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는 치워라, 자연산으로 커라
2011. 5. 8. 11:22ㆍC.E.O 경영 자료
[매경포럼] 가두리는 치워라, 자연산으로 커라 | |
기사입력 2011.04.27 17:15:04 | 최종수정 2011.04.27 17:20:49 |
기자가 뉴욕특파원 시절 삼성장학생 선발을 관장하는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가 말하는 요지는 "너무 좋은 스펙의 지원자들이 몰려오는데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진짜와 가짜가 뭐냐"고 물었더니 "부모의 보호 아래 가두리에서 큰 아이인지 스스로 성장한 자연산인지를 구별하기가 참 힘들다"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삼성이 뽑고자 하는 쪽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높은 자연산이라는 이야기였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재계 3세 경영인`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오너 3, 4세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의 경영능력을 평가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들 3, 4세의 스펙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사립초등학교를 나와 국내나 해외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 미국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마쳤다. 이후 해외지사에서 근무하거나 부친이 수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3~5년 정도 주요 부서를 돌다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코스를 밟았다. 최근에는 사장이나 부회장급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회사를 이끄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이런 코스를 밟아가면 경영능력은 저절로 키워지는 것일까. 부모나 회사가 준비한 가두리에서 관리된 스펙이나 커리어가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보여준 경영성과를 보장하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그런 이력은 경영을 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은 돼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유럽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창업자 세대는 기업을 세우고 2세대는 기업을 물려받고 3세대는 기업을 파괴한다.` 창업도 힘들지만 수성은 더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최근 2세대를 넘어 3, 4세대가 경영을 맡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장남인 이재용 씨와 장녀인 이부진 씨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일찌감치 기아차를 맡아 경영능력을 보여줬던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도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이다. 3, 4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외부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일부 그룹이 계열 건설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제기된 `모럴해저드`는 책임의식보다 순간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악덕 기업인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스펙 좋은 3, 4세라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또 일부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회사돈 횡령 등 구태가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점도 개탄스럽다.
직설적으로 말해 자신이 없으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뼈를 깎는 각오로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이때 아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이 필수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병철-이건희 부자다. 이건희 회장은 가두리에서 성장했지만 후계자로 결정된 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가혹한 경영수업을 부친으로부터 받았다. 평생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아무나 만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 전직 외국 언론인의 증언. "하루는 이병철 회장을 만나러 사무실에 갔더니 이 회장이 손톱을 깎고 있는데 누군가가 밑을 받쳐주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가 이건희 회장이었다. 아마 겸손함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정몽구 회장 역시 선대 정주영의 가르침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항상 현장을 강조했던 부친 때문에 정몽구 회장은 지금도 현장을 가장 중시한다. 당연히 품질관리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적통을 동생에게 빼앗기는 아픔이 없었다면 제철을 완성하고 건설을 인수한 저력이 가능했을까.
재벌 3, 4세라는 말은 영광스러우면서도 가시면류관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겸허한 자세로 기업을 이끌 때 최고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그 자리를 누리려고만 하고 불법, 편법의 길을 가려 할 때 그 끝은 남의 눈이 두려운 은둔의 생활이거나 차가운 감옥일 뿐이다.
[전병준 부국장 겸 산업·지식부장]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재계 3세 경영인`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오너 3, 4세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의 경영능력을 평가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들 3, 4세의 스펙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사립초등학교를 나와 국내나 해외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 미국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마쳤다. 이후 해외지사에서 근무하거나 부친이 수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3~5년 정도 주요 부서를 돌다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코스를 밟았다. 최근에는 사장이나 부회장급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회사를 이끄는 경우가 두드러졌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이런 코스를 밟아가면 경영능력은 저절로 키워지는 것일까. 부모나 회사가 준비한 가두리에서 관리된 스펙이나 커리어가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보여준 경영성과를 보장하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그런 이력은 경영을 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은 돼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유럽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창업자 세대는 기업을 세우고 2세대는 기업을 물려받고 3세대는 기업을 파괴한다.` 창업도 힘들지만 수성은 더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최근 2세대를 넘어 3, 4세대가 경영을 맡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장남인 이재용 씨와 장녀인 이부진 씨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일찌감치 기아차를 맡아 경영능력을 보여줬던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도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이다. 3, 4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외부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일부 그룹이 계열 건설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제기된 `모럴해저드`는 책임의식보다 순간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악덕 기업인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스펙 좋은 3, 4세라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또 일부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회사돈 횡령 등 구태가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점도 개탄스럽다.
직설적으로 말해 자신이 없으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뼈를 깎는 각오로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이때 아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이 필수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병철-이건희 부자다. 이건희 회장은 가두리에서 성장했지만 후계자로 결정된 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가혹한 경영수업을 부친으로부터 받았다. 평생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아무나 만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 전직 외국 언론인의 증언. "하루는 이병철 회장을 만나러 사무실에 갔더니 이 회장이 손톱을 깎고 있는데 누군가가 밑을 받쳐주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가 이건희 회장이었다. 아마 겸손함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정몽구 회장 역시 선대 정주영의 가르침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항상 현장을 강조했던 부친 때문에 정몽구 회장은 지금도 현장을 가장 중시한다. 당연히 품질관리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적통을 동생에게 빼앗기는 아픔이 없었다면 제철을 완성하고 건설을 인수한 저력이 가능했을까.
재벌 3, 4세라는 말은 영광스러우면서도 가시면류관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겸허한 자세로 기업을 이끌 때 최고의 찬사가 쏟아지지만 그 자리를 누리려고만 하고 불법, 편법의 길을 가려 할 때 그 끝은 남의 눈이 두려운 은둔의 생활이거나 차가운 감옥일 뿐이다.
[전병준 부국장 겸 산업·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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