제 인형을 온ㆍ오프라인 쇼핑몰 6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창업 넉 달째라 월매출은 200만~300만원 정도. 하지만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월매출 1000만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씨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자신의 일러스트를 상품화시켜 브랜드로 발전시킨 국내 사례는 거의 없다"며 "해외 바이어와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일본 등으로 상품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 한파 속에서 20대 젊은이들의 창업도 진화하고 있다. 남다른 아이디어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특정 분야에서 실력까지 갖추고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좁다며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청년 CEO들은 "내수 시장만으론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린다"고 입을 모은다.

오희택 씨(28) 아이템은 무역 컨설팅 및 대행 서비스. 오씨는 국제신용장전문가(CDCS), 국제공인무역전문가(CITF) 등 무역전문가 자격증은 물론 관세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가 가미된 한류 상품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기프트쇼에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한국 문화 상품의 실용성을 내세웠더니 큰 관심을 보였다"며 "최근 경기도 한 민속박물관 명장들이 만든 옻칠 은수저 세트 6만개 수출 계약을 맺고 1차로 6000개를 영국의 한 백화점에 납품해 3000만 여원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지난 한 해 첫 매출 4억원을 기록한 오씨는 내년 나전칠기 다이어리와 만년필 세트 10만개 수출을 목표로 해외 바이어와 접촉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 주문화 씨(27)의 타깃은 중국 소비자들이다. 패션산업학과를 졸업한 주씨는 3세~초등학교 1학년이 입는 아동복을 중국의 한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단골 고객은 50명 선. 연매출 최소 1억원이 목표인 그는 "소득수준이 오르며 중국인들도 아이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며 "중국인들이 고급으로 여기는 파스텔 톤의 '메이드인 코리아' 아동복을 판매 중인데 내년엔 본격적으로 디자인도 해서 브랜드명을 달아 판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창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청년창업자(20~39세)에게 최대 5000만원을 보증해주는 신용보증기금의 청년창업보증지원제도 신청 업체는 2008년 첫해엔 3820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만2000개(예상치)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창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기간과 창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대표적이다. 출판사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업을 준비 중인 박 모씨(29)는 "창업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1년 넘게 걸리고 성과가 늦게 나올 수도 있는데 1년 뒤 모든 지원이 끊기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해야 할 형편"이라며 "취업을 못한 사람이 창업을 한다거나 창업에 실패했을 때 재기가 힘든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도마에 올랐다. 오 모씨(28)는 "아이템에 따라서 필요한 인프라가 다른데 모두가 10㎡ 내외의 같은 공간을 사용해야 하고, 프로그램도 공급자 위주로 짜여 있어 출석률이 저조하다"며 "빈번한 출석체크와 중간보고서 제출 등도 '규제' 같아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박재환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교수는 "1인 창조기업은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사람인 만큼 서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며 "취업을 못한 사람이 창업을 한다는 사회 선입견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