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어디냐…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2011. 5. 26. 09:06이슈 뉴스스크랩

끝이 어디냐…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한국일보 | 입력 2011.05.26 02:37

 

배추·돼지고기 등 신선식품 이어 햄·우유·요구르트 인상 줄이어
전기·도시가스·지하철·버스 요금도 하반기 인상 대기 중

물가상승의 끝은 어디인가.

올 들어 물가는 연초 창궐했던 구제역 여파가 본격화하고, 그 동안 억눌렸던 가공식품 물가도 4ㆍ27 재보선 직후부터 줄줄이 인상되면서 말 그대로 고삐가 풀린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부터 공공요금까지 본격적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그럼에도 대내외적으로 경기가 불안해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물가불안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로 이어진 물가상승이 배추와 돼지고기 등 신선식품이 주도했다면 현재 는 가공식품들로 옮겨진 상황이다. 그 동안 물가안정을 이유로 억제됐던 가공식품 가격이 최근 줄줄이 오른 탓이다. 과자, 음료, 커피에 이어 캔햄, 참치캔, 유제품 등이 가격인상 도미노 대열에 합류하며 물가상승 압력을 키웠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날부터 캔햄 제품 '스팸'의 소매가격을 평균 9.3% 인상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스팸 클래(340g) 제품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4,600원에서 4,980원으로 8.3% 오를 예정이다. 대상 청정원도 최근 '우리팜' '우리팜 아이사랑' 2개 제품 가격을 9.5% 올렸다. 대상은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해 100% 국산 돼지고기를 쓰는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제품 중에서는 빙그레가 지난달 말 주요 대형마트 공급가를 올린 데 이어 이날부터 주요 편의점에서 가공우유 '바나나맛 우유'와 요구르트 '요플레' 가격을 인상했다. 바나나맛 우유는 1,000원이었던 240㎖ 제품이 1,100원으로, 요플레는 100㎖ 제품이 75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됐다. 사조산업은 다음달 10일부터 참치캔 15개 품목의 소매가격을 10%가량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보내고 가격 인상률을 조율 중이다. 사조 관계자는 "참치 가격이 작년보다 40%가량 올랐고 철, 종이 등 부자재 가격도 모두 올라 3년여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인상률은 유통업체와의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불안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마저 물가관리 차원에서 보류했던 공공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전기요금이 대표적이다. 원가에도 못 미쳐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현재의 전기요금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한전은 전기요금을 16.2%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과도한 인상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7월부터 전기요금을 8%대에서 인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미 이달부터 평균 4.8% 오른 도시가스 소매요금도 7.8% 인상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어서 추가 인상 요인은 여전하다.

지하철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도 하반기부터 줄줄이 오른다. 서울시는 4년째 동결한 지하철 기본요금을 200~300원 올리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 부산시, 대전시, 울산시 등 주요 지자체들도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을 상반기중 10% 이상 인상하려 했지만 시기를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2일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 물가상승률을 종전 3.2%에서 4.1%로 상향 조정했다. KDI는 정책방향과 관련해 "현재 기준금리는 경제여건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인데, 이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물가상승 기대를 진정시키기 어렵다"며 "원화가치 상승이 물가안정에도 기여하는 만큼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정책기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